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oy in God
모처럼 코에 바람 쐬고 왔습니다. 그동안 코로나19로 말미암아 사회적 물리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멀리 가지 않았는데, 모처럼 1시간 이상 차 타고 외곽으로 나갔습니다. 날은 좀 흐렸지만, 마음은 맑고 깨끗하고 싱그러웠습니다. 도로 양편으로 신록이 싱그럽게 피어나고, 이른 신록 친구들은 푸르름의 자태를 벌써 늘어지게 즐기는 듯했습니다. 혼자만 노니는 것이 아니라, 이팝나무의 꽃들과 아까시나무 꽃들, 막 피어나는 장미꽃들과 불어오는 하늬바람을 타고 품격 높은 춤까지 추는 듯했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계절, 성모성월의 맛이 진하게 느껴졌습니다.
망향 휴게소에 들러 닭게장을 먹고, 휴게소에 마련된 작품들을 둘러보며 여유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런 여유 있는 시간 덕분에, ‘망향’(望鄕)이라는 이름의 붙여진 이유로 알게 되었습니다. 외국에 거주하던 동포들이 조국의 고향 산천을 그리워한다는 의미를 담아 ‘망향의 동산’이라 명명하였다고 합니다. 특별히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으로 고국을 떠난 후 망국의 서러움과 갖은 고난 속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다 숨진 동포들의 안식을 위해 1976년 10월 2일에 조성되었다고 합니다. 밥을 먹으면서, ‘망향휴게소’, ‘망향’이라는 이름이 이쁘다고 생각하였는데, 막상 그 의미와 장소를 알고 나니, 숙연해졌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옥천에 있는 둔주봉으로 향했습니다. 산도 보고, 물도 하늘도 즐기기 위해 ‘룰루랄라’ 하며 떠났는데, 천안쯤 갔을 때 고속도로가 막히는 바람에, 대청호 안에 있는 ‘부소담악’을 보는 것으로 정하고, 방향을 돌렸습니다. 목표를 향해 갈수록 산은 깊어지고, 그 아래로 펼쳐진 대청호는 그 푸르름을 자랑하며, 하늘과 산과 구름을 수채화로 그려내어 멋진 작품으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명품 전경을 보랴 차를 몰랴 눈도 마음도 바빴습니다. 더욱이 굽이굽이 이어진 길은 그 정겨움을 더했습니다.
도착해서, 차 트렁크에 있는 등산화로 갈아신고, ‘부소담악’(부소무늬 마을 앞에 물 위에 떠 있는 산, 대청호 넓은 호수 위에 떠 있는 긴 병풍바위, 물 위에 솟은 기암절벽 등으로 표현)을 향했습니다. 마을에서 700m 정도 길이가 되는 부소담악은, 본래 산이었지만, 대청댐이 준공되면서, 산 일부가 물에 잠겨 물 위의 바위 병풍을 둘러놓은 한 풍경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이런 설명은 상상의 날개를 펴기에 좋은 소재였지만, 보는 것에 비교하면, 반의반도 설명이 안 되어 있음을 다가가면 갈수록 알 수 있었습니다.
중간에 영적은인회 총무님으로부터 카톡이 하나 와 있었습니다. ‘00가 여러 가지 일로 많이 위축된 것 같습니다. 기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것 참, 절경을 보랴, 기도하랴, 정신이 없었습니다. 나중에는 “제가 보는 것을 그분도 그대로 편하게 즐기시면 좋겠고, 저와 같은 행복을 그분의 삶의 자리에서 누리면 좋겠습니다.”
그리고는 그곳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정말 아기자기하면서도, 상을 겹쳐놓은 듯한 기이한 평 바위, 양편 절벽 아래로는 청 푸른 물이 넘실거렸습니다. 특히 호수를 둘러보는 유람선이 지나가고 나면, 그 밀려오는 물결 여파로, ‘철얼썩’ 거리는 소리는 양편 절벽을 두고 좁은 외길로 바위를 잡고 기어가는 이의 가슴을 서늘하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렇지만, 갈 수 있는 때까지 가지 않고는 못 배기게 했습니다. 성모님께서 ‘좀 더 가봐, 괜찮아’하고 이야기하시는 듯했습니다. 그래도 다리는 떨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도가 저절로 되었습니다. 걸어가기도 하고 기어가기도 하고, 나무를 잡고 가면서,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펼쳐지는 위와 아래와 옆과 뒤의 경치가 아름답지 않은 것이 1도 없었습니다.
