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F-5 조종사들 순직, 구형 사출좌석 때문일 가능성"지난 18일 추락한 공군 18전투비행단 소속 F-5 전투기엔 일정 고도 이상에서만 작동하는 구형 사출(射出)좌석(조종석)이 장착돼 있어 순직한 조종사들이 안전하게 탈출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20일 "추락한 F-5 전투기는 고도 600m 이상이 돼야 정상 작동되는 구형 사출좌석을 갖고 있었다"며 "그러나 사고 발생 당시 전투기의 고도는 150~200m 정도여서 비상탈출한 조종사들의 사출좌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순직한 대대장 박정우 대령은 헬멧을 쓰고 낙하산을 맨 채, 정성웅 대위는 낙하산 줄에 얽힌 채 낙하산에 덮인 상태로 발견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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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행 중인 러시아 수호기 전투기의 뒷조종석으로부터 사출좌석이 튀어 오르고 있다.
공군 전투기 중 F-5를 제외한 다른 전투기들은 고도와 속도가 제로(0)인 상태에서도 작동되는 신형 사출좌석(일명 제로제로 타입)을 갖추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F-5 전투기는 이번 사고를 포함해 8차례 추락사고(11대 추락)가 발생해 13명의 조종사가 순직했는데 한 차례를 제외하곤 모두 조종사가 살아남지 못했다. 반면 신형 사출좌석을 장착한 KF-16(F-16)은 2000년 이후 7차례 추락사고가 발생했지만 한 차례를 제외하곤 모두 조종사가 생존했다. 이에 따라 조종사의 생존성을 높이기 위해 F-5 전투기들의 사출좌석을 시급히 신형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F-5용 신형 사출좌석은 개당 1억5000만~5억원으로 터키, 대만 등에서 사용 중인 F-5 전투기도 신형 사출좌석을 장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예산문제 때문에 값비싼 신형 전투기 도입이 늦어져 구형 F-5 전투기를 최대 10년가량 계속 운용해야 하고, F-5가 아직도 공군 전체 전투기의 35%(170여대)나 차지하고 있어 사출좌석 교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년차 F-5 조종사 한명을 양성하는 데는 42억원의 양성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공군 전투기 조종사 출신 예비역 장교는 "F-5 추락사고 때 동료 및 후배 조종사가 사출좌석문제 때문에 순직했다"며 "아무리 비용이 중요해도 사람의 목숨과 바꿀 수는 없으며, 국가가 자신의 목숨을 끝까지 책임져준다는 믿음이 있을 때 충성심도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