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영상, 영화 소개 화면부터 영상이 아름답다. 아기가 아름답다. 천사가 있다면 바로 이 아기가 천사일 것이다. 어린 시은이가 아름답다. 장군이와 천둥이, 시은이와 다은이의 꿈이 다른 두 아빠의 고동을 슬프고, 가슴 아프게 하였다.
이 영화의 주 줄거리는 시은이와 천둥이의 슬프고 감동적인 사랑 이야기이다. 결말부에서 아픈 천둥이가 사력을 다해 달리고 그랑프리를 차지했다는 설정에서는 다소 무리가 따르지만, 전편에 흐르는 극적인 감동으로 다 극복이 된다. 아삭아삭하는 각설탕과 목에 댕댕 달린 종소리가 천둥이와 시은이를 연결해 주는 거멀못이다. 말은 말이 없는데, 시은이랑은 잘 통한다.
작년 개봉한 영화 ‘말아톤’은 흥미를 추구한 점이 있어서 예술적 감동면에서는 실패요, ‘각설탕’은 성공하였다. 초원이가 잘 뛰듯이 ‘말아톤’의 얼룩말은 잘 뛴다. ‘각설탕’의 장군이는 잘 뛸 수 없지만, 주인을 잘 알아 본다. 제 주인을 감동하게 한다.
아름마을 마리에뜨 음식점에서 각설탕을 한 개 달래서 받아 왔다. 예전에 소홀히 보던 것을 오늘은 작은 종이에 깊게 싼 각설탕 하나를 유심히 보고 본다. 설탕 가루의 달콤한 맛이 천둥이를 잘 달리게 하였다. 시은이가 질주하는 넓은 초원과 경마장의 영상은 참으로 아름답다. 배당률이 다른 사람의 손에 왔다 갔다, 내 손에 왔다 갔다 극명하게 갈려서 함성이 더 큰 시은이의 경마장 질주도 진한 울림을 주는 감동이다. 마상 위에서 치켜 세운 시은이의 큰 엉덩이랑 간발의 차이로 질주하는 천둥이의 말발굽이 아름답다.
요새 드라마 ‘사랑과 야망’을 보고도 훌쩍훌쩍 울며 나오는 녀석을 옆에 있어서 흘끔흘끔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도 눈자위는 반짝반짝 빛이 난다. 저 혼자 흘린 눈물이 촉촉하게 젖어 눈동자에 고여서이다. 우리 수아 녀석 말고도 한 칸 건너 제 어미도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깜깜한 영화관에서도 잘 보인다. 지아 녀석은 감동만 하고 울지를 않고, 나도 지아처럼 가슴으로만 울었다. 천둥이가 잘 달려도 울고, 아파 쓰러져도 울었다. 내 옆에서도 훌쩍훌쩍, 사람들은 영화 장면 장면의 감동을 제 일처럼 여긴다.
자연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자연을 담아 낸 영상미다. 실제 직접 가서 보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긴 하지만, 가서 본 감동보다 영상으로 담아 온 대형 화면이 더 아름답다. 먼 장면을 끌어 당긴 줌 렌즈와 포커스에는 예술적 혼이 담기나 보다.
어려서 ‘팔도강산’으로 처음 알게 된 영화였다. 자은가리 이동 영화막 속에서 영화를 처음 보았다. 문희와 아역 배우 김정훈이 등장하는 ‘엄마 찾아 삼만리’, 신성일 주연 ‘미워도 다시 한번’은 나의 눈자위를 촉촉이 하였었다. 잘 돌아가다 멈추기 일쑤인 영사기 필름, 빗줄기처럼 내리는 화면의 영상 자국, 연기자의 입 모양과 말이 달라서 혼란을 주던 어린 시절에는 성우 더빙이 더 매혹적인 영사기가 돌던 시절이었다.
