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7일
우리는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스님들의 탁밧을 보러 나갔다.
탁밧은 우리나라 스님들의 탁발과 비슷하지만 라오스의 그것은 스님들이
동시에 단체로 행하고 그것도 하루 한 번 이른 새벽에 한다는 것이 특이한 점이다.
<스님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스님에게 공양을 하려고 길가에 앉은 여인들틈에
단장마누라와 CFO부인이 음식을 들고 앉아 있다.>
<맨발의 스님들이 공양음식을 받고 있다.>
<드디어 스님들의 본대가 나타났다. 백명도 더 되는 것 같다.
이 스님들은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새벽 예불을 올리고 탁밧에 나서는 것이라고 한다.>
<탁밧에 나선 스님들 중에는 이처럼 동자승들이 더 많다.>
스님들은 이렇게 하루 한 번 탁밧으로 얻은 음식으로 하루를 산다고 한다.
스님들에게 밥통의 밥을 조금씩 떼어서 바치는 현지인들의 표정은 아주 경건하다.
그러나 루앙프라방의 탁밧은 너무나 외국관광객에게 소문이 나서 구경나온 외국인이
실제 탁밧에 참여하는 현지인들보다 더 많다.
관광객들중에는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물을 사서 스님에게 공양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본 단체관광객들은 단체로 음식을 사서 공양한다. 우리가 본 일본 단체관광객은 바나나를
사서 공양하고 있었다.
<탁밧을 마치고 돌아가는 스님들의 모습. 이들은 가면서 구걸하는 사람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기도 한다. 탁밧을 마친 스님들은 각자의 소속된 사원으로 헤어진다.>
<탁밧하고 가는 스님들에게서 걸식하는 소년.>
"책에서만 읽었던 광경을 실제로 보니 흥분된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종교를 허용하고 생활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게 이해가 안된다."
탁밧을 볼 뿐아니라 직접 참여하고 난 유수자씨의 소감이다.
허기야 우리가 늘 보고 들어 온 공산주의사회란 것이 북한뿐이었고, 북한만큼 폐쇄적이고
교조주의적인 사회주의 국가가 이세상에 어디에 또 있겠는가?
그러한 북한에 비하면 같은 사회주의국가라고 해도 라오스는 참으로 인간적이고
정감이 흐르는 나라이다.
호텔에 돌아 와 아침식사를 하고 시내구경을 나선다.
<프랑스 식민지풍의 건물>
<루앙프라방 시내의 작은 사원>
루앙프라방에는 위와 같은 프랑스 식민지시절의 건물들과 라오스 왕국 시절의 왕궁과
사원들이 잘 보존되어 있어 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루앙프라방 시내의 한 학교의 모습. 학생들이 노는 모습이 정겹다.>
<한가한 시가지 모습. 루앙프라방의 시내는 이처럼 복잡하지 않고 한가롭다.
이러한 시내를 거닐고 있으면 절로 마음이 푸근해 진다.>
<루앙프라방 박물관 (왕궁)옆에 있는 사원>
<루앙프라방 박물관(왕궁) 경내에 있는 프라방 사원>
<루앙프라방 박물관 전경>
이 박물관은 1975년 공산혁명전까지는 왕궁으로 사용되었던 건물이다.
이 박물관에는 왕궁으로 사용되던 당시 왕의 응접실과 침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왕궁에서 사용되던 여러가지 의복과 가구, 왕이 외국에서 받은 선물도 전시되어 있고
그밖에 루앙프라방이나 인근에서 출토된 문화재도 보존되어 있다.
왕궁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입장료를 내야함은 물론이지만 반드시 가방을 보관소에 맡기고
신발은 벗어야 하며 박물관내에서의 사진촬영은 절대로 금지되어 있다.
<수박사원. 이 사원의 정식명칭은 "위쑤나랏 사원"(Wat Visounalat)이지만 이 사원에 있는
이 탑의 모습이 수박같다고 해서 수박사원(Water Melon Temple)이라고 불린다.
이 탑안에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들어 있다고 전한다.
이 사원은 1,513년에 건립되어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오래 된 사원으로 꼽힌다>
이 사원은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데 우리 대원들에게
이 사원에 관해서 설명하고 함께 가보자고 하였더니 이제 "사원관람 피로증후군"에 걸렸는지
안 가겠다고 한다. 간신히 남자 대원들만 설득하여 구경하러 갔다. 여자 대원들은 한사코
호텔옆의 공예품가게에서 구경하고 시원한 호텔에서 기다리겠다고 한다.
