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개종한 이방인을 위한 허가 조건(56,1-8)
이사야 예언서의 마지막 부분은 개종한 이방인, 즉 유다인이 아니면서 개종한 이들의 수용 문제로 시작된다. 구약성경은 개종한 이방인의 수용 문제에 거부와 허용이라는 두 가지 입장을 모두 담고 있다. 기본적으로 유배 이후 귀환 공동체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역사서 에즈라기와 느헤미야기는 이방 공동체를 수용하는 데 매우 배타적이다(에즈 10,7-44; 느헤 13,1-3). 반면에 룻기는 이방인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사야 예언서는 룻기가 보이는 호의를 넘어 매우 개방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이 본문은 공정과 정의, 구원과 의로움을 강조하면서 시작된다. ‘행복 선언’은 첫 구절의 강조를 뒷받침한다(56,1-2). 이어서 이방인과 고자의 탄식이 나오고 이에 대하여 하느님께서 응답하신다(56,3-8).
1-2절 공정과 정의, 구원과 의로움
가장 먼저 언급되는 ‘공정과 정의’는 이사야 예언서 전반에 걸쳐 강조되는 주제이다. 이 주제는 1-35장에서 나타나고(1,21.27; 5,7.16; 9,6;16,5; 26,9; 28,17; 32,1.16; 33,5). 40-55장에서 조금 드물게 언급되지만 주요한 주제로 다뤄진다(45,8; 46,13; 51.5.6.8). 그런데 책의 마지막 부분을 여는 첫머리에서 공정과 정의를 거듭 언급한다는 점은 제3부가 제1-2부와 분리된 책이 아닌 한 권의 책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56장은 시작하면서부터 ‘공정과 정의’, ‘구원과 의로움’을 강조한다. 나아가 선포의 수신자들이 가까이 다가온 구원에 어울리게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56,1). 이러한 상황은, 현재 공동체에 ‘공정과 정의’가 없음을 반증한다.
이어서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고 준수하는 사람에게 ‘행복 선언’이 선포되며, 그것은 안식일 준수와 악행의 거부로 구체화된다(56,2). 안식일 준수와 악행 금지는 하느님의 말씀에서 이방인의 수용 조건으로 제시된다(56,4).
3-8절 개종한 이방인의 수용
이방인과 고자의 이야기가 인용된다. 이방인은 공동체에서 분리될 것을 두려워하며, 고자는 자신을 마른 장작이라고 자조적으로 표현한다(56,3). 공동체에서 이방인을 분리하는 것은 귀환 이후 공동체가 보여준 모습을 반영한다(에즈 10,7-44; 느헤 13,1-3). 아울러 모세의 율법에 따르면 고자는 주님 공동체에 속할 수 없다는 규정이 존재한다(신명 23,2). 하지만 이사야서는 이와 다른 입장을 전개한다. 이사야서는 안식일을 준수하고 계약을 지키며 주님께 봉사하는 이들은 이방인이나 고자이거나 관계없이 모두 하느님 백성에 소속될 수 있다고 선포한다(56.4-6). 고자는 자신을 “마른 장작”이라고 표현했지만, 하느님께서는 그에게 결핍된 생식력 대신 “영원한 이름”을 수여하신다(56,5ㄷ). 그분은 가시덤불과 쐐기풀을 방백나무와 도금양나무로 변화시키실 수 있기 때문이다(55,13).
여기서 등장하는 이방인은 주님의 종(들)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56,6ㄷ). 주님의 종은 귀환 이후에 주님의 종 공동체로 확장된다(54,17 참조). 그러므로 이방인이 종들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주님의 종 공동체가 개방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이러한 개방성은 그들의 이방인 체험에서 시작되었다. 그들은 바빌론과 각지에 흩어져서 지내는 동안 이미 이방인을 체험하였다. 이러한 체험을 바탕으로 귀환 이후 주님의 종 공동체는, 하느님을 섬기는 데 중요한 것은 혈통이 아닌 윤리적 삶을 바탕으로 실천되는 공정과 정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므로 그들은 더욱 열린 마음으로 이방인을 대할 수 있었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을 거룩한 산으로 인도하시고, 그들이 봉헌하는 번제물과 희생 제물을 기꺼이 받아주신다. 그러므로 주님의 집은 모든 민족을 위한 기도의 집이 된다(56,7). 하느님께서 계속해서 많은 이를 모으실 것이기 때문에 모든 민족으로 점점 확장되어 나갈 것이다(8절). 제2부(40-55장)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모으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40,11; 43,5.9; 44,11; 45,20; 48,14; 54,7), 제3부(56-66장)에서는 모든 민족을 모으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볼 수 있다(56,8; 6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