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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참 좋아 자주 인용하지만 프랑스 시인이자 극작가인 장 콕토는 ‘내 귀는 하나의 조개껍데기 그리운 바다의 물결 소리여!’라고 읊었다. 조가비 말고 커다란 고둥을 귀에 대 보아도 ‘싸 아~싸 아~’ 파도 물결 소리가 세차게 들려온다.
그런데 천생 사람 귀 닮은 고둥이 있으니 바로 전복(全鰒)이다. 전복류는 전 세계에 70여 종이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것에는 참전복, 말전복, 까막전복, 시볼트전복, 오분자기, 마대오분자기 등 6종이 있고, 보통 바다농장에서 키우는 것은 참전복이다. 우리나라 전복은 주로 남부해역에서 서식하기에 완도 등지에서 미역, 다시마 따위의 바다풀을 먹여 많이 기른다. 요즘엔 대량 사육하는 덕에 값싸게 회를 즐기고, 죽 쒀먹으며, 짭짤하면서도 향과 맛이 일품인 전복내장젓갈도 얻어먹는다.
전복은 연체동물의 배와 다리로 이루어진 복족류(腹足類)인데도 껍데기가 돌돌 말리지 않고 납작하게 퍼졌다. 그리고 넓고 평평한 발로 돌바닥에 찰싹 달라붙어 미끄러지듯 기어 다닌다. 또 전복껍데기에 줄지어 난 도드라진 구멍(출수공)이 여럿 있는데 발생 초기에는 22개 정도지만 다 자라면 거의 막혀버리고 몇 개만 남는다. 제주도에 많이 나는 오분자기는 7~8개의 편평한 구멍이 있지만 다른 전복은 보통 4~5개다. 그 구멍으로 물, 똥오줌, 알과 정자를 몸 밖으로 내보낸다.
예부터 조개고둥 중에서 내로라하는 전복은 ‘패류(貝類)의 황제’, ‘바다의 산삼’으로 이름을 날렸으니 맛과 영양에서 으뜸으로 쳤기 때문이다. 특히 산모의 젖이 잘 나오지 않을 때나 노약자, 기력 회복에는 전복죽을 윗자리(상품)로 치는데 전복에는 타우린, 아르기닌, 메티오닌 등의 필수아미노산이 가득 든 덕분이다. 오돌오돌 씹히는 싱싱한 회나 푹 끓인 죽, 짭조름한 구이, 구수한 찜은 천하 일미다.
전복은 죽어서 살과 내장 말고도 껍데기까지 남긴다. 영롱하게 진주광택을 내는 껍데기는 자개, 나전, 세공, 단추를 만들지 않는가.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