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63) 유비의 출병
한편, 원소가 있는 기주성에서는 지원군 요청의 가부(可不)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도겸의 아들 도공의(陶公義)의 앞에 원소의 모사(謀士) 허유가 나타났다.
"도 공자(陶公子)! 오래 기다리셨소."
도공의는 반가운 얼굴로 두 손을 읍하고 허유를 맞았다.
"도 자사(陶 刺史)께서 주공께 보낸 서신은 우리 주공께서 상세하게 읽어 보셨소."
그러자 도공의는 다시 한번 허리를 굽히며 물어본다.
"기주군(冀州軍)은 언제 파병합니까?"
그러자 허유는,
"뭐요? 파병? 아,아니.. 주공께서는 신중히 검토하셨지만 파병은 안 하기로 하셨소."
그 말을 듣고, 도공의는 창백한 얼굴을 하며,
"아니, 왜죠?"
하고 황급히 물었다. 그러자 허유는,
"도 공자가 기주에 오시기 전에 조조의 부고장이 기주에 도착했소. 거기에는 이런 글이 있었소. 아버지 원수와 같은 하늘에서는 못 산다는... 그래서 우리 주공께서는 지금같은 시기에 파병을 해서 그쪽을 돕는 것은 설득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어떤 명분도 없다고 말씀하셨소."
그러자 도공의는 두 손을 읍하고 허리를 다시 굽히며,
"허 대인! 부친께서 장개를 시켜 조공을 죽인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을 시켜 호송까지 하면서, 조조와 친해지려 한겁니다."
그러자 허유가 발끈 화를 낸다.
"텍! 바로 그 점이 이번 사건의 모순점이 아니겠소? 도 자사는 바로, 조조에게 아첨 할 생각이었지만, 예기치 않게 일을 그릇치고 호랑이를 그리려다 개만 그린 꼴이 되고 말았으니, 결국 조조로 부터 원한만 사고 충돌이 발생하게 된 것이오."
그 말을 듣자, 도공의가 더욱 창백한 얼굴로 허유를 올려다 보며, 말문을 열려고 하였다.
"대인!" ...
"안타깝소! 어엿한 조정의 명관(名官)이자, 한 주(一州)의 자사(刺史)가 그런 황당한 사고를 저질렀으니 말이오... 아! ... 직언(直言)을 용서하시오.
이번 일은 실로 어리석은 행동이었소! 도 공자도 생각해 보시오. 우리 주공이신 원소님이 어떤 인물이오?
사대(四代)가 삼공(三公)이라는 위대한 명성이 만천하에 알려져 있소.
우리 주공께서는 당신 부친 도겸이 저지른 어리석기 그지없는 그런 황당한 사건에 숟가락을 얹어 놓고 싶진 않다고 전하라 하시었소."
도공의는 더 이상 말해 보았자 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얼굴이 일그러지며 허유앞을 총총히 물러나오고 말았다.
그리하여 도공의는 마지막으로 평원성의 공손찬을 찾아가 그의 앞에 엎드린 채로, 구원을 요청하는 밀서를 읽고 있는 공손찬의 얼굴을 올려다 보며 말했다.
"기주 원소는 파병을 거절하고, 남해 원술은 파병은 할 수 있으나, 그 댓가로 서주 관할인 문영과 서주, 두 군(郡)을 달라고 합니다.
원씨 형제는 우리 가친과 친분이 두터웠으나, 어려운 순간에 우릴 외면하고 있습니다.
공손 장군님! 가친의 생사와 서주성 오십 삼만 백성의 존망은 장군께 달려 있습니다. 부디 도와주십시오!"
도공의는 두 손을 읍하고 공손찬에게 거듭 허리를 숙여 보였다. 그러자 공손찬이 천천히 입을 연다.
"조조가 서주를 얻으면 분명히 중원을 도모할 테고, 훗날 원씨 형제와 치열한 패권 다툼을 하겠지."
