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성당의 ‘좋은 영화 상영팀’은 첫 영화 상영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 생각이 많았습니다.
새 성전으로의 이사로 성전건축의 오랜 꿈을 이뤘고, 유난히 길었던 추위의 끝인 새 봄,
그리고 곧 맞이하게 되는 부활과 힘차게 시작된 교양강좌!
이 모든 것들이 이야기 하는 요즘 우리 성당의 일기예보는 본당신부님의 얼굴이 보여주시듯 ‘맑고 화창함’입니다.
첫 영화 ‘맨발의 꿈’도 우리성당의 일기예보와 같은 영화입니다. 그러나 ‘맑고 화창함’이전에 천둥도 치고 비도 오듯 영화 ‘맨발의 꿈’은 제목에서 느껴지듯 맨발로 꿈을 이루기까지의 고단한 과정들이 낯설지 않게 스며드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소개 받으며 들은 단 한마디는 “꿈과 희망을 이야기 한다”라는 다소 식상한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저 개인적으로는 ‘꿈, 희망’이라는 단어를 그다지 긍정적으로만은 느끼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대체로 ‘꿈과 희망’을 이야기 할 수밖에 없는 고단한 현실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맨발의 꿈’ 역시 주인공 원광(박희순 분)이 “가난하면 꿈도 가난해야 돼?”라고 묻듯 가난과 오랜 내전으로 인한 갈등, 식량 부족등 극도로 고단한 환경을 배경으로 합니다.
그러면서도 그 절망적인 현실마저도 때론 유머러스하게 녹여낼 만큼 철없는 어른 주인공 원광과 아이들의 따듯한 성장과정이 두 시간 내내 맑고 잔잔한 감동으로 우리를 이끕니다.
맨발의 꿈은 21세기 최초의 신생독립국인 동티모르에서 무명의 전직 축구선수가 우여곡절 끝에 유소년 축구단을 만들어 일본 히로시마 30회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에서 6전 전승을 이룬 실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동티모르의 히딩크라고 불리는 김신환씨의 실화를 소재로 한 감동드라마이지요.
말이 달라도 전 세계인을 하나로 만드는 위대한 언어가 있습니다. 바로 스포츠입니다! 그 중에서도 우리에게 열광적인 응원부대 ‘붉은악마’를 탄생시킨 축구를 다루고 있기에 누구에게나 ‘맨발의 꿈’은 친근하게 다가갑니다.
내전으로 서로를 죽여 원수가 되어버린 집안의 아이들이 유산처럼 떠안은 갈등과 지독한 가난등 모든 고단한 상황들은 수십년전에 독립과 전쟁을 먼저 겪었던 우리의 정서에도 낯설지 않습니다.
한 때 각광받던 축구선수였지만 번번이 사업에 실패한 원광은 동티모르에서 맨발로 공을 차는 아이들을 보고 축구용품점을 열어 돈을 벌 수 있는 마지막 승부수를 겁니다.
한국어와 영어, 현지어등 4개 국어를 이어 붙여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는 융통성 있는 언어 구사력과, 신발을 살 수 없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축구화를 미리 신기고 하루 1달러씩 일수찍듯 신발값을 챙겨 받을 정도로 수완을 가진 원광이 늘 돈 버는 일에 실패를 거듭하는 이유가 저는 참 궁금했습니다.
그러다가 원광이 마지막 승부수마저 접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동티모르를 떠나기 직전, 인도네시아의 대표선발 오디션에 참가하기 위해 절도를 한 라모스의 선처를 구하기 위해 가진 전 재산을 내놓으며 울먹일 때 모든 것이 선명하게 이해됐습니다.
그 순간 비로소 아이들의 ‘맨발의 꿈’은 원광의 꿈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맨날 시작은 하는데 끝을 본 적이 없어. 쟤들과 함께라면 끝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아”라는 원광의 말에서 더욱 확연해 집니다.