나는 다시 예매를 부탁해 놓았다. 우리 어머니랑 와서 다시 한 번 더 보고 싶어서이다. 오늘 저녁, 수아 녀석은 수원 구장에 가는데, 한양유치원 앞에서 천둥이 친다. 우두두둑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크고, 서쪽 하늘에서는 번개불이 번쩍번쩍하고 갑자기 소낙비도 내린다. (2006.08.26.)
휴대전화,
드디어 수아의 꿈이 이루어지는 날, 우리 두 부부는 제 소원을 이루고 휴대 전화를 갖게 된 수아를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지불하는 돈이 비싸도 마음은 넉넉한 날이었다. 조조영화 한 편 보고, 서현동 로데오 거리에서 전화 매장을 찾아 다녔다. 나는 여기서 최근 모델을 보고, 오리 CGV 아래층에 있는 매장으로 안내하였다. 아주 큰 데는 아니지만 매장이 제법 여러 군데 있었다. 제가 갖고 싶은 모델을 찾고, 요즘 새로 나온 모델을 비교해 결정이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애초 좋아하던 모델을 권유하고, 제 어미나, 제 동생, 가게 점원은 새 모델을 권하였다. 현금 지불 조건으로 63만원에 구입하였다. 마냥 언니가 부러운 지아도 하나 갖고 싶어 하였지만, 아직 어려서 더 있다 구입하기로 미루었다. 반에서 2등하면, 5등하면... 제가 갖고 싶은 간절한 소망을 저 혼자 표현을 그렇게 하였다. 제 언니도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보류하려던 것인데 처녀처럼 커 가는 애를 두고 보니 더는 안 되겠어서 몇 해 앞당겨지기는 하였다. 두 녀석이 번갈아 만지작만지작하는 모습이 참 이뻤다. 신규 가입, 번호 이동(2006.08.26.)
너무 이뻐서,
나는 단 한 번도 비너스(미네르바)를 이겨 볼 생각 없이 살고 있다.
각설탕2,
개봉영화 각설탕2, 시은이의 어린 영상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제주도의 영상이 너무 아름다워서,,, 아삭아삭 달콤하게 깨지는 각설탕의 맛이 살아나서,,, 바삭바삭 입술에 깨지는 소리가 아름다워서,,, 각설탕을 두 번 보게 되었다. 할머니도 오셨네, 종영 후 손 잡고 조심조심 나가며 들린 가족들이 사랑한 영화관이었다. (2006.09.03.)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
학교에 근무한 지 오래되었다.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하며 변화하는 환경과 세태에 따라서 점점 힘든 것을 느낀다.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실감나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잘 모르고 선생 똥은 더러워서 먹지 않는다고 생각해 버리는 것이다. 나는 이 그릇된 인식이 참 안타깝다. 선생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은연 중, 또는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아이 지도가 얼마나 힘든 일이면 영양가가 없어서 개도 안 먹는다고 했겠는가. 학교 근무 하다 보면 아이들을 지도하는 교육관 차이에 따라서 다소 논쟁이 있는데, 나는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것을 신봉하고 있다. (2006.09.09.)
월식,
간밤 새벽은 월식이 있었다고 전자 신문이 전한다. 나는 달맞이, 오늘 아침 달맞이꽃을 보고 학교에 온 사람이다. 오늘 판교 분양 시작일, 주공 A20-1블럭, 47평형 30가구에 청약을 하였다. 참 어렵게 여러 번 시도 끝에 성공하였다. 월식 현상 소식이 기쁘고 좋고, 청약 첫날이라 더 기쁘고, 어렵게 청약이 성공해 기뻤다. 간밤에는 칠월 보름달이 휘영청 밝았다. 밝은 달이 허공에 떠서 내 두 눈을 눈부시게 하였다. 밤 늦은 달맞이, 나는 달빛에 홀리고 신비로워서 달을 한 없이 바라보고 바라보았다. (2006.09.08.)