그러자 도공의는,
"제가 보기에 원소와 원술은 그런 구상을 하고 있지만, 두 사람은 본래 겉과 속이 다른 지라, 서로 상대가 초조하기를 기다리고 있으면서 관망만 하면서 어부지리를 노리는 것 같습니다."
"원씨 형제는 그야말로 속 마음을 알 수 없는 음흉한 자들이라 머지않아 서로 잡아먹으려고 싸울 것이오."
"그나저나 장군님! 속히 군을 파병해 서주를 구해 주십시오!"
도공의는 공손찬의 화제가 다른 곳으로 흐르자, 안전부절 하며 본론을 채근했다.
바로 그 순간, 한 병사가 달려 들어오며 아뢴다.
"보고합니다, 주공! 지금 평원 현령 유비가 찾아와 주공을 뵙자고 합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응? 현덕 아우가?"
공손찬은 반가운 얼굴을 하면서 도공의에게 말한다.
"도 공자, 가서 좀 쉬게. 현덕과 상의한 뒤에 그때 결정하지."
그러자 도공의는 두 손을 읍해 보이며 말한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부디 좋은 소식을 주시기 바랍니다."
하며 물러갔다.
곧이어 유비 현덕이 공손찬 앞으로 들어와 인사한다.
"유비가 공손 장군을 뵈옵니다."
공손찬은 반가운 얼굴을 하며,
"아우님! 도겸이 보낸 원군 요청 서신이네."
하면서 도공의에게 받은 죽간서를 유비에게 내밀었다.
유비가 서신을 읽고 있는데, 공손찬은 급한 마음에 도공의가 찾아온 사연을 먼저 말했다.
"조조가 오만 대군을 이끌고 서주를 친다 하여, 도겸이 위기에 처했네. 아우님 , 도겸을 구해야 하겠나? 놔둬야 하나?"
서신을 모두 읽은 유비가 공손찬에게 반문한다.
"장군의 의견은 어떠십니까?"
그러자 공손찬은 겸언쩍은 얼굴을 하며 말한다.
"나야 도와 주고 싶지, 허나, 우리는 군사력이 약해, 조조의 적수가 못 되네. 더구나 원소와 원술은 각각 20여 만의 군사가 있어도 관망만 하고 있는 데, 내가 어찌 서주를 돕겠나?
우리 전 군을 파병해서 요행히 승리를 한다 해도, 얻는 게 뭐겠나?
내가 얻는 것은 도겸같은 약한 동지를 얻을 뿐, 원소나 조조 같은 강적을 만들게 될 테니, 재고 할 가치도 없는 어리석은 짓이지."
그러자 유비는 담담한 어조로,
"장군 말씀에 저는 절대로 동의할 수 없습니다. 도겸은 선제(先帝)께서 임명하신 사람으로 충의롭고 후덕해 서주를 인의(仁義)로 다스리면서 명성을 떨쳤습니다.
조맹덕은 부친에 대한 원한을 갚는다는 명목으로 서주 육군(六郡)을 취하려는 겁니다.
난세에는 실력으로 패권을 다툰다고 하지만, 제 생각으로는 결국 민심을 얻는 자만이 천하를 얻을 겁니다.
제가 여기 온 것은 작별을 고하기 위해섭니다. 전 서주로 가서 도겸을 돕겠습니다."
그러자 지금까지 겸언쩍게 듣던 공손찬이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유비에게 반문한다.
"헌데, 아우님! 자네 군사가 얼마나 되나? 고작 사,오천으로 조조의 5만 대군과 대적한다구? 허, 그건 계란으로 바위치기네."
그러자 유비는 공손한 어조로,
"제가 계란이란 법도, 조조가 바위라는 법도 없습니다."
하며 결연한 뜻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공손찬이 한숨을 쉬며,
"허... 좋네! 자네가 굳이 가겠다면 내가 정병 3천을 내 줄 테니 세(勢)를 더해 보게."