<수박사원 안의 법당>
수박사원 구경을 하고 돌아와서 다음 일정을 협의한다.
오늘은 루앙프라방을 떠나 비엔티안으로 갈 예정이다. 비엔티안행 비행기는 저녁 6시45분에
떠날 예정이므로 오늘 하루 낮동안 루앙프라방에서 관광 할 시간이 충분하다.
그런데 대원들이 피로증후를 나타내고 움직이려고 들지를 않는다.
하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루앙프라방을 떠나기 전에 씨앙통 사원과 황금사원은 꼭 보아야 한다.
씨앙통사원은 루앙프라방을 대표하는 사원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황금사원은 루앙프라방의
다른 사원들과는 그 건축양식이 전혀 다른 특이한 사원인 것이다.
씨앙통 사원은 메콩강과 칸 강이 만나는 반도의 끝부분 즉 루앙프라방의 동쪽끝에 있고
황금사원(Golden Temple)은 시내의 남쪽에 있다. 걸어다기기는 힘들다. 그리고 공항에도
가야한다,
호텔 데스크 직원에게 부탁하여 밴을 한 대 빌리기로 한다.
호텔에서 우리의 짐을 싣고 씨앙통 사원과 황금사원을 구경시켜주고 식당에 안내하여 우리들이
점심먹을 동안 기다렸다가 마사지집에 데리고 가서 마사지 한 후에 공항까지 데려다 주는 밴을
빌리려는 것이다. 한 6시간 빌리는 셈인 것이다.
호텔 직원이 전화를 하니 밴이 한 대 왔다. 요금을 흥정하는데 24달러 내라고 한다.
참 싸다고 생각했지만 장난기가 발동하여 "너무 비싸다. 20달러만 하자"고 해 보았다.
그랬더니 순순히 그러자고 한다. 20달러를 주니 밴의 기사는 호텔 직원에게 2달러를 준다.
손님을 소개해 준데 대한 커미션인 모양이다. 여기에도 먹이사슬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밴을 타고 다니면서도 요금을 깎은 것에 대해서 계속 후회하였다.
밴의 기사가 너무도 순박하고 성실하였기 때문이다. 4달러가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이 기사에게는 얼마나 큰 돈인지 모르는 것이다. 팁으로 보상해 줄수도 있지만 정당한 요금과
팁은 전혀 다른 것이다.
<씨앙통 사원의 불상. 기둥과 불단의 장식이 아주 정교하고 화려하다. 그 아름다움에 감탄한
외국인들이 사진 찍느라고 정신이 없다.>
<씨앙통 사원의 전각들의 모습. 벽면을 유리로 장식해서 더 화려해 보인다.>
<씨앙통 사원의 아름다운 전각의 모습>
<황금사원(Golden Temple)의 전경: 외관과 내부의 모습이 루앙프라방의 다른 사원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절 안에서 본 스님도 모두 비구니인 것 같았다.>
다음은 루앙프라방을 보고 난 유수자씨의 개괄적인 감상이다.
"루아프라방에 사는 사람들은 우리를 무심하게 대하고 전혀 의식을 하지 않는다.
눈이 마주쳐서 웃으면 순박한 미소를 짓고 아무런 호기심도 나타내지 않는다.
물건 파는 가게에서도 지나치게 환대하거나 팔려고 애를 쓰지 않는다.
길거리에는 관광객이 넘쳐난다. 거의가 배낭여행객들이고 남자고 여자고 덩치가 큰 것이
대체로 독일이나 스웨덴 사람같은 느낌이다.
무시무시하게 큰 배낭을 지고 샌달을 신고 지도나 여행안내서를 들고 어디든지 나타난다.
길은 좁고 먼지가 나고 하지만 먼옛날 어디선가 본 듯한 풍경이어서 낯설지 않다.
벽돌색 지붕과 하얀 벽을 가진 프랑스 풍의 집들이 드문드문 있고 야자수 나무가 어우러져서
환상적인 분위기이다. 그러한 집에는 이곳 사람들이 살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었기 때문인지 바케트 빵이 흔하고 맛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