양평 가는 길,
점심은 옛골에서 호박밥, 저녁은 양평 전주관에서 한정식을 먹었다. 호박밥은 고향 집에서 큰형수가 해 주는 밥상 같이 맛있으나 자리가 불편하였고, 한정식은 몇 숟갈 퍼서 더 얹어 주는 밥맛이 기찼다. 밥값이 만이천원, 만삼천원이나 하였다. 점심은 배불러서 잘 못 먹었는데, 저녁은 배부르게 먹어도 밥맛이 아주 달았다. 연잎이 초록초록하고, 복숭아 빛깔이 불긋불긋한 양평 가는 밤길에는 가을 솔바람이 솔솔 불었다. (2006.09.08.)
가을을 탄다,
그간 몸 달게 했던 창안품 편집이 거의 다 되었다. 마음이 조급해서 가을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다행히 다른 해와는 다르게 올해는 다른 선생님 자료를 구해서 열람할 수 있었다. 나는 나대로 욕심이 생겨서 포샾을 배워 익히고, 편집할 때 써먹느라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었다. 작년에 능숙했던 포샾도 필요한 것은 잊어서 곤란이 여간 아니었다. 다시 배워 편집하는데 실제로 해 보면 잘 안 되었다. 알고 나면 쉬운 것을 알기 전에는 왜 그리 안 되어서 몸달게 하는지... 어머니께서 아프다고 하시고, 애들 시험 보는 중이고,,, 가을이 왔으나 잘 느끼지 못하였다. 맴도는 그리움이 슬슬 깊어지는 가을, 나뭇잎이 타들어가는 것처럼 그 가을을 너무 잘 타는 남자인 것 같다. (2006.09.29.)
불곡산,
나는 산에 가서 산새 소리를 듣고 오는데, 남들은 이어폰을 꽂고 다닌다. 산은 아름다운 산새 소리 울려 퍼지는 공개홀이다. 산은 산소의 준말(?)이다. 4,50대가 다니는 산은 종합 병원이다. 산은 높이가 있고, 깊이가 있어서 내 인생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낮고, 얕으며... (2006.10.01.)
곤지암천,
곤지암천에서 하얗고 큰 새를 자주 본다. 백로나 왜가리 몇 마리다. 이 녀석들이 목이 긴 모습을 하고 곤지암천에 앉아서 유유히 노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하였다. 언제나 먹잇감을 노리고서 숨죽이고 서 있기만 하였다. 나는 문득 깨달았다. 움직이는 생물들은 먹고 사는 일에 골몰하는 것을,,, 도시의 비둘기도 먹잇감을 찾아 보도 블럭을 걸으며, 뭐 먹을 것 없나 둘레둘레 찾기만 한다. 나뭇가지의 솔새나 박새, 참새도 그러했다. 요기 앉았다, 조기 앉았다 촐삭거리며 작은 새들도 언제나 먹이 어디 있나, 없나 쪼는 일에 열심이었다. 솔개미도 그렇다. 후문 지도하며 크거나 작은 개미를 자주 본다. 가늘고 긴 장대 끝에 음식물을 얹어 조심하여 앞에 대 주었는데도 개미는 모르고 그냥 지나가기 일쑤이다. 바로 앞에 있는 먹잇감도 있는 줄 모르고, 부지런히 누비고만 다닌다. 저 지나가는 길목에 우연하게 걸리면 가지고 가는 것인가, 개미는 후각도, 시각도 없나 보다. 나도 요즘은 먹고 사는 일이 아주 중요한 일임을 깨닫고 음식을 먹을 때마다 먹고 사는 일에 대하여 감사의 기도를 하고 있다. (2006.10.01.)
