10년 전, 남해 사랑 각별하던 문찬일씨는 300리 길을 개척했다.
남해의 어머니들이
갯가에 나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일을 뜻하는
남해 토속어 ‘바래’에서 이름을 딴 ‘바래길’이다.
10년이 지난 지금, 바래길을 개척한 문찬일씨와 함께
1코스 다랭이지겟길을 다시 걸어본다.
“와 크다! 멋지다! 문어!”
바래길의 시작은 작은 어촌마을, 평산리.
평산항에서 새벽 조업을 나갔던 배들이 하나, 둘 들어오고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어부들은 바쁘게 위판장으로 향한다.
작은 마을 위판장이라 10분이면 끝나버리는 경매지만
짧은 시간 동안 위판장은 한판 전쟁이 벌어진다.
“바래길에서 아침에 만나는 최고의 풍경!”
아침부터 활기를 받은 문찬일씨의 발걸음은 이제 어디로 향할까.
지금도 여전히 바래를 하는 어머니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물건방조어부림, 비룡계곡 등
신비하고 웅장한 비경들 속에서 조상들의 삶도 만나본다.
길을 걷다 오래된 벗을 만나면 이 아니 좋을까!
오랜만에 만난 문찬일씨와 김승옥씨는 함께 돌담을 쌓으며
또 하나의 이야기를 바래길에 남긴다.
남해 바래길에서 이어지는 비경과 이야기들을 함께 걸어본다.
제2부. 소량마을 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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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에서 가장 남해다운 마을인 소량마을!
6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은 언제나 웃음이 넘친다는데
웃음소리를 따라가면 어떤 풍경을 만날 수 있을까.
이른 아침, 소량마을 앞바다는
밤새 바다에 내려두었던 정치망을 걷어 들이는 소리로 떠들썩하다.
소량마을에 생선공급을 책임지는 이인균씨의 배는 오늘도 만선!
오늘 이인균씨의 첫 손님은 소량마을의 소문난 효자 하준옥 이장님이다.
“아들도 묵고 내도 묵고 아들이 반찬이라~
아들이 있으니 든든하니 좋아요”
자신을 어머니의 반찬이라 소개하는 소량마을 하이장님은
아침에 사온 싱싱한 생선을
어머니께 전수 받은 실력으로 아침상을 뚝딱 차려낸다.
효자 아들 덕에 아침 든든히 드시고
외출 길 나서는 이명례 어머니 어디로 가시나 했더니
아흔 살 동갑내기 단짝 친구 조막순 어머니네 집이다
“밥 해주고 욕 얻어먹고~
일해주고 욕 얻어먹고~”
오랜 세월 함께한 만큼 성격도 닮은 두 어머니는
아들들에게 같은 이유로 혼이 난다는데!
대체 무슨 이유일까?
어디선가 풍겨오는 깨 볶는 냄새를 따라가다 보면
얼마 전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박형열, 최경애 부부를 만난다.
“맨날 도라지 꺾어서 이렇게 줘요.”
“예쁘잖아!”
투철한 실험정신으로
옥수수, 도라지, 참마, 두릅 등 수많은 작물을 시험하고 있다는데
사랑 넘치는 부부는 소량마을에서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따스한 가을날, 한편의 동화 같은 소량마을 이야기를 만나본다.
제3부. 시문마을에 무슨 일이 생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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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평범한 도예가와 평범한 문화기획자가 남해에 내려왔다.
이름하여 돌창고 프로젝트!
뿔테안경이 매력적인 두 남자가 온 후부터 마을에 부는 바람!
“비료창고였는데...
어느 날 보니까 이 예쁜 총각들이 들어와서 뭘 하대예”
돌창고에 반해 무작정 남해로 들어온 김영호씨와 최승용씨.
“별의 별걸로 다 싸워요”
티격태격의 연속이지만
둘만의 호흡으로 멋진 동반자가 됐다.
“처음에 우리가 이거 했을 때 미쳤다 생각했다 그랬잖아.”
“그랬지!”
의심의 눈초리로 두 청년을 지켜보던 마을 사람들이었지만
지금은 모두 한마음으로 돌창고의 성공을 빌게 되었다는데
“저게 내가? 나네!”
“출세했습니다 할매들~”
오늘은 마을 주민들이 돌창고 방문하는 날!
난생처음 찾은 전시장에 전시된 것은
바로 남해와 남해 사람들이다.
작품 속에 등장한 자신들의 모습에
마을 주민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시질 않는데
남해 작은 마을 시문마을을 찾아온 유쾌한 변화, 그 현장을 찾아 떠나본다.
제4부. 골목 안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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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라곤 찾아볼 수 없던 작은 마을 석교리에 나타난
골목 대장 삼 남매!
갑자기 찾아온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석교리 주민들도 덩달아 신이 났다는데
“아이고~ 오만게 다 좋지!
동네에 젊은 사람들 들어오니까 얼마나 좋습니까!”
아이들과 함께 마을로 찾아든 우세진, 한송이씨 부부가
한적한 골목길에 낸 상점은 바로
‘B급상점’
“꼭 A급이어야만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름에 걸맞게 B급상점에는 새것보다 오래된, 낡은 것들이 많다.
바다에서 떠내려온 나무 하나, 소라껍데기 하나도
부부의 손을 거치면 멋진 예술품이 된다는데!
“깜깜해질 때까지 이러고 놀거든요. 행복하죠”
남해에 내려와 가족을 다시 발견했다는 우세진, 한송이씨 부부.
석교리 골목길은
이들 가족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어떻게 보면 죽어있는 거리였어요.”
사람 없고 조용하던 지족 구거리.
그 오래된 골목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젊은 친구들이 있다는데!
‘아마도 책방’을 운영하는 박수진씨와
바로 이웃에서 공방을 운영하며 그녀를 돕는 황성우씨가
바로 그 주인공.
“공짜로 딸을 얻었습니다.”
어느새 지족 구거리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아마도 책방 커플.
멀리서 찾아오는 단골도 생기고
이웃에 가게를 열겠다는 동지들도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는데
“일상처럼 오래 이어가는 책방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오래된 골목 안에 가만히 자리 잡고
조용히 일상처럼 이어지는 아마도 책방은
오늘도 조용한 지족 구거리 골목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제5부. 독일마을에서 숨은그림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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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마을은 1960년대 독일로 나갔던 파독 근로자들을 위해
2002년 3월 남해군에서 택지를 조성해
교포들이 택지를 사고 집을 지어 형성된 아름다운 마을이다.
그곳에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그림이 몇 가지 있다는데
“내가 이렇게 지나가면 나무들이 찡긋찡긋 인사를 해요”
독일마을을 설계했던 정동양 교수는
마을을 만들 때 베여나갈 위기에 처했던
수백 그루 소나무를 살린 나무들의 은인!
이른 아침 상주 해변에서 만난 독일마을 주민 김우자 어머니.
그녀는 얼마 전 상주 해변을 유난히 좋아하던
남편 스트라우스씨를 떠나보냈다.
“남해라는 곳은 이제 내 남편이 묻혀있으니까
남편의 고향이고 내 고향이 될 것이다.”
홀로 남편의 추억을 지키는 김우자 어머니에게
독일마을은 어떤 의미일까.
독일마을에는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독일의 생활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오순도순 독일의 근검절약 정신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타이스 부부에게는 이곳이 작은 독일이다.
“독일을 여기 옮겨다가 놓은 거예요”
빗물 한 방울도 허투루 쓰지 않는 타이스 부부의
작은 독일 속으로 들어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