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한복판에서 또다시 여성살인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의대생으로, 이별을 고한 여자친구를 계획적으로 강남의 한 빌딩 옥상에 불러내 흉기로 살해했다.
'수능 만점 의대생'이 가해자라는 것을 주목하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가해자의 직업이 아니라 바로 이 끔찍한 '교제살인'이 끝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 3월에는 이별을 고한 여자친구를 살해한 김모씨가, 지난해 7월에는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를 191회나 찔러 살해한 류모씨가 있었다. 2024년 1~3월 신고된 교제폭력 신고건수만 해도 1만 9098건에 달한다. 지난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뉴스에 보도된 건만 해도 138명이다. 이별을 고한 여자친구에게 보복하기 위해 상대의 반려견을 살해한 가해남성도 있었다. 상황이 이토록 끔찍하니 여성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는 교제 중인 남성과의 '안전한 이별'을 바라는 고민상담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올 지경이다.
해마다 교제폭력 신고 건수와 적발 인원이 증가하고 있지만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는 여전히 부실하다.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만큼 피해자가 반복적으로 위협에 노출되기 쉬움에도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이 21대 국회에서만 세 차례나 발의됐지만 모두 통과하지 못했다. 이별을 고해서, 모욕적인 말을 해서 상대 여성을 죽이는 끔찍한 살인의 근간에는 여성혐오가 켜켜이 깔려있지만, 정부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는 선언과 여성혐오를 성별갈등으로 부추기는 갈라치기 정치만 되풀이하고 있다.
바꿔야 한다. 교제폭력을 포함한 입법안을 통과시키고 피해자에 대한 정확한 보호제도가 필요하다. 친밀한 관계라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성을 이해하고 교제폭력 가해자의 구속요건·가중처벌요건 등을 보완해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여성을 통제하고 소유하고자 하는, 여성의 거절을 살인으로 이어가는 이 끔찍한 여성혐오 문화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
진보당은 여성혐오를 뿌리뽑고 여성이 이별을 고하고 보복과 안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겠다. 21대 국회에서 끝내 문턱을 넘지 못한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과 사각지대 없는 피해자 보호제도를 만드는 22대 국회를 열어갈 것을 다짐한다.
2024년 5월 9일
진보당 인권위원회(위원장 김남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