고향의 달,
오랜만에 다녀 온 고향에서 맑은 하늘을 보았다. 고향의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숨을 들이켰다. 내가 다니던 길도 걸어 보고 먼 곳은 멀게 서서 바라보았다. 성거산, 섬바위, 성산... 우리 밭 다니며 걷던 길, 밭둑이던 곳, 산길이던 곳, 아카시아나무 울창하던 곳, 박쥐 몇 마리 서식하던 곳, 내가 지은 아카시아 그늘막이 여기 있었다. 비밀의 집, 은밀한 집, 별장처럼 나만의 집을 지어서 깨끗한 지푸라기 깔고 눕던 곳이다. 묘소 있는 곳, 지목골 쪽 행길, 자은가리 고개... 옛날 있던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다닐 때까지 하나하나, 한 가지 한 가지 추억들이 벼랑 밑에 수북히 자란 억새풀 머리카락으로 흔들흔들 거린다. 마침 가을 바람이 한들한들 불어 오기 때문이다. 높았던 퇴뭇산 하늘에 달이 떴다, 고향의 달, 내일이 보름인데, 미리 오늘 떴다. 내가 그 달을 본다. 어릴 때 심정으로, 지금 심정으로... 다 그립다, 하나하나... 탱자 가시 돋친 울에는 달걀 노른자위 같은 작은 보름달이 탱자로 떠 있고 참 곱기도 하다. 탱탱한 빛깔로 매달려서 보름맞이 하는 내 마음을 더 들뜨게 하였다. 빛깔이 너무 너무 고운 탱자, 탱탱한 탱자 알, 밤하늘의 작은 별들처럼 촘촘히 빛나는 모양으로 다닥다닥 달려서 올 가을 고향 마당이 더더욱 따숩다. 푸근하게 생긴 달덩이, 허공 중에 둥둥 뜬 달, 저 달이 나를 비치고 내가 저 달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풍선만하게 부푼 보름달을 잔뜩 오그려 작은 보름달 만들어 매단 탱자 알 하나, 둘, 셋... 하늘의 별처럼 촘촘한 탱자 알, 탱자나무에 뜬 작고 작은 달 하나, 둘, 셋... 나의 달이 밝은 빛을 하고 고향 하늘에 휘영청 떠 있다. 앞으로 소토골 고개가 한산하고, 낮게 보인다. 소토골 고개, 장가리 고개, 부대를 감아 놓은 고개 둘이다. 반갑다고 제 꼬리를 흔들고 토실토실한 멍멍이가 나를 쳐다본다. 오늘 난 그리움 하나 더 늘어 고향서 생긴 그리움 하나를 더 보태는 날이 되었다. (2006.10.05.)
한가위 명절,
해마다 명절이면 나는 고통을 겪는다. 아버지 기일도 그렇게 하였다. 먼저 가장 속상하게 우리 엄마를 속여야 한다. 매번 별 뾰족한 방법이 없어서 학교 근무라고 하고 나 혼자 천안에 다녀서 성묘를 하고 슬며시 올라온다. 올해는 엄마가 개~ 뭐라고 하셨는데 난 놀라서 그 말을 그만 잊었다. 그냥 멍하니 엄마를 바라만 볼 뿐이었다. 달력을 보고 보고 기다린 보람이 극에 달하게 허망하여서 나온 엄마의 반응이라 나는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지난 설날에는 그 허망함이 민망하게 나는 평생 명절을 언제 쇠 보느냐고 하셨기 때문이다. 애엄마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계시고, 요번 명절에는 큰누님이 거들어서 잘 넘기긴 하였는데, 눈치 100단인 우리 엄마는 우리 집에 무슨 영문이 있는지 아시는 것 같기도 한데, 전혀 말씀이 없으시다. 꾹 참고 내 눈치만 살피시는 것 같아서 더더욱 힘들고 속상한 명절이다. 명절 기간이 긴 요번은 나도 갈께 하셨는데도 담 거려 아프신데 어떻게 가시느냐고 말리어모면하고, 나 혼자 내려 가서 3형제가 성묘를 하고 올라왔다. 참 오랜만에 모인 3형제이다. 오늘은 학교 간다고 하고 서울에 다녀서 중앙극장, 청계천, 인사동 골목, 경복궁을 둘러보고 돌아 왔다. 제사 때는 찜질방에 가서 시간 보내다 오기도 하고, 전 같은 음식을 미리 사서 준비하였다가 가져오기도 하고, 별의 별 일이 다 많다. (2006.10.06.)
