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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1부 31
철커덕 자물쇠 소리가 울리고 마슬로바가 감방으로 들어오자, 모두 그녀에게로 몸을 돌렸다. 이때 수사의 딸까지도 잠시 걸음을 멈춘 후 눈썹을 치켜세우고 방으로 들어온 마슬로바를 바라보았으나, 아무 말 없이 곧 다시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아이고, 돌아왔군! 꼭 석방되리라고 생각했는데"하고 나직하고 사내 같은 쉰 음성으로 코라블료바는 말했다. "그러고 보니 유형인가 보군."
그녀는 안경을 벗고 바느질감을 침상 위에 놓았다.
"할머니랑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곧 석방될 거라고. 그런 일도 종종 있다고요. 잘하면 돈도 받을지 모른다고 말했어요." 건널목지기 여자는 노래하듯이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아마 우리 추측이 틀렸나 보군. 하나님은 하나님의 뜻이 따로 있으신가 보지"하고 그녀는 연방 상냥하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정말 선고를 받았나요?"하고 페도시야는 앳되고 맑은 파란 눈으로 마슬로바를 바라보면서 동정 어린 부드러운 음성으로 물어보았다. 그리고 그 명랑하고 젊은 얼굴은 울음이라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으로 변해버렸다.
마슬로바는 아무 대답도 없이 잠자코 제자리로 가서 코라블료바와 나란히 앉았다. 그녀의 자리는 끝에서 두 번째 침상이었다.
"그럼 아무것도 못 먹었겠군요." 페도시야는 일어서 카튜샤한테로 다가오면서 말했다.
마슬로바는 아무 대답도 없이 머리맡에 흰 빵을 놓고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그녀는 먼지투성이의 죄수복을 벗고 곱슬곱슬한 검은 머리에서 스카프를 벗겨낸 후 자리에 앉았다.
침상 반대쪽 끝에서 사내아이와 놀고 있던 등이 굽은 노파도 다가와서 마슬로바와 마주섰다. .
"쯧쯧쯧!" 그녀는 불쌍한 듯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사내아이도 노파의 뒤를 따라와서 눈을 크게 뜨고 윗입술 끝을 쫑그리고는, 마슬로바가 가지고 온 흰 빵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오늘같이 여러 가지 일이 있은 뒤에 동정 어린 뭇사람들의 얼굴을 대하자, 마슬로바는 울음이 복받쳐서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러나 그녀는 꾹 참고 노파와 사내아이가 다가올 때 까지 견디었다. 그러나 노파의 어질고 동정어린 혀 차는 소리를 들었을 때, 더구나 사내 아이가 흰 빵을 보던 천진한 시건을 돌려 자신을 바라보자 그녀는 더 참을 수가 없었다. 얼굴 전체가 경련을 일으키더니 그녀는 왈칵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러기에 내가 말했잖아, 진짜 변호사에게 부탁하라고"하고 코라블료바는 말했다.
"그래, 정말 추방이란 말이야?"하고 그녀는 되물었다.
마슬로바는 대답을 하려고 했으나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흐느끼면서, 높이 틀어 올린 머리에 삼각형으로 가슴을 드러내고 볼에 연지를 찍은 귀부인이 그려진 담뱃값을 흰 빵 속에서 꺼내 코라블료바에게 권했다. 코라블료바는 담뱃갑 그림을 보자 마슬로바가 쓸데없이 돈을 낭비하는 게 못마땅하다는 듯이 설레설레 머리를 내저었다. 그러고는 한 대 뽑아 램프 불이ㅔ 붙여 한모금을 빨고 나서 마슬로바에게 주었다. 마슬로바는 흐느껴 울면서 굶주린 듯이 한 모금 두 모금을 들이빨고는 연기를 내뿜었다.
"징역이래요"하고 그녀는 흐느끼면서 말했다.
"그 자식들은 하늘이 무섭지도 않은가 봐. 저주받을 흡혈귀, 악당들 같으니"하고 코라블료바는 말했다. "아무 죄 없는 이런 계집애도 징역을 보내다니."
이때 창가에 남아 있던 여자들 사이에서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계집애도 따라 웃었다. 그 가늘고 앳된 목소리가 키득거리는 어른들의 쉰 목소리에 범벅이 되었다. 남자 죄수 한 사람이 밖에서 이상한 짓을 해보였기 때문에 창밖을 내다보던 여자들이 이렇게 떠들어대는 것이었다.
"개자식 같으니! 무슨 짓이야"하고 빨간 머리 여자가 말했다. 그녀는 뚱뚱한 몸집을 온통 흔들면서 얼굴을 창살에 맞대고 상스러운 말을 해댔다.
"저런 뚱보 같으니, 뭘 저리 떠들어대고 있어!"하고 코라블료바는 빨간 머리 쪽으로 머리를 끄덕여 보이고는 다시 마슬로바에게 물었다. "몇 년이지?"