스릴 넘치는 등반 아닌 등반을 하고, 다시 출발지점으로 돌아오는 길에 ‘유람선을 타고 돌아보면서 지금 내가 딛고 있는 곳을 보고야 말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송시열이 소금강이라고 극찬했던 곳을 물 위에서 유유히 즐겨보는 것도 엄청난 행복, 아니 시인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밀려왔습니다. 그리고 이런 마음과 느낌, 전경을 성모성월을 지내는 우리 선생님들과 은인들에게도 나눠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요즘 영적은인회에서 성모님의 밤의 행사를 지구별로 행하고 있는데, 그곳에 이런 아름다움의 전경을 꽃으로 드리고, 성모님 머리에 화관으로 올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밀려왔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유람선을 불러놓고, 기다리는 마음이 마냥 좋았습니다. 옆에 있는 사람들에 들킬 뻔했습니다. 설렘을 한 아름 안고 작은 돛단 유람선에 몸을 실었습니다. 유람선과 하나되어 물을 가르며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하늘과 산과 구름과 호수가 하나로 만나는 곳으로 안내해주는 듯한 뱃머리, 무어라 무어라 설명해주시는 선장(동네 아저씨 같은 분), 청푸른 물을 옆옆에 두고 좀 떨어져서 유람선에서 바라보이는 병풍 절벽, 그 사이에서 자라나는 나무들과 풀잎, 우뚝 솟은 곳에 정자(추소정), 물 위에 떠 있는 섬, 바위 섬이라고도, 산이라 할 수도 없는, 그렇다고 섬이라고도, 무어라 말할 수 없는 묘한 부소담악을 즐기는 맛은 마치 캐나다의 천섬을 보는 듯했습니다. 성모님에게 꼭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그리고 보니, 옆에 성모님이 계신 듯했습니다. 우리 임들도요.
이렇게 유람선을 타고 부소담악의 절경을 배부르게 보고, 신나게 마신 다음, 얼큰하게 취해서, 반대편 미르 정원을 향했습니다. 유람선을 조정했던 분이 그곳의 주인이라고 했습니다. 그곳에 도착해서, 보니, 또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좀 더 멀리서, 전체를 조망할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감탄이 이어졌습니다. 배를 타고 건너온 사람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커피를 마시며, 준비해 갔던 포도를 먹으며, 펼쳐진 전경을 눈과 마음과 추억의 주머니에 주워 담았습니다. 대신 세 번의 성모송으로 그 값을 치렀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만들어내신 주님께 찬미와 감사드리며, 모든 것을 제 것으로 삼았습니다. 늘 남는 장사를 하는 것 같아, 주님과 성모님께 미안하기도 했고 감사의 마음이 컸습니다.
이렇게 미르 정원에서, 부소담악에서 눈의 힐링, 마음의 힐링, 영혼의 힐링을 하고, 산을 넘어 넘어 좁은 길로 집으로 향했습니다. 오는 길에 기분 좋은 마음으로 천안 휴게소에서 호두과자를 샀습니다. 어머니께 드리기 위해. 집에 와서 어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묵주기도를 바치고 나니, 꽉 찬 하루였고, 묵주기도를 바치는데, 부소담악의 전경이 그림처럼 펼쳐졌습니다. 묵주 알이 술술 넘어갔고, 눕자마자 잠이 졸졸 왔습니다.
모든 아름다움을 담아 강복을 드립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는 저희 모두에게 강복하소서.
* 아멘.
+ 주님을 찬미합시다.
* 하느님의 감사합니다.
첫댓글 아름다운 부소담악 전경입니다..
힐링하세요..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편안함이...
힐링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아멘♡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연둣빛 여린 나뭇잎사귀가 어느새 짙은 초록으로 온 산을 뒤덮었네요..
무성한 생명과 색채의 아름다움에 창조주 하느님께 감탄할뿐입니다..
자연은 힐링의 장소고 기도의 장소며 하느님을 만나는 장소라는 느낌에 삶에 지치고 무거웠던 마음들도 다 치유가 되는듯합니다..
신부님께서 느끼셨던 마음이 바람을 타고 솔내음 솔솔~~ 저에게까지 전해지는듯 합니다^^
아름다운 정경이네요.. 글을 읽으니 제가 걷고있는 듯 했어요. 감사합니다.. ^^
아멘~!
주님 감사합니다~♥
어찌 자연의 아름다움을
말로 글로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어찌 빛과 색의 아름다움을
한폭의 수채화로 다 그려낼 수 있겠습니까~?
오직 그 분만 할 수 있는 작품이지요..!
저는 그 분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을 창조하신 그 분을,
감히 "예수~ㄹ가"라 부르렵니다.
신부님 덕분에 함께
여행한 듯합니다~^^
힐링이 되고 즐겁고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멘~
주님 감사합니다~♡
신부님의 싱그러운 자연감상 주님의향기를
듬뿍받으니 울안에서 답답함이 열리는듯하네요~
담엔 저희들도 데리고 가세요~♡
멋진 곳을 다녀 오셨습니다. 다음엔 더 멀리 내장산이 있는 정읍에 가시지요. 가시면, 저희 집에서 1박 2일, 식사 + 숙소 책임 지겠습니다.
하느님 아버지가 멋진 조국 산천을 만들어 주셨음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신부님의 눈과 귀를 통해
호강하고 돌아왔습니다.
이름을 불러 주셔서 임이 되었습니다.
꽃이 되었습니다.
저도 성모님과 함께 한 것 같습니다.
저도 신부님 어머님이랑 함께 묵주기도에 동참하고 싶은 맘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천 개의 바람이 되어
5・18을 기억합니다.
신부님~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