달맞이,
팔월 한가위 보름달, 늦은 밤 달맞이, 바람 잔잔한 율동공원, 수아엄마는 두 바퀴, 나는 한 바퀴, 휘영청 둥근 달이 밝은 밤, 분당저수지 위 나뭇가지에 스치는 달빛, 달빛, 높이높이 도다샤 멀리 멀리 비치오시라... 스치는 생각이 많은 달빛, 달밤... 오늘은 계수나무 한 나무랑 토끼 한 마리를 보았다. (2006.10.06.)
수락산,
수락산 다녀온 지 몇 해 되었는데, 오늘은 수아엄마랑 일찍 나섰다. 수서고속화도로, 청담대교, 동부간선도로, 수락산역, 나는 사람들 얼굴을 많이 보려고 하였다. 내려 가는 사람들이나, 올라 가는 사람들이나 나랑 많이 닮은 얼굴들이었다. 새 소리는 거의 없고, 쓰르라미 소리가 간혹 들렸다. 산 골짜기는 물 한 방울 없이 말라 있었다. 몇 해 전 발자취 따라 올라가고 내려온 수락산, 산은 옛날 했던 표정으로 나를 반기고 나는 봄 표정인 수락산과 가을 표정인 수락산을 생각하며 잘 다녀왔다. 수아엄마는 무섭다며 아슬아슬한 암벽 등반을 잘 하였다. 의정부 시가지와 도봉산, 북한산 자락이 가깝게 다가왔다. 의정부 일대는 군 추억이 새록새록 나게 해 주는 곳이다. 101보충대도 요 산 아래 어디다. 파견 근무했던 호원동 미군 부대도 도봉산 아래 바로이다. 올라갈 때는 한산하였는데, 내려올 때는 매우 북적거렸다. 조금 지쳐서 힘들었는데 거의 다 하산, 수락계곡에서 김밥을 꺼내 먹었다. 고향에서 따 온 배, 평택에서 산 천안 거봉 포도, 과일 맛이 시원하고 달았다. 계곡에서 고르고 골라 깔고 앉은 반석이 참 시원하여 아주 잘 쉬었다. 사진을 찍고, 찍고, 또 찍었는데, 거의 다 못쓰게 되었다. 칩 고장이 난 모양, 나도 실망이 크지만, 수아엄마는 더한 표정이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 망가진 파일 살리려다 애만 많이 쓰고 그만 두었다. (2006.10.07.)
혼인기념일,
나는 이 날 아주 혼이 났다. 심야 영화를 보고 그게 뭐냐고 한 것이 시작이었다. 모처럼 같이 하려고 심야 영화를 보던 것이었는데, 영화 내용과 장면이 폭력이고 왜 이런 영화를 만드느냐는 게 나의 주장이었다. 그 마음을 못 맞춰 주느냐며 심통을 부렸다. 야단이 났다. (2006.10.11.)
