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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1] 10/26 [협주곡 시리즈 10] - C. Saint-Saëns, M. Bruch & E. Elgar
C. Saint-Saëns: Violin Concerto No. 3 in B minor, Op. 61 [29:08]
Ⅰ Allegro non troppo [8:44]
Ⅱ Andantino quasi allegretto [8:58]
Ⅲ Molto moderato e maestoso - Allegro non troppo [11:26]
Julia Fischer, violin
Matthias Pintscher: Junge Deutsche Philharmonie
Filmed at the Alte Oper Frankfurt; January 1, 2008
Max Bruch: Concerto for Violin and Orchestra No. 1 in G minor, Op.26
♪ Opening [0:50] [29:31]
Ⅰ Vorspiel. Allegro moderato [9:10]
Ⅱ Adagio [9:00]
Ⅲ Finale: Allegro energico - Presto [8:03]
♪ Applause [2:28]
Janine Jansen, violin
Daniele Gatti: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 [January 11, 2018]
E. Elgar: Cello Concerto in E minor, Op. 85 [31:09]
Ⅰ Adagio - Moderato [8:35 ]
Ⅱ Lento - Allegro molto [4:32]
Ⅲ Adagio [5:01]
Ⅳ Allegro - Moderato - Allegro ma non troppo [13:01]
Sol Gabetta, cello
Sir Simon Rattle: Berliner Philharmoniker
Recorded live at Festspielhaus, Baden-Baden; 2014
C. Saint-Saëns: Violin Concerto No. 3 in B minor, Op. 61
베를리오즈가 구축한 틀 위에 구성력이 치밀하고 단단한 고전주의의 형식과 전통을 신봉하여 과감히 전향하여 1880년 작곡되어 이듬해 사라사테에 의해서 초연된 생상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은 아름다운 선율과 치밀한 구성력, 풍부하고 시적인 내용을 가진 곡으로 강렬한 1악장과 아름다운 2악장, 리듬과 서정성이 조화를 이룬 3악장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으로 선율이 아름답고 구성적으로도 짜임새가 있는 작품이다. 특히 2악장의 잔잔히 흐르는 바르카롤(뱃노래) 풍 선율에 이어 피날레에서 왼손가락으로 줄을 세게 누르지 않고 손가락을 살짝 갖다 대어 소리를 내는 하모닉스 주법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며 절로 듣는 이를 매혹시킨다.
제1악장: Allegro quasi non troppo B단조 2/2박자. 소나타 형식.
오케스트라의 반주 위로 힘찬 바이올린으로 시작하는 전형적인 방식으로 문을 연다. 처음부터 응축된 에너지를 머금고 있는 바이올린 솔로의 선율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어 영웅적이면서도 비장한 멜로디를 가진 씩씩한 테마가 나타난다. 마치 한 편의 비극을 읽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당당하고 힘차고 웅장하지만 저편 너머에는 비장함과 슬픔이 가득 차 있는 느낌―조금만 더 파헤쳐 들어가면 감당할 수 없는 운명의 비정함이 몰려들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뒤에 오케스트라가 이에 응답하는데 곡은 극히 평온하고 서정적인 분위기에서 E장조의 극히 아름다운 테마로 바뀌어 마지막은 화려한 코다를 지나 힘차게 끝난다.
제2악장: Andantino quasi allegretto Bb장조 6/8박자 소나타 형식.
마치 새가 노래하듯 감미롭게 시작하는 독주 바이올린으로 시작한다. 단순하면서도 조용하며 서정적인 맛이 넘쳐흐른다. 보통 바이올린의 여성성 하면 바이올린의 고음과 연관을 많이 짓는데 중저음에서 이렇게 감미롭고 부드러운 면모가 나타날 수 있다니 새삼스럽기 그지없다. 게다가 적절한 목관의 주제 재현 역시 아름답다. 간략한 서주에 이어 바이올린 선율의 출렁이는 리듬이 마치 베네치아의 뱃노래(바카롤)같이 느껴지는 지극히 매혹적인 악장이다.
제3악장: [서주] Molto moderato e maestoso 4/4박자. b단조.
[주부] Allegro non troppo b단조 2/2박자 론도 형식.
서주는 비장미의 정수를 보여주며 첫 더블스톱(重音, 2현을 동시에 누르고 켜기)부터 마치 심장을 찢는 듯한 감동과 충격을 안겨준다. 빠르고 역동적이면서도 때로는 느리고 차분하지만 그 안에 담겨진 한결같은 비장미는 결코 잊히지 않는데 절묘한 긴장감은 마치 언제 운명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비극 속 주인공의 모습이 연상된다. 바이올린이 론도의 주제를 선창하며 제1테마가 힘차게 연주되고 아름다운 선율로 된 종속적인 테마가 관현악이 연주하는 코랄 풍의 다른 주제를 들고 나오면서 융합한다. 특히 독주 바이올린의 눈부신 패시지가 환상적이며 나중의 코다는 Piu allegro B장조 2/2박자인데 부 주제에 의해 당당하게 또는 화려하게 끝난다.