"4년"하고 마슬로바는 말했다. 눈물이 폭포처럼 펑펑 쏟아져서 한 방울이 담배 위에 떨어졌다.
마슬로바는 화가 나서 담배를 문질러 버리고 새로 한 개를 꺼내 물었다.
건널목지기 여자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지만, 곧 담배꽁초를 집어서 구김을 펴면서 이야기를 이었다.
"그러고 보니 정말이네"하고 그녀는 말했다. "진실이라는 것은 돼지가 다 먹어버렸군 그래. 제멋대로들 하고 있으니. 마트베예브나는 무죄 석방이 된다고 이야기했는데 말이야. 그렇지만 난 이상한 예감이 들어서 그들이 못살게 굴 거라고 했더니, 과연 그렇게 됐거든." 그녀는 자기 목소리에 어떤 만족을 느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때 남자 죄수들은 모두 마당을 지나가버렸으므로, 그들과 말을 주고받던 여자들도 창가에서 물러나 마슬로바의 곁으로 왔다. 맨 먼저 다가온 것은 눈알이 튀어나오고 계집애를 데리고 있는, 술을 밀매하던 여자였다.
"왜 그렇게 중형을 주었을까?" 그녀는 마슬로바 곁에 앉아 부지런히 양말을 뜨면서 말을 걸었다.
"다 돈이 없기 때문이지. 돈만 있으면 훌륭한 변호사를 대서 무죄가 되었을 거야"하고 코라블료바는 말했다.
"그 사람 이름이 뭐라고 하더라, 머리가 부룩하고 코가 큰 사람 말이야. 그 사람은 물 속에서도 젖지 않게 끌어내는 재주가 있거든, 그 사람에게만 부탁했더라면."
"거야 물론 부탁해보았죠"하고 그들 옆에 다가앉은 멋쟁이 여자가 이를 드러내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천 루블 이하로는 거들떠보지도 않는걸, 뭐."
"당신도 팔자가 사납군"하고 방화죄로 들어온 노파가 입을 열었다. "내 경우만 해도 괴로운 일이야. 며느리는 빼앗긴 데다 자식 놈까지 감옥에 들어와 이의 밥이 되고 있고, 나 역시 이 나이에 이런 데 들어와서 고생을 하다니 말이야"하고 그녀는 골백번도 넘게 한 신세타령을 또다시 시작했다. "나는 감옥이나 거지 신세에서 벗어날 수 없나 봐. 거지가 아니면 감옥이거든."
"다 똑같은 놈들이란 말이야"하고 술을 밀매하던 여자가 말했다. 그녀는 딸의 머리를 바라보더니, 뜨개질하던 양말을 옆에다 놓고 소녀의 머리에 있는 이를 잡기 시작했다. "글쎄 왜 밀주를 파느냐고 하지만, 그럼 도대체 뭘로 애들을 기르란 말이지?"하고 그녀는 손에 익은 일을 계속하면서 말했다.
술을 밀매하던 여자의 말을 듣자 마슬로바는 술 생각이 났다.
"술이나 한잔 마셨으면"하고 마슬로바는 죄수복 소매로 눈물을 씻고 가끔 흐느끼면서 코라블료바에게 말했다.
"가므이르카(보드카의 일종)말이지? 그래, 마셔봐"하고 코라블료바는 말했다.
부활 1부 32
마슬로바는 흰 빵 속에서 돈을 꺼내 지폐 한 장을 코라블료바에게 주었다. 코라블료바는 돈을 받았으나 글자를 읽을 줄 몰라 들여다보고만 있었다. 뭐든지 잘 아는 멋쟁이 여자가 2루블 50코페이카의 가치가 있다고 하는 말을 믿고, 그녀는 감추어둔 술병을 꺼내려고 통풍구 쪽으로 기어 올라갔다.
이것을 보고 침상이 가까운 곳에 있는 여자를 빼놓고는 모두 자기 자리로 가버렸다. 그러는 동안 마슬로바는 스카프와 죄수복의 먼지를 털고 침상에 올라가 흰 빵을 먹기 시작했다.
"차를 얻어두었지만 벌써 식었을 거야"하고 페도시야는 선반에서 각반으로 싼 함석 주전자와 차를 꺼내면서 말했다.
물은 식어빠지고 차 맛보다 함석 냄새가 더 났으나, 마슬로바는 잔에다 차를 따르고 빵과 함께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피나시카, 자"하고 그녀는 소리를 지그고, 빵을 한 조각 떼어서 자기 입을 쳐다보고 있는 사내아이에게 주었다.
그러는 사이에 코라블료바는 술병과 잔을 가져왔다. 마슬로바는 코라블료바와 멋쟁이 여자에게도 술을 건넸다. 이들 세 여죄수는 돈을 가지고 있었으며 사들인 물건을 서로 나누어 갖기도 했으므로 감방의 귀족계급이었다.
