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도 꿀꿀하고 되는 일도 별로 없으니 기분전환 겸 조금쯤 진한 얘기를...
전래의 남녀상열지사 중 유명한 것이 많습니다만 두 가지 일화가 기억에 남습니다.
원효가 경주의 밤을 노닐다가 요석공주와 일을 벌여 설총을 낳은 일이 그 한 가지...
얘기 자체야 인간사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이 문제 때문에 친구 한 놈과 대판 논쟁을 벌인 기억이 있어서요.
해골바가지에, 일체유심조를 떠들어댄 원효가 뭐 때문에 그런 짓을 했냐가 관건이었지요.
득도를 했으니 무애의 경지라서 그랬다와, 진짜 득도를 해서 자유롭다면 새삼 무엇때문에 그런 짓을 하느냐....
뭐, 애초부터 결론이 날 수 없는 얘기지만 심심할 때 한번쯤 궁구를 해볼만한 주제라서... (ㅋㅋㅋ)
사건의 즉시성을 고려해보면, 즉 우리 시공에서 시간을 제외해보면, 설총이라는 인물의 등장이 필연적 사건이니까,
또 그리하여 득도한 원효에게도 잔업이 있었다는 작은 결론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만...
정작 하고 싶은 얘기는 김삿갓에 관한 것입니다.
때는 바야흐로 화창한 봄, 유랑하던 김삿갓이 느닷없이 김매던 아낙네와 들판에서 말 그대로 야합을 했다는...
뭐, 아닌 땐 굴뚝에 연기날 리가 없으니 그런 얘기가 전하겠지요. 나름대로 상황을 유추해보면...
그때 시인은 몸과 마음으로 자연과 일체되는 경지였지요. 다만 언어가 아닌 자신의 존재 자체로 시를 표현하는...
다시 반복하지만 때는 바야흐로 만물이 소생하는 봄. 시인은 걸으면서 그 봄의 화사한 빛을 시로 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뿔사, 그와 자연이 그리는 시화에 하자가 있었지요. 뭐가 하나 빠진 것입니다.
봄기운을 만끽하며 이루어져야 할 음양의 교합... 봄은 즉 생명의 잉태기이기 때문이지요.
마침 들에서 김을 매는 아낙네가 눈에 보입니다. 시인은 그녀에게 다가갑니다.
시인의 능숙한,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작업용 멘트... '여인아, 우리 한번 시를, 그림을 완성해보자.'
아무래도 봄볕과 노동에 지친 무지한 아낙네가 그런 멘트에 혹했다는 것이 이상한 풍경이지만...
더구나 폐포파립의 늙은이가 무슨 절륜한 정력을 가진 것 같지도 않고...
김매던 아낙네는 늙은이를 이상하다는 듯 쳐다봅니다.
'힘들어 죽겠는데 무슨 시를 그려? 호미로 확 찍어버릴까?'
네. 얘기가 이렇게 끝나면 역사가 이루어지지 않겠지요.
행려병자처럼 떠도는 시인에게는 냄새도 많이 났을 듯합니다. 아낙네의 땀 밴 적삼도 별 차이는 없었겠지만...
그러나 순간 여인은 시인을 알아봅니다. 시를 써본 적도 읽은 적도 없지만 그가 자신의 삶으로 무언가를
그리고 있다는 것을 느낀 것이지요. 그리하여 여인의 눈동자에는 관세음보살이 화신하지요.
시인이 춘몽같은 시를 완성하려는데 그 아름다운 의지를 돕지 않을 수가 없었기에...
나그네가 목이 말라 청하면 샘물을 떠주듯이, 치맛자락을 걷어 뒤를 대주었던 것이지요.
아, 누구의 냄새가 더 진했는지를 따지면 시가 되지를 않습니다.
늙은 시인의 무골장군이 실제로 분기탱천했는지도 중요하지가 않습니다.
그냥 시화의 공백을 메꾸려는 화룡정점의 몸짓, 서로의 어루만짐이 필요했을 뿐이니까요.