Max Bruch: Concerto for Violin and Orchestra No. 1 in G minor, Op.26
멘델스존이나 브람스의 바이올린협주곡보다 다소 약할지는 모르지만, 선율성과 테크닉의 요과적인 점에서 자주 연주되는 브루흐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1866년 초연 때 작곡자 자신의 지휘로 어느 무명의 바이올리니스트가 솔로를 맡았는데, 그 후 요하임의 연주로 명곡의 자리에 올랐다.
제1악장: Allegro moderato, G단조, 4/4박자.
먼저 3도 평행음을 수반하는 목관에 의해 제1주제가 제시되며, 독주 바이올린은 즉흥적이며 단편적인 모티프나 패시지를 문답풍으로 삽입하여 발전한다. 이윽고 제2주제가 독주 오보의 조주와 더불어 독주 바이올린에 의하여 제시된다. 더없이 감미롭고 기품을 갖춘 가요적인 주제 이것은 다음에 8도 위에서 장식적인 변주로 반복되며, 전개부로 들어가서는 바이올린의 패시지나 아르페지오, 트릴 등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재현부에서는 목관에 의한 제1주제의 재현에 이어서 제2주제가 생략되고 점차 약해지고 하행하여 종지하지 않은 채 그대로(attaca) 제 2악장으로 연결된다.
제2악장: Adagio, Eb장조, 3/8박자.
찬가와 같은 주제가 바이올린 독주로 나타나며, 아름다운 화성적인 현악합주가 여기에 반주를 덧붙인다. 오케스트라는 목관이 약간 사용된 외에는 주로 현악이 반주 역할을 담당하고 독주는 어디까지나 달콤한 몽상에 잠긴다. 마지막은 Eb장조 상의 ppp로 종지한다.
제3악장: Finale. Allegro energico, G장조.
도입부 개시는 Eb장조로 행해지며 점차 G장조로 인도되고 율동적인 제 1주제가 광분하는 바이올린 독주로 제시된다. 이 종악장은 기교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야성적이고 힘차다. 이어서 폭이 있고 율동적인 제 2주제가 E단조로 나타나며, 짧은 전개부를 지나 다시 광분하는 힘찬 제 1주제와 우아한 제 2주제가 G장조로 재현된다.
E. Elgar: Cello Concerto in E minor, Op. 85
<네이버케스트 김효진의 글>
에드워드 엘가(Edward Elgar, 1857~1934)는 헨리 퍼셀과 조지 프리데릭 헨델 이후 참으로 오랜만에 등장한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였다. 헨델의 경우엔 주로 영국에서 활동했지만 독일 태생의 작곡가였고, 퍼셀은 300년 전인 17세기의 작곡가였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아름다운 바이올린 소품 [사랑의 인사]와 [수수께끼 변주곡], [위풍당당 행진곡]으로 유명한 엘가는 무엇보다도 20세기에 작곡된 첼로 작품 중 가장 비극적인 곡 [첼로 협주곡 E단조]를 남긴 작곡가다.
감정의 클라이막스에 이르는 비탄에 잠긴 첼로의 노래
일반적으로 협주곡은 3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엘가는 교향곡과 같이 4개의 악장으로 작품을 구성했다. 이 작품은 1, 2악장과 3, 4악장을 서로 묶어서 휴식없이 연주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곡에서 위로를 받는다.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번지는 슬픔의 입자들이 온몸을 휘감는 듯한 느낌은 매우 특별한 체험을 제공한다. 엘가의 이 위대한 [첼로 협주곡]이 가지고 있는 가장 커다란 힘은 ‘마음의 위로’에 있다. 이 음악은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슬픔의 바다에서 빛의 세계로 인도한다. 꿈보다 오래된 기억처럼, 가슴 속 아주 깊은 곳에서 퍼져 나오는 눈물 같은 조각들은 엘가의 한숨과 섞여서 흐른다. 첼로의 저음은 이토록 절절한 감정들을 핏빛으로 물들이며 흔들린다. 엘가는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작품의 간단한 구조 안에 있다”고 말했는데, 삶에서 죽음 쪽으로 무너지는 인생에 대한 추억이 박혀있는 듯한 느낌은 [첼로 협주곡]의 흐름을 타고 감정의 클라이맥스를 구성한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8년 3월 22일 영국의 햄스티드에서 엘가는 [첼로 협주곡]의 첫 번째 스케치를 쓰기 시작했다. 종종 대포 소리가 들리는 와중에도 엘가는 부지런히 작곡을 계속했고, 마침내 7월에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었다.
