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때리기
정명옥
공공장소에 설치되어 있는 키오스크가 새롭다.
신용카드나 현금이 없어도 정보를 이용하고 결제를 할 수 있는 키오스크. 터치스크린 단말기라고도 한다.
코로나 사태로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한 비대면 시대에 금융기관 공공기관 백화점 음식점 카페 등에서 설치를 본격화하여 이제는 자주 눈에 띈다.
아직은 키오스크가 있다하여도 직원이 있는 곳이 더러 있기도 하다. 올라가는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직원을 대신할 키오스크를 설치하고 직원을 아예 두지 않는 곳도 있다.
얼마 전에 직원이 없는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키오스크를 사용하다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 당황스러울 때가 있었다. 어딘가에 직원이 있을 것 같아 두리번거려보았지만 보이지 않아 직원이 있던 시절이 그리웠고, 잔뜩 긴장한 채 주문한 음식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나이 들어감을 탓해야 하는가 싶었지만, 나이와는 상관없는 일이며, 처음 사용하기 때문이라 집중하며 사용법을 잘 익혔다. 알고 나니 집중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했다.
주변의 생활이 갈수록 신식으로 변해간다. 집 안의 생활용품과 집 밖의 여러 가지가 사람을 더욱 편하고 변해간다. 아이디어를 내고 고심하며 설계하고 개발한 사람들 덕분에 생활이 편리해져 가고 있다.
집 안 생활용품 중에는 로봇 청소기와 빨래건조기가 획기적이라고 생각된다. 손을 대지 않아도 로봇 청소기가 집 안을 다니면서 청소를 하고, 빨래를 햇빛에 널지 않아도 기계 안에서 뽀송뽀송하게 말라서 나온다.
그 덕분에 내 시간을 더 가질 수 있어서 좋다. 사용을 하면서 이런 제품들을 개발하느라 얼마나 많은 고민들을 했을까 싶어 참 대단하다는 생각과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들의 노력 덕분에 집 밖에서 신기하게 여겨지는 것들을 볼 때가 있다. 어느 날, 어스름 저녁 무렵에 사람이 많이 다니는 번화가 도로 바닥에 슬라이드 영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 옆에 있는 상가의 제품 광고가 길바닥에 슬라이드 영상이었다. 신기하여 가던 길을 멈추고 고개를 위 아래로 번갈아가며 살펴보았다.
아날로그 시대에 사람들의 공상 창의성이 디지털 시대에 현실로 펼쳐지고 있다. 공상하는 것은 시간 낭비로 실현 가능성이 없으니까 상상도 하지 말라던 말도 바꿔져야 할 것 같다. 세상의 변화는 자유로운 공상에서 시작되니까. 부력의 원리를 목욕탕에서 우연히 찾은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가 그 예가 되겠다.
창의성으로 연결된 자유로운 공상의 시간이라고 표현했지만 가끔은 멍하니 있을 때이다. 생각 없이 우두커니 한 곳을 바라보며 있을 때, 그저 멍하게 있을 때. 무언가를 생각하기도 했을 테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때도 있었을 것이다.
그때는 안이나 밖이나 지금처럼 복잡하거나 요란하지 않고 차분하던 시절이었는데, 그때에도 멍하게 있을 때가 있었다. 어른들은 멍한 모습을 부정적으로 보고 말씀하셨다.
“멍하게 있지 말아라”.
그런데 요즘에 젊은이들 사이에서 ‘멍 때리기’가 유행한다. 신조어로 정신이 나간 것처럼 그야말로 멍하게 있는 상태를 말한다. 몇 년 전에는 멍 때리기 대회가 있었고 호응이 좋아서 전국적으로 퍼졌고, 중국에서까지 개최한 적이 있다고 한다.
멍 때리기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고 한다. 어느 쪽에서는 멍 때리기는 창의성의 시간이고 휴식의 시간이라고 하고, 어느 쪽에서는 밀려든 정보로 뇌가 과부하 상태에 있다고 한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양 쪽이 다 해당되는 것 같다.
첫댓글 메일로 접수가 되어 있어 미처 확인하지 못해서 게시가 늦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