사람, 아주머니, 엄마,
나는 모처럼 사람을 보았다. 아주머니를 보았다. 우리 어머니를 보았다. 낯도 모르는 우리 어머니... 혼인 기념일을 맞이해서도 우리는 시작을 좋게 하였다가 나중에는 벌어지고 있는데, 그 사이로 의외의 상황이 늦은 밤 나의 눈에 뜨이는 것이다. 뭉쿨한 사연은 영화 “타짜” 감상 내용을 가지고 티격 태격하여 서로 좋지 못한 간격으로 집에 가는데, 지하 주차장에서 나오다 615동 입구에서는 어느 한 여자(?)가 뒷편으로 앉아서 한 뭉치 신문 속에 전단지를 넣고 있는 것이 아닌가? 뒤 편에서 뒷 모습을 본 손놀림 재간이 여간 아니었다. 남들은 피곤하여 쉴 시간인데, 그 여자(?)는 한창 근무 시간이었다. 혼자서, 아무도 없는 데서 그렇게 열심히 하였다. 흐릿한 몇 십 촉짜리 불빛 아래서 부지런히 부지런히 신문지 높이를 내려 갔다. 다른 한편에는 그 높이만큼 높아져 간다. 밤은 점점 더 깊어 가는데 언제 끝나는지 알 수 없지만, 순간 가슴이 다 뭉쿨하였다. 나는 신문 보는 것을 전화 한 통화로 간단히 끊어 버렸는데 그런 것들이 가슴이 아프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우리 두 부부는 애시당초 잘 하려고 한 야밤에 아무 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다투기나 하고, 영화 한 편 내용 가지고 비위 맞춰 주네, 안 맞춰 주네 옥신각신 하며 집으로 들어가는데, 이 여자(?)는 늦은 시간도 아랑곳 없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않은가? 그 날 밤 본 어머니는 자녀를 양육하는 우리들 어머니 아닐 텐가. 이 시대 가장 아름다운 사람, 나는 뭉쿨한 장면을 보고 그 날 밤 감동이 잘 잊혀지지 않아서 지금 이렇게 쓴다. 젊었을 때 우리 엄마 모습이 저랬었다고... 우리들도 저렇게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2006.10.20.)
우리 지아 생일 날,
오늘이 우리 지아 태어난 날, 열네 돌이다. 녀석이 유모차 탔을 때 분당에 이사 왔으니까 우리가 분당 아파트 분양 받은 지 한 12년쯤 된다. 내가 강원도 인제 있을 때 이 녀석이 태어 났다. 태몽도 꾸었는데, 커다란 물고기가 물 마른 수족관(큰 어항 정도 크기) 안에서 입을 벌름벌름 하며 혼자 유영하며 놀고 있지 않은가. 크고 못 생긴 물 마른 물고기였다. 나는 그 녀석을 보고 좋아서 얼른 손을 내밀었는데, 그 녀석은 나를 홱 뿌리치고 뒤돌아 서 버렸다. 나는 하도 아쉬워서 그 꿈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지아 녀석이 태어나려고 한 꿈이다. 언니 때는 못 갔었지만, 지아 녀석 태어날 때는 버스를 타고 일찍 내려 갔었는데,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 청주로 가는 경부고속도로 서쪽으로는 저녁 노을이 유난히 빛난 날이었다. 불그레한 저녁 놀이 버스 창으로 빛나고, 나는 우리 아가를 생각하며 내려갔다. 나는 지금도 그 녀석 얼굴을 보고 그날 빛났던 저녁 노을을 생각하며 산다. 저녁 노을을 보면 우리 아가를 생각하기도 한다. 그 녀석은 하느님이 우리 집에 보낸 천사이고 우리 집 귀염둥이이다. (2006.10.20.)
태화제,
난생 처음 생활지도부장도 해 보고, 태화제 축제도 준비해 본다. 오늘도 늦은 시간까지 4층 신관 과학실이 불 밝혀 있다. 모두 열심히 하는 축제 준비, 하나하나 내 손이 안 가는 게 없고 안 들어 주는 게 없다. 추진하는데 정말 지치는 하루 하루, 그래도 점점 날이 가며 이제는 행사를 착착 진행하는 일만 남았다. (2006.10.20.)
끝,
오늘은 일의 끝인 기분이 든다. 올해 정말 스트레스 먹던 축제이다. 그 기획부터 추진, 진행, 종료까지 한 시름을 놓을 수 없었다. 오늘 그 끝을 보았다. 정말 대단한 끝이다. 새벽 4시 일어나 5시 학교 도착, 밤 10시에나 집에 갈 생각이다. (2006.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