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마 헤이엑의 섹시한 매력을 최대한 강조한 [애프터 선셋]은 도둑 영화다. 뭇 여성들을 유혹했던 제임스 본드 피어스 브로스넌의 팽팽했던 피부도 늙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안토니오 반델라스와 함께 출연한 [데스페라도], 타란티노 각본 로드리게스 감독의 [황혼에서 새벽까지]에서 흡혈귀 춤을 추던 셀마 헤이엑의 섹시한 매력을 이보다 더 이상 좋을순 없을 정도로 강조하고 있다.
[애프터 선셋]은 미처 여름 휴가를 다녀오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캐러비안 베이의 절경을 보너스로 등장시킨다. 전형적인 휴가용 영화지만, 은퇴를 결심하고 휴양지에서 새로운 삶을 보내고 있는 전설적 도둑 커플 맥스와 롤라에게 나폴레옹의 세번째 다이아몬드가 나타났다는 정보를 흘리며 그들을 함정으로 몰아넣는 형사의 정면승부 게임이 시작되면서 영화는 조금 흥미로워진다.
영화를 끌고 가는 중심축은 전형적인 형사/도둑의 쫒고 쫒기는 관계지만, [애프터 선셋]은 약간 중심축을 비틀고 있다. 적에게도 탄복을 자아내게 할만큼 맥스의 솜씨는 전설적이다. 그는 이미 나폴레옹의 칼에 박혀 있던 다이아몬드 세 개중 두 개를 훔쳤다. 은퇴한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은 그들에게 계속 다이아몬드를 뺏긴 FBI 수사요원 스탠.
그러나 스탠은 오히려 맥스를 존경한다. 맥스 때문에 3개월 정직 처분을 받고 그 기간 중에도 맥스를 잡기 위해 카리브 섬까지 쫒아왔지만, 맥스와 스탠의 관계는 살벌한 긴장감이 가득찬 형사/도둑의 전형적 관계는 아니다. 그들은 오래된 친구처럼 보인다. 서로 감쪽같이 속고 속이는 게 아니라, 보석이 저기 있다. 그러니 한 번 훔쳐 가봐라. 그래 내가 이렇게 훔칠 것이다. 이렇게 예고하는 식이다.
[애프터 선셋]은 스크린으로 떠나는 휴가다. 대형 바닷가재가 더 이상 먹기 싫다고 너무나 신물 났다는 표정을 짓는 맥스와 롤라를 보면 부러울 따름이다. 관객들의 결핌을 최대한 대리충족시키기 위해 영화는 노력한다. 카리브섬의 최고급 리조트가 등장하는가 하면, 롤라와 맥스가 살고 있는 너무나 낭만적입 집도 눈을 사로잡는다. 침실 문을 열어젖히면 그대로 망망대해 바다의 수평선이 펼쳐져 있다. 롤라의 소원은 맥스와 함께 나무로 지은 베란다에서 해 지는 노을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할리우드의 유행어인 동성애 소재를 지나치게 코믹하게 삽입한다거나, 맥스와 롤라 도둑 커플에게서 진실된 사랑을 관객들이 별로 느낄만한 가슴 저리는 부분이 부족하다는 것은 이 영화가 그저 심심풀이 땅콩 영화라는 것을 증명한다.
[내추럴 본 킬러]에서 연쇄살인마로 나온 강렬한 캐릭터의 우디 해럴슨이 조금 얼빵한 FBI로 등장하고 에드워드 노튼이나 NBA의 농구 선수 샤킬 오닐이 눈 깜짝할 사이에 등장하는 까메오 출연한다. 감독은 [러시 아워] 시리즈의 브렛 레트너.
[스미스 부부]에 이은 휴가용 오락영화.(아무 생각없이 팝콘 먹으며 보는 재미는 있다. 그리고 정말 카리브해로 휴가 가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