몇 분 후 마슬로바는 원기가 회복되어 검사 흉내를 내면서 활발히 공판 이야기와 재판소에서 자기를 놀라게 한 이야기를 했다. 재판소에서는 모든 사람이 흥미진진하게 자기를 보았고, 또 자기를 보려고 일부러 자꾸 유치장까지 들어오곤 했다는 얘기를 했다.
"호송병도 그렇게 말하더군. 저 사람들은 모두 나를 보러 오는 거라고 말이야. 서류가 이러니저러니 하고 오지만, 그들의 눈을 나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어"하고 그녀는 웃음을 짓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머리를 흔들면서 말했다."모두 연극을 잘하더군."
"그야 그럴 수밖에"하고 건널목지기 여자는 맞장구를 쳤다. 그러고는 곧 노래하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설탕에 모여드는 파리 같은 거야. 딴 것으론 안 되더라도 그것만 보이면 걸려들거든. 그놈들은 새끼 밥은 안 먹어도...."
"그런데 여기서도 말이야"하고 마슬로바는 말을 가로막았다. "여기서도 붙잡히고 말았어. 내가 돌아오자 정거장에서 우르르 한 패가 몰려오더군. 어찌나 달라붙는지 정말 죽을 지경이었어. 다행히 부소장이 쫓아주었지만, 한 녀석은 얼마나 질기게 달라붙는지 간신히 뿌리쳤어."
"어떻게 생긴 녀석인데"하고 멋쟁이가 물었다.
"거무튀튀하고 콧수염이 있는 작자야."
"그럼 그잘 거야."
"누군데?"
"시체글로프야, 방금 지나간."
"시체글로프가 누구야?"
"시체글로프도 모르다니! 시체글로프는 두 번이나 탈옥을 햇지. 이번에 잡혔지만 또 달아날 거야. 간수들도 무서워한대"하고 멋쟁이 여자는 말했다. 그녀는 남자 죄수들의 편지를 전달해주고 있었으므로 옥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틀림없이 달아날 거야."
"암만 달아나도 우리를 데리고 가지는 못할 테지"하고 코라블료바는 말했다. "그런데 그건 어떻게 됐지?" 그녀는 마슬로바 쪽으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변호사는 상소에 대해서 뭐라고 말했지? 아마 곧 상소를 해야 될걸."
마슬로바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때 붉ㅇㄴ 머리 여죄수가 주근깨투성이 두 손을 숱 많고 헝크러진 붉은 머리털 속에 쑤셔 넣고 손톱으로 벅벅 긁으면서, 술을 마시고 있는 귀족한테로 다가왔다.
"카테리나, 내가 다 가르쳐주지"하고 그녀는 말을 시작했다. "우선 판결에 불복한다는 서류를 내고 검사에게 얘길 해야 해."
"아니, 넌 무슨 참견이야?" 하고 코라블료바는 성난 듯이 그녀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술 냄새를 맡고 왔지? 주둥이 놀리지 마. 너 아니라도 다 알수 있으니까. 넌 필요 없단 말이야."
"너한테 얘기하는 거 아니니까 쓸데없는 걱정은 마."
"술이 먹고 싶은 게지? 어슬렁어슬렁 찾아온 걸 보니."
"그럼 한잔 주지 그래요." 언제나 가지고 있는 것은 모조리 나누어주는 마슬로바가 이렇게 말했다.
"이런 년에게 주긴 뭘 줘..."
"아니, 뭐라고! 하고 빨간 머리가 코라블료바에게 대들면서 말했다. "네깟 년을 무서워할 줄 알아?"
"저 쓸개 빠진 년이!"
"흥, 누가 할 말인디ㅔ!"
"이, 개만도 못한 년아!"
"내가 개만도 못하다고? 이 징역수 살인귀 같으니!"하고 빨간 머리가 악을 썼다.
"당장 꺼져!"하고 코라블료바는 준엄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빨간 머리가 점점 더 가까이 대들자 코라블료바는 앞섶 사이로 드러난 그녀의 살진 가슴팍을 떠다밀었다. 빨간 머리는 그러기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번개같이 한 손으로 코라블료바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또 한손으로는 얼굴을 갈리려고 했으나 코라블류바는 재빨리 그 손을 붙들었다. 마슬로바와 멋쟁이 여자는 빨간 머리의 손을 붙잡고 떼어 놓으려고 했으나, 머리털을 휘어잡은 빨건 머리의 손은 좀체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가 잠깐 머리채를 잡은 손을 늦추었으나, 그것은 주먹 언저리에다 좀 더 세게 휘감기 위해서였다. 코라블료바는 머리를 기울이면서 한 손으로론 빨간 머리의 몸을 때리고 그녀의 손을 물어뜯었다. 다른 여자들은 싸우는 두 사람 곁으로 모여들어 싸움을 말리느라고 떠들어댔다. 폐병쟁이까지도 옆으로 다가와 기침을 해가면서 얽힌 두 여자를 바라보았고, 아이들은 서로 껴안고 울고 있었다. 그때 떠드는 소리를 듣고 여자 간수와 남자 간수가 들어왔다. 싸우던 여자들은 서로 갈라졌다. 코라블료바는 백발의 머리채를 풀어헤쳐 그 속에서 뽑힌 머리칼 뭉치를 훑어내면서, 빨간 머리는 누런 가슴 위에서 찢어진 속옷을 여미면서 제각기 외치고 변명하고 불평들을 토로했다.
