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보라빛 보자기가 춤을 춘다. 가만히만 있으면 내 마음도 요동치지 않을텐데. 밤하늘의 별도 보인다. 아주 드물게. 그래도 부는 바람에 속이 훤히 비치는 흔해빠진 저 보자기가 어찌 눈에는 비단 보자기 같을까?
쨍그랑! 누구냐고 도대체 누구냐고 큰소리 칠 수도 있는데 힘도 없고 그냥 놔 두기로 했다. 서점 바로 뒤 아파트에서 툭하면 공차기 하는 소리를 자연스레 들었기 때문에 분명 아이들 소행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일순간 조용하다. 아이들 축구소리가 그날 이후로 사라졌다.
문을 닫고 누워 있으니 저쪽 뚤어진 봉창으로도 밤하늘의 달빛은 실크를 날리며 온갖것을 실어다 날랐다. 말도 조리있게 할 줄 몰랐던 어린시절 우리는 밖에서 놀다가 나풀나풀 날으는 나비를 발견하고 쫓았다. 그건 땅에 떨어져 어느새 새가되어 콩콩 뛰어다녔다. 가까이 다가올수록 그건 빠듯빠듯한 새 지폐 십원짜리였다. 친구와 난 용돈이 생겨서 너무 좋았다. 아마 두 장씩 주워 얼른 건물로 들어왔다. 금새 가던 버스가 멈추고 어떤 아주머니가 막 뭔가를 찾았다. 아마도 분명히 잃어버린 돈을 찾는 것일것이다. 그 친구 이름도 이젠 생각나지 않지만 친구와 난 주운것에 꾸중 들을까봐 서로 건물 안에서 바깥 풍경만 바라보고 꼼짝달싹도 하지 않았다. 그것과 낮에 유리창 깨어진 것과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아주머니가 허둥지둥 찾을 때 우린 얼마나 조마조마 했던가! 아이들도 쨍그랑 유리문을 깨고 얼마나 두근두근 새가슴이 되었을까 콩닥콩닥.
양옆으로 누운 철부지 아들을 보고 낮에 뭐하고 놀았냐고 물었다. 아파트 뒤에 교회가 있는 쪽에 살구가 대롱대롱 맺혀 있다고 했다. 얼마전에 내게 준 그 살구가 이 살구였더란 말인가! 달디달고 맛있던 살구. 친구랑 나무 위에 올라가 땄는데 주인이 고함 지르며 달려와 동생부터 먼저 달려 가라고 피신시키고 나무에서 내려와 자기들도 도망을 쳤다는 무용담을 들려주었다. 맙소사~ 우리말고 어른들도 지나며 따 먹었어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 조그만 머리에서 동생을 먼저 피하게 하고 살구주인 할아버지를 따돌렸다니 혀를 찰 노릇이다.
어느사이 아이들은 잠속으로 빠졌다. 가난한 우리 아이들 이마에도 달빛은 비추었다. 은하수 강을 건너는 것일까 숨소리도 달콤하게 들린다. 깨어진 창문은 아랑곳 없고 보랏빛 실크 보자기는 천천히 움직이며 달빛을 보여 주었다. 살랑살랑 달빛 소나타를 연주하였다. 내가 보고 싶은것은 가리워진 달빛이다. 모든것을 잊게하고 이 가난한 맘에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옥구슬같은 달빛 소나타다.
돈을 주고 사지도 않았는데 밤 마다 기웃기웃 찾아오는 달빛의 향연 소나타. 달빛 소나타를 받아 실크는 더 빼어난 몸매를 자랑한다. 살랑살랑 나만의 달빛 소나타는 오늘도 위로의 손길을 보낸다. 괜찮다. 사는것이 다 그런게지. (20240221)
첫댓글 잠이 쏟아져 부족하지만 그대로 올립니다~
예. 수고하셨습니다.
청림숲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