그러자 유비는 공손찬에게 허리를 굽혀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장군께 감사드립니다. 허나, 군사들은 원치 않으나, 장수 하나만 내 주십시오."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공손찬은 또 다시 흠칫 놀라며,
"누구 말인가?"
하고 물었다.
그러자 유비는 처음부터 이 모든 것을 말 없이 지켜 보던 조자룡을 한번 쳐다보고 나서,
"상산 조자룡 입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공손찬은 놀라며 조자룡을 한 번 쳐다 본 뒤에,
"왜 하필이면 조자룡인가?"
하고 물었다. 그러자 유비는 거침없이,
"세인(世人)들은 여포가 천하 맹장이라지만, 조자룡이 용맹함에 있어, 여포를 능가한다는 것은 잘 모릅니다."
그 말을 듣고, 공손찬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더니,
"음! 자룡!"
공손찬이 조자룡을 불렀다.
그러자 조자룡은 단박에 대답하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대답한다.
"네!"
"유비를 따라 서주로 가겠느냐?"
하고 묻자, 조자룡은 두 손을 읍하고 유비를 한 번 쳐다본 뒤 결심한 듯 대답한다.
"가겠습니다!"
그러자 공손찬이, 파안 대소를 한다.
"하하하하... 이제야 알겠네! 영웅끼리는 서로를 아낀다고 하지 않던가? 엉? 하하하... 좋아! 자룡! 그러면 자네는 유비를 따라 가거라!"
유비가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공손찬에게 읍하며 말한다.
"고맙습니다."
이어서 조자룡도 답한다.
"고맙습니다."
이리하여 두 사람은 공손찬의 진지 밖으로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나왔다.
유비가 자룡에게 말한다.
"공손 장군 진영에 진정한 영웅은 자네 뿐이네."
"실은 저도 유공의 인품을 흠모한 지 오래 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주공께서 명령만 내리시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들 것입니다."
"좋아! 자룡! 이제부터 관우,장비까지 넷이 형제다! 어떤가?"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타고 갈 말 앞에 섰다.
유비가 말한다.
"즉시 평원으로 돌아가, 내일 아침 서주로 출발하세. 아마 도겸은 오래 못 버티고 사나흘 안으로 성이 함락되고 말거야."
"알겠습니다. 그런데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뭔지 말해 보게."
"원소와 원술은 수십만 대군이 있어도 관망만 하고 서주를 돕지 않는데, 겨우 수천 군사에 세 명의 장수만으로 어찌 조조에 대적하려 하십니까?"
그러자 유비가 대답한다.
"좋아, 말해주지. 그러잖아도 조만간 알려 주려고 했네. 지금 천하에는 각지의 영웅들이 병권(兵權)의 힘을 빌어 대업을 도모하고 있으나, 나, 유비는 그들의 힘에 미치지 못하네, 허나, 그들에게 없는 두 가지가 있지. 첫째, 인의를 근본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이지.
천하 대란은 민심의 혼란에 있기 때문에 난세를 다스리려면, 민심을 얻어야 하네. 난 기필코 불의에 대항할 것이네.
둘째, 난 황실의 후예로써 역적 제거와 한실(漢室)부흥이 나의 숙원이네. 도겸은 선제(先帝)께서 임명하신 인의로써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이니, 그를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나?
그에 비하면 조조는 복수를 빌미로 서주를 취하려 하니, 그게 천하를 노리는 야심이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알수 있는 불의가 아니겠나?
따라서 조조에 대항 하는 것은 천하의 대의로써 불의에 대항하는 것이지. 내가 이 싸움에서 진다고 해도 한가지 진리는 남을 것이야."
"그게뭐죠?"
"정도(正道)는 불멸하며, 대의(大義)는 영원하다."
"....."
그러자 자룡은 눈을 크게 뜨며, 유비의 면모를 감탄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