아이들의 절박한 상황을 돈을 버는 수단으로밖에 보지 못했던 철없는 원광이 꿈을 심어주는 따뜻한 인간애의 멘토로 변화하는 모습에서 교회의 문을 두드리며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해 들어서는 우리의 갈 길을 봅니다.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긴장과 갈등이 끝나는 곳, 그래서 꿈이 현실화 되는 그때이겠지요. 오랜 내전으로 서로를 죽였던 어른들에게서 갈등을 물려 받은 라모스와 모따비오는 훈련중에도, 시합중에도 시종일관 싸웁니다.
게다가 어렵게 참가한 국제축구대회에서도 서로 패스를 하지 않아 결정적인 골 득점의 기회를 놓치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이제 아이들의 ‘맨발의 꿈’은 허망하게 끝나버릴 것 같습니다.
그 때 반전이 일어나지요. 상대팀의 견제로 넘어진 라모스에게 모따비오가 손을 내밉니다.
그리고 서로 손을 잡고 일어서는 화해를 계기로 반전이 일어납니다. 일본과 맞붙어 두 골을 먼저 먹히고 패색이 짙었던 경기가 이이들의 화해로 감동의 역전이 일어난 것입니다.
손을 맞잡은 아이들은 꿈이 이루어지는 작은 기적의 출발점을 보여줍니다.
그것은 “내가 먼저 손 내미는 것”이라고요.
우리의 성전건축의 꿈도 많은 이들의 ‘손 내밈’으로 이루어졌으니까요.
영화 ‘맨발의 꿈’은 실화에 충실하여 재미보다는 조용한 감동에 무게를 둔 휴먼드라마입니다. 영화 속 뚜아, 라모스, 모따비아는 실제 유소년 대표들입니다. 동티모르의에서는 최초의 영화촬영이었고 아역배우들은 처음으로 연기를 했답니다. 영화에 직접 출연했던 당시의 대통령 구스마오는 지금의 총리이고요.
우리성당 ‘좋은 영화 상영팀’은 영화의 관해서는 모두 맨발입니다.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형제, 영화를 볼 여유가 없다는 자매, 영화를 좋아하지만 영화엔 무지한 자매. 이렇게 열약한 환경을 앞에 두고 모여진 ‘좋은 영화 상영팀’은 그래서 ‘맨발의 꿈’을 가져야 할 이유가 분명하게 생겼습니다.
일상에 지친 삶을 잠시 미뤄놓고 여유로운 삶의 향기를 찾고자 하는 분들과 함께 소박한 꿈을 엮어가는 것입니다.
원광의 소박한 이웃은 응원하고 싶은 가난한 동티모르 국민들에게 전화로 중계방송을 합니다. 그리고 그 소박한 중계로, 대통령도 국민도 모두 귀를 기울이며 함성을 지르는 축제의 장을 엽니다.
누군가에게 좋은 영화를 통한 감동의 시간을 전화중계 방송하듯, ‘좋은 영화 상영팀’은 소박하게나마 작은 메신저의 꿈을 향해 걷게 될 것입니다.
따뜻한 봄날 저희 ‘좋은 영화 상영팀’과 함께 하시며 여유로운 삶의 향기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영화 상영에 오셔서 핸드폰 번호와 메일주소를 남겨주시면 영화상영 예고와 영화 소개문도 보내드립니다. 보시고 싶은 좋은 영화 추천도 받습니다.
‘맨발의 꿈’ 상영일자와 장소 : 4월27일(수), 저녁 8시, 교육관
첫댓글 네 참 감동적이고 좋은 영화입니다.다시 보고싶은 영화이구요.꼭 참석해서 다시 한 번 보고싶습니다.^^
" 맨 ---" 맨이라는 단어는 무언가 새로운 것 약간 무모하게 도전하는것으로 단어를 사용하는것 같아요 " 맨땅에 헤딩하기 " 등 우리성당에 예전에도 영화 상영을 하였지만 새롭게 맨땅에 헤딩하는것 처럼 첫상영작인 " 맨발의 꿈" 부터 시작하여 많은 회원과 신자들이 바쁜가운데 참석하여 "맨발의 꿈" 이루어지나 한번 보시게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