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사
'늘푸른 바다'와 '고래사' 이 둘은 무슨 관계일까? 함께 일하던 형과 동생이 다른 회사로 분리했다 다시 뭉쳤다. 동생 전정길 씨가 '늘푸른 바다'로 공장을 키우고, 지금은 별세한 형이 '고래사'로 판매를 담당했다. 63년간 어묵을 고집했던 어묵 집안이 2대로 넘어오며 다시 의기투합해 '고래사'라는 브랜드로 돌아왔다. 고래 없는 바다는 의미가 없고, 바다 없이 고래는 살 수가 없으니까.
부전시장 죽 골목에 들어서면 어묵을 굽고 튀기고 끓이는 맛있는 냄새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어묵을 빵처럼 골라 담아 사가거나 2층에 카페처럼 꾸며진 공간을 갖춰 어묵을 편안하게 먹을 수 있다.
어묵으로 어떻게 국수를 뽑을 생각을 했을까? 어묵면으로 만든 '어우동'은 맛도 있고 살도 안 찔 것 같은 생각에 자꾸 손이 간다. 가마보코를 이용한 초밥도 아이디어에 한번 놀라고 맛에 다시 놀란다. 어묵 샐러드, 크로켓 등 어묵의 변신이 어디까지 일지 궁금하게 하는 집이다.
어묵면을 이용한 스파게티와 다른 요리들도 개발 중이라니 곧 문을 열 해운대 점에서 만나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우동 4천 원, 어묵초밥 3천 원, 어묵 크로켓 1천500원, 어묵 버거 3천 원. 부산 부산진구 중앙대로 769번 길. 07:00~19:00. 1577-0676. www.goraesa.com.
박종호·박나리 기자 nari@busan.com
환공어묵
부평동 어묵 골목에 자리 잡은 환공어묵은 1940년부터 시작해 3대에 걸쳐 가업으로 이어가고 있다. 오징어, 당면.우엉 어묵·묵도리(사각 어묵)가 인기 제품이다. 환공 어묵을 쓰면 좋은 재료, 맛있는 재료를 쓴다는 것과 같다고 할 정도로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부산에서 살며 어묵 맛을 알게되면 다른 지역으로 이사가도 꼭 환공 어묵으로 사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 환공어묵만 사용한다고 자랑하는 어묵집도 있을 정도다. 오랜 역사 만큼이라 오래된 팬이 많다. 기술력이 바탕이 되어 다른 집보다 어묵이 쫄깃하고 담백하다.
가격대도 3개 1천 원부터 3천500원까지 다양하다. 전국에 45군데 매장과 대리점이 있어서 부산이 아니더라도 제품구매가 손쉽다.
혼합 모둠어묵세트 1만 원, 영업시간 07:00~20:30, 부산 중구 중구로43번길 25 1층, 051-245-2969. www.환공어묵.kr.
보돌어묵
2013년 부평시장에서 시작해 2014년 부산교대역 근처에서 카페&어묵집으로 다시 개업했다. 어묵을 사서 간단히 데워 먹고 갈 수도 있다. 카페와 담장도 없이 공존하는 어묵 가게의 구조라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곁들여 어묵을 먹는 이색 경험을 할 수 있다. 특별히 조리된 어묵은 없고 구매한 어묵을 데워먹는 정도라 조금 아쉽다. 반대로 생각하면 커피 마시러 갔다가 어묵을 구매하거나 택배로 보낼 수 있으니 그건 좋은 점이다. 어떤 것이 잘나가는지 물었다. 땡초어묵·오징어땡초볼어묵·양파어묵·조기 맛 어묵이 인기라고 한다.
'보돌'이라는 블로그 닉네임을 쓰는 윤보람 씨가 부모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보돌양의 젊은 감각이 더해져 '캠핑오뎅세트' 같은 재미있는 제품들이 눈에 띄나 보다. 어묵탕을 끓이면 같이 따라온 수프만 넣어도 맛있는 국물 맛이 우러나온다. 좋은 생선살을 사용한 덕분이다.
캠핑오뎅세트(4~5인용) 1만 8천 원. 영업시간 11:00~18:00. 연중무휴. 부산 거제동 757 중보st 빌딩 103호. 051-256-0055. www.bodolbodol.co.kr.
범표어묵
1984년부터 어묵을 만들기 시작했다. 부평 직영점을 비롯하여 경성대에서 맥주와 함께 어묵을 즐길 수 있는 어묵집도 영업 중이다. 경성대점은 노천에 텐트를 설치해 야영장에서 맥주와 함께 어묵탕을 먹는 기분이 들게 하는 방식이 이색적이다. 어묵 하면 소주나 정종이 떠올리지만 범표어묵은 크롬바커 맥주를 대표로 내세운다. 2대째 가업을 잇는 김희규 사장의 새로운 감각이 더해진 덕분이다. 어묵 메뉴 이름 중에 '88 어묵'이 눈에 띈다. 왜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 생선살 88%를 넣고 만든 어묵이란다. 범표어묵은 그만큼 어육살을 엄청나게 많이 넣고 만든다는 사실을 한 번에 알 수 있다.
