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야음(淸夜吟) : 맑은 밤을 읊다.
滌蕩千古愁 留連百壺飮 良宵宜且談 皓月不能寢
척탕천고수 유연백호음 양소의차담 호월불능침
천고의 시름이 씻어지도록
한자리에 연거푸 술을 마시네.
좋은 밤 얘기는 길어만 가
달이 밝아 잠에 못 들게 하네.
醉來臥空山 天地卽衾枕
취래와공산 천지즉금침
취하여 고요한 산에 누우니
천지가 곧 베개이고 이불이어라.
- 소강절(邵康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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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송나라 때 소강절 선생이 임종을 앞두고
열 번 스무 번 단단하게 밀봉 시킨 함 하나를 아들에게 주면서
절대로 뜯어보지 말고 9대 손에게 전하라고 유언했다.
9대손이 우연히 남의 일에 연루되어
살인 혐의로 감옥에 갇히고 말았다.
틀림없이 참형을 당해 대가 끊어질 위기를 맞이한 9대손은
문득 옛부터 전해오는 유언함을 생각해 냈다.
9대손이 처형을 당하는 날,
죽기 전 소원을 묻는 현감에게
" 대인, 저는 소강절 선생의 9대손입니다.
9대조이신 할아버지께서 제게 대대로 물려 주신 함이 하나 있사온데,
죽기 전에 그것을 한번 열어보고 싶사옵니다. '
소강절이라는 도인의 전설 같은 일화를 익히 알고 있던 터라
현감은 그 유품을 보고 싶기도 하여 그 물건을 가져오라고 했다.
소강절 선생이 남긴 유품이라는 말에 현감은
공경하는 마음이 있어 함을 받기 위해 직접 자리에서 일어나
섬돌로 내려섰다.
그 순간,
"우르르... 쿵!"
갑자기 대들보가 무너지면서
조금 전까지 현감이 앉아 있던 의자를 덮쳐버렸다.
소강절의 유품을 열어보니,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한 줄 적혀 있었다.
"救與壓良死 活我九代孫 - 邵康節"
구여압량사 활아구대손
그대가 대들보에 깔려 죽을 것을 내가 구해 주었으니,
그대는 내 9대손을 살려주시게.
☆☆☆
현감은 입을 다물 줄을 몰랐다.
그래서 소강절 선생의 9대손은 목숨을 건지고
소씨 가문의 대(代)도 계속 이어졌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