"다 알겠다, 이건 모두 술 때문이야. 내일 소장한테 말해서 혼들을 내줘야지. 다 안단 말이다, 술 냄새가 나는걸"하고 여간수가 말했다. "이봐, 빨리 물러가도록 해, 그렇잖으면 재미없을 테니.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 조용히 잠들이나 자."
그러나 한참 동안 뒤숭숭했다. 그 후에도 한동안 여자들은 서로 욕지거리를 하고, 처음에 어떻게 해서 싸움이 벌어졌다는 둥 누구 잘못이라는 둥 서로 떠들어댔다. 드디어 남자 간수와 여자 간수가 나가자 여자들도 조용해지고 자리에 눕기 시작했다. 노파는 성상 앞에 서서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징역수가 두 년이나 모여 있으니." 갑자기 빨간 머리 여자가 저쪽 침상에서 말끝마다 놀랄 만큼 날카로운 욕설을 퍼부으면서 쉰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조심해, 또 경치지 않으려면" 하고 코라블료바도 욕설로 마주 대꾸했다. 그러나 곧 두 사람 다 조용해졌다.
"말리지만 않았으면 네 년의 눈알을 빼버렸을걸...."다시 빨간 머리 여자가 이렇게 뇌까렸다. 그러자 코라블료바도 지지 않고 똑같이 응수했다.
더 오랜 침묵이 이어지다가 다시 욕지거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침묵하는 시간이 차츰 길어지더니 마침내 완전히 잠잠해졌다.
모두 자리에 누웠다. 코를 고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언제나 오랫동안 기도를 올리는 노파만은 아직도 성상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수사의 딸은 간수가 나가자 곧 일어나 다시 감방 안을 왔다 갔다 거닐기 시작했다.
마슬로바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자신이 징역수가 되었다는 생각만을 계속했다. 벌써 두 번이나 그런 욕을 먹었다. 한 번은 보치코바한테, 또 한 번은 빨간 머리한테. 그러나 그녀는 도저히 그런 생각에 익숙해질 수 없었다.
돌아누워 있던 코라블료바가 몸을 돌렸다.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요"하고 마슬로바는 조용히 말했다. "난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도 고생을 해야 하다니."
"걱정할 건 없어. 시베리아에도 사람은 살고 있고, 그리고 간다고 곧 죽는 것은 아니니까"하고 코라블료바는 위로의 말을 했다.
"그야 죽지는 않겠지만, 너무 억울해요. 전 그런 경우는 질색이에요. 여태껏 편한 생활만 해왔는데."
"하나님을 거역할 수는 없는 거야." 코라블료바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거역할 수 없어."
"알겠어요, 아주머니. 하지만 역시 괴롭군요."
두 사람은 잠시 말이 없었다.
"들리지, 저 소리? 저근 그 잡년이 지르는 소리야"하고 침상 한쪽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에 마슬로바의 주의를 돌리면서 코카블료바가 말했다.
빨간 머리가 흐느껴 우는 소리였다. 그녀는 지금 욕을 먹고 얻어맞은 데다, 그토록 마시고 싶던 술도 한잔 얻어 마시지 못한 게 분해서 울고 있었다. 그리고 자기에게는 일생을 통해서 욕과 조소와 매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울었다. 그녀는 페지카 몰로존코프라는 직공과의 첫사랑을 회상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 사랑을 떠 올리니 그 사랑의 말로가 생각났다. 그 사랑은 몰로존코프가 술에 취해 돌아와서 장난으로 그녀의 제일 민감한 신체 부위에 황산을 바르고는, 그녀가 아파서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면서 친구들과 웃어대던 것으로 끝장이 나고 말았다. 그녀는 지금 그 일을 상기하자 새삼스레 자신이 불쌍해졌다. 그래서 아무도 듣고 있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녀는 아이들처럼 신음하며 코를 훌쩍거리고, 찝찔한 눈물을 들이마시면서 울었다.
"불쌍해요"하고 마슬로바가 말했다.
"불쌍한 건 사실이지만 참견할 필요는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