부평점에서는 구입과 시식이 모두 가능하고, 경성대점에서는 조리된 어묵 요리를 먹을 수 있다. 양쪽 다 맛있는 맥주를 마실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부평점. 고급수제어묵세트 1만 원, 영업시간 09:00~19:00. 부산중구 부평동 2가 13-1. 051-245-5089, www.amuk.co.kr.
미도어묵
1963년 '맛의 진리'라는 뜻으로 시작된 미도어묵이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2003년에는 쌀 어묵을 처음으로 만들었다. 2008년에는 '해참부산미도어묵'이 부산 어묵의 아이콘이라고 부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미도어묵은 밀가루 함량은 낮고, 어육 함량이 높은 고급 어묵 제품으로 승부한다. 어묵을 이용한 다양한 레시피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공개해 놓아서 관심을 끈다. 미도어묵은 최근 '미도큐브'라는 신제품을 발매했다. 사각의 치즈처럼 생겨 아이들 간식용이나 안주용, 피자용 토핑으로도 먹으며 좋다. 현재 시작 단계로 온라인 판매만 하고 있지만 벌써 반응이 뜨겁단다. 공장 근처 장림에 직영점, 부평동 시장에 미도어묵 매장이 있다. 정호진 사장의 큰 딸로 3대째인 정혜문 실장은 "우리도 수제 어묵 위주로 한 고급형 어묵 베이커리를 만들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부평동 매장. 고급어묵 세트 1.3㎏ 1만 원, 미도바 4종 30개 세트 3만 4천300원. 부산 중구 부평동 2가 14-5. 051-245-2968. www.미도어묵.com.
감성오뎅
부산진구 연지로얄맨션 맞은편 작은 골목에는 이동준 사장의 젊은 감성을 담은 '감성오뎅'이 자리 잡고 있다. 늦은 시간인데도 가게 안에는 이미 많은 손님이 모여 앉아 술잔이 오고 가고 있다. 가게 한가운데엔 여러 가지 어묵이 담긴 어묵바가 있다. 하얄리야 부대 뒤편에서 어묵 집을 하던 할머니에게서 비법을 전해 받았다는 소문이 있어서 물어봤더니 외숙모란다. 국물에는 멸치 육수의 시원함과 함께 단맛이 돈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맛이다. 다른 화려한 수식이 없는 국물인데도 자꾸만 손이 간다. 취향대로 원하는 만큼 어묵을 골라 자리에 앉으면 양파와 겨자 간장이 담긴 그릇이 나온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감성이 메말라간다는 생각이 든다면 감성어묵에서 어묵을 먹자.
오뎅·곤약·떡 각 700원, 소힘줄(스지) 1천500원, 비빔국수 3천 500원. 영업시간 11:30~23:00. 일요일 휴무. 부산진구 연지동 동평로 235번길 15. 070-4239-4180.
범전동 오뎅집
범전동 오뎅집 간판에는 1968년부터 시작되었다고 적혀 있다. 하얄리아부대 분수대 인근에 있던 오뎅집 할머니의 40년 비법을 이어받은 박영근 사장이 2009년도 3월에 현재의 자리로 옮겨와 새롭게 시작했다. 좋은 재료는 좋은 맛의 기본이다. 환공어묵과 국내산 채소를 사용한다. 남해산 멸치만 사용한 육수와 거기에 담긴 18종류의 어묵에서 우러나온 맛이 어우러져 깔끔하면서도 단맛을 내는 국물이 완성되었다. 어묵이 맛있는 건 기본이고 매콤한 비빔국수와 함께 어묵 국물을 먹는 것도 단골들의 세트메뉴이다. 처음 방문해 잘 모를 때는 단골들의 비법을 따라 하는 것도 방법이다.
오뎅 700원, 비빔국수 4천 500원. 영업시간 11:00~21:00. 일요일 휴무. 부산진구 시민공원로 11 서면쌍용스윗닷홈SKY, 051-803-5008.
명성횟집
전국 어디 가서 먹어봐도 어묵탕의 기준은 '명성횟집'이다. 여기만큼 국물이 깊고 내용물이 풍성한 곳은 여태 없었다. 명성횟집은 1968년에 문을 열었으니 50년이 다 되어간다. 명성의 어묵탕은 식사 때는 백반, 술 한잔 할 때는 안주로 정겹다. 살짝 들여다보니 어묵, 곤약, 스지가 칸칸이 들었다. 노랗거나 흰 어묵, 녹색의 은행과 다시마가 어울려 색깔이 참 곱다. 어묵 국물은 소뼈를 넣고 곤 뒤 해물을 많이 넣어 시원한 맛을 냈다. 정선옥 사장은 "오뎅탕에는 15가지의 재료가 들어가는데 우리 집만큼 재료를 풍부하게 사용하는 곳을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어묵탕 한 그릇 안주로 시키면 꼴뚜기 회, 문어 숙회, 꽁치구이 등 술 한잔 하는 데 꼭 필요한 안주는 다 가져다준다.
오뎅백반 7천 원, 오뎅탕 2만 5천~3만 5천 원. 영업시간 11:00∼22:00. 1, 3주 일요일 휴무. 부산 동구 수정2동 207. 051-468-80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