무위와 유위는 상호 보완의 관계성을 가집니다. 그리하여 철학적 명제 '행위는 문제되지 않는다.'가 다시금 증명되지요.
행위는 행위이되 무위자연의 행위이고 그리하여 더 없이 아름다운 시화 한 장이 마침내 그려졌습니다.
기와 예와 도... 이런 순서의 공력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피카소의 추상화를 흉내낸다고 다 추상화가 되는 것은 아니지요.
수많은 기와 예의 단계를 거쳤기에 시인의 일면 방탕해보이는 한점 붓길은 지극한 자연의 시어로 완성될 수 있었지요.
(네, 기와 예의 공력을 거치지 않고 자칫 이런 시도를 했다가는 호미에 마구 찍힐 수도 있다는...)
가난하기 그지없는 어떤 이가 노독에 지친 친구에게 아내의 몸을 대접했다는 옛이야기도 전하지만
이런저런 얘기에서 지나치게 윤리 도덕을 따질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아무리 효율을 따지는 세상이지만
사람에게 때로는 불필요한 일탈과 게으름이 영양제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시인의 제안에 화답한 아낙네는 다만 아낙네가 아니라 관세음보살의 화신임에 틀림없지요.
그들의 행위는 다만 성행위가 아니라 지극한 예를 승화한 도의 경지였을 테니까요.
창밖에 보이는 봄볕이 지나치게 화사해서 헛소리를 하고 있습니다만...
남편이 술 처먹고 밤 늦게 들어와서 애보기와 살림에 지친 아내를 귀찮게 할 때가 있지요.
씻지도 않은 채 입에서는 담배, 술냄새를 풍기면서 새삼 그짓을 하자고...
음양의 화합이 늘 아름답고 지극한 쾌락만을 줄 수는 없겠지요. 그걸 알아가는 게 세상살이이기도 하고...
관세음보살의 화신이 되어서 그 남편의 지친 영혼을 감싸안아줄 수 있다면 그 또한 공덕이요 적선이겠지요.
누군가에게 일탈이 필요할 때 그 수단이 되어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보살행일 테니까요.
연꽃이 진흙탕에서 피는 것 또한 그런 도리겠지요.
아, 헛소리를 마저 하면 내일의 간지가 기축, 무진, 기축이네요.
전부 흙입니다. 토가 토와 충하면 금이 튀어나온다고 하는데... 더구나 무진은 양이고 기축은 음이라.
돌멩이가 튀어나올지 금강석이 튀어나올지는 각자 개인의 복불복의 문제이지만...
뭐, 결국 주머니돈을 조금쯤 희생해서 로또라도 한 장 사는 여유랄까 센스가 필요하다는...
물론 당첨 시 절반을 제게 송금하시면 느닷없는 돈벼락에 후환도 없을 듯하네요. ㅎㅎㅎ.
첫댓글 대체 누가 이런 글을 올려서 카페 분위기를 흐리는지... 참, 제목은 '관세음보살도 되고 로또도 맞고.'로 바꿉니다. ㅋㅋ
만세력이 있으신가요? 날의 간지 까지 알고 계시네......제가 토가 많은 사주인데.......ㅋㅋㅋㅋㅋㅋ
물론 만세력이 있지만 간지 알려주는 프로그램도 많은 걸로 아는데요.. 흠, 토 일간이 왕토를 만나면 비견, 겁재라... 형제나 친구와 쓸데없이 어울릴 일이 많은 일진인데... 헉, 오늘의 운세 천기누설을... 간지가 아르헨까지 공통, 유효한지는 잘 모르겠네요. ㅋㅋ
객관적으로 같은 행위라도 기가 실려있냐 아니냐에 따라 전혀 다른 행위라는 말씀은 동의합니다.....같은 태극권을 해도 기와 혼이 실려 있냐 아니냐에 따라 국민체조도 되고 태극권도 되는것이죠...
레오님 글 잼나네요. 모르시는게 없으셔요^^
봄볕에 지쳐서 정신이 점점 흐릿해지는 모양입니다. ㅎㅎ.
레오님 심오한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