작품을 완성해나가던 사이사이 햄스티드의 야간 특별 경관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엘가는 자신의 삶이 막바지에 와 있다는 것을 느끼며 대작 완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 해 여름의 대부분을 바이올린 소나타와 현악 사중주를 작곡하는 데 열중했고, 첼리스트 펠릭스 잘몬트와 [첼로 협주곡]에 대해 함께 의견을 교환한 이후 7월에는 촛대를 만드는 틈틈이 협주곡의 오케스트레이션을 손보았다. 엘가는 이 [첼로 협주곡]의 헌정을 오랜 친구였던 콜빈 부부에게 바쳤다. “당신과의 우정은 너무도 소중해서 우리들의 우정을 기념하고 싶습니다. 이 협주곡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씀드리지는 못하겠습니다만……”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던 작곡가는 몇 번이나 작품을 고쳤다. 8월 12일에는 일기장에 “나는 느린 악장의 마지막을 생각해내지 못할까봐 두렵다. 따로 연주한다면 그대로 두어도 괜찮을 텐테” 라며 작품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1919년 10월 27일 마침내 첼리스트 잘몬트와 엘가가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의 협연으로 영국의 퀸즈 홀에서 곡을 초연했다. 청중의 반응은 썰렁했다. 많은 사람들은 엘가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던져준 달콤함을 기대했던 것이다. 더구나 오케스트라의 연습 부족도 문제였다. 악보의 출판도 2년 후에나 나왔는데, [첼로 협주곡]을 출판한 출판사의 사장은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더 이상 엘가의 교향곡이나 협주곡은 원하지 않아. 다만 합창곡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야” 엘가의 부인은 이 협주곡이 초연된 후 5개월 뒤에 사망했고 엘가의 우울증은 더욱 심각해졌다. 사실 엘가로 하여금 작곡에 대한 의지와 용기를 북돋아주고, 그가 절망에 빠질 때마다 어둠 속에서 끌어올려준 존재가 바로 그의 부인이었던 캐롤린 앨리스였다. 바이올린 소품 [사랑의 인사]는 바로 이러한 사랑의 결과물이다.
잔잔한 슬픔으로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
이 첼로 협주곡은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는데, 네 악장은 엘가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그랬던 것처럼 일종의 순환 형식을 따른다. 이 협주곡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결정짓는 것은 독주 첼로의 첫 다섯 마디에 달려 있다. 아다지오-모데라토의 1악장은 넓은 음역에 걸친 더블스톱과 오케스트라의 현악 파트가 레치타티보와 같은 역할을 한다. 클라리넷과 바순의 역할은 어둡고 침침한 사운드에 비극적인 색채를 더한다. 목가풍의 특징적인 병행 3도가 특징적인 파스토랄 악장인데, 1악장은 단순히 서두를 여는 역할 이상을 하고 있다. 2악장은 마치 스케르초처럼 들리는데, 1악장 보다 활기찬 특징이 있다. 2악장 알레그로 몰토에는 엘가의 유머가 섞여 있으며, 첼로의 노래하는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었다. 60마디 이상 이어지는 폭넓은 단선율은 고요함의 대지를 떠올리게 한다. 3악장 아다지오는 더없이 명상적이며 4악장으로 이어지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4악장 알레그로-모데라토-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는 자유로운 론도이며 절망의 파도 속으로 한꺼번에 침몰하는 분위기다. 더없이 고독한 E음의 코다는 다분히 회상적이며 슬픔으로 범벅된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듯하다.
비운의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의 신들린 듯한 유명한 연주
많은 사람들에게 엘가의 [첼로 협주곡]은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와 연결되어 있다. 1973년, 다발성경화증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뒤 프레의 비극적인 인생은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과의 결혼 생활에도 위기를 가져오며 숱한 일화를 만들어냈다. 그녀의 첫 번째 엘가 레코딩은 거의 뒤 프레 자신과 동일시 될 정도로 유명한 음반이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엘가 [첼로 협주곡]의 첫 번째 선택 음반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사실 그녀가 존 바비롤리가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1960년대 연주는 ‘반드시’라고 할 만큼 제일 처음 들어야 하는 음반이다. 이 연주에는 뒤 프레의 눈물과 한숨이 모두 녹아 들어가 있으며 오케스트라도 최상급 연주를 들려준다. 비극성의 확장과 거대한 스케일감이 자연스럽게 융합된 연주로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한 음반보다도 바비롤리와 함께 협연한 첫 번째 녹음이야말로 뒤 프레의 모든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앞날을 예감하듯이 고통으로 가득 찬 울림으로 엘가의 슬픔을 인류의 슬픔으로 승화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