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선발대로 출발해서 점심 준비를 해야 하기에
5시 20분에 알람을 맞추고 3시가 다 되어 잠자리에 들면서도
알람 소리를 듣지 못할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했는데...
눈을 뜨니 7시 40분... 계획대로라면 7시 40분이라는 시각에 나는
경춘고속도로 가평이나 설악쯤 가고 있어야 할 상황인데... @@;;
이상하다... 네비게이션은 대략 이 시각엔 의정부IC로 유도하는데
왜 노원 방면을 가리킬까... 노원과 공릉동을 거쳐 구리로 나가려면
출퇴근 시간 엄청나게 밀리는데... 네비를 믿을까?? 아니면 나의 경험을??
잠시 갈등을 하다가... 내가 정신이 좀 나간??^^ 좋지 않은 상태이므로
나보다는 전문가^^인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믿기로 작정을 했는데
노원에서 공릉동도 아니고 당고개 방면으로 유도하는 건 또 왜??...@@;;

당고개로 가는 1차선 도로로 들어서려는 차량들이 3~4개 차선에
가득~~한데... 가까스로 봄 횡성행 당시 총무님이 들려주던 이야기,
당고개에서 고속도로 진입 가능한 터널이 생겼다는 정보를 떠올리며
가급적 마음을 진정시키고... 조급해 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다 보니
어느 틈에 차량은 별내 신도시지구를 통과해 경춘고속도로 진입이 가능한
화도IC로 향하고 있고 도로는 예상과 달리 그리 밀리지 않는 상황...^^;;

그제서야 눈에 들어오는 창밖의 풍경... 새벽녘 잠시 내린 비로 인해
깨끗하게 씻긴 가을산과 거리는 떠오르는 아침 햇살에 맑게 빛나고,
강해지는 햇살에 물러가는 구름이 산허리에 걸려 만들어내는 풍경은
그 어떤 사진이나 화폭은 절대 전해주지 못하는 생동감 속에 다가오고...^^
다행히 주유경고등 켜지지 않고 10시가 조금 못되어 횡성 학당 근처에 도착,
주유소에 잠시 머물 때 걸려온 전화, 그리고 반가운^^ 박병복 님의 목소리,
“학당에 도착하면 반찬 아무것도 만들지 말고 그냥 계세요!!~~
일행이 12명가량 될 거랬더니 집사람이 반찬을 엄청^^ 싸줬거든요.
고기 볶은 것까지 다 있으니까 그냥 밥만 해두시면 먹을 수 있어요!!~~”


학당에 도착하면 점심 저녁 먹을 쌀을 먼저 씻어두고,
쌀뜨물을 잘 챙겨서 먼저 된장찌개 끓일 육수를 불에 올려두고
두부조림과 두루치기를 해야 한다는 계획들 가운데 가장 힘들??^^
두부조림과 돼지고기 두루치기는 안 해도 된다는 말씀 덕분에
밥과 찌개 준비를 해두고 열심히 쌈채소를 씻는데 끊어지는 물...@@;;
“어?? 물이 끊겼어?? 수도(지하수)가 말썽을 부리는 모양이네.
그럼 수도를 고쳐야 하는데, 그러려면 조수가 좀 필요해!!~~”
‘이가이버’임을 자부하시는 선생님의 능력으로 모터가 수리되고
일행이 모두 도착해 점심상을 차리고 보니 상다리가 휘어질 지경.^^;;
이럴 것 같아??^^ 아침을 조금만 드셨다는 선생님께서의 한 마디,
“아노도스 팀들이랑 밥을 먹을 땐 모두 함께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좋아!!~~”
모두 함께 식사 자리에 참석하지 못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
가급적 즉석에서 굽는고기는 일부러 피해서 식사 준비를 해왔지만,
가장 중요한 목표는... 모두 차분하게 선생님과의 대화에 집중하는 것...^^
참석을 약속했다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빠진 분들이 제법 생겨나서
더 오붓하게 식사, 다과, 선생님의 커피와 함께 깊은 이야기가 오가던 시간...^^




공부를 열~~심히 하는 팀들이 7시에 시작하는 스터디 참석을 위해,
모임을 위해 공들여 음식을 준비해 주신 싸모님을 위해^^ 박병복 님도
오후 4시 무렵 서울과 양지를 향해 출발하시는 걸 배웅하고 들어오는 길,
“선생님... 저녁때까지 시간도 있으니 평창으로 드라이브 할까요??^^;;
다섯 명이니 제 차로 움직이면 되고... 음... 제가 또 한 운전^^ 하니까...”


금당산을 끼고 도는 옥빛 금당계곡의 물들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평창의 가을 풍경도 궁금하다고 하니 흔쾌히 승낙하시는 선생님.^^;;
풍광 좋은 곳마다 차를 세워 구경하고 사진까지 찍으며 도착하니
시베리안 허스키를 닮은 커다란 뒷집 개가 꼬리 치며 힘차게 달려와
선생님 품으로 뛰어오르며 반가움을 표하더니 금세 자세를 바꿔??^^
땅바닥에 벌러덩 드러누워 선생님의 애정^^을 계속 갈구하고...
이웃집 개의 요청??^^조차도 흔쾌히 다 받아주시는 선생님...^^;;

이번 횡성 나들이에서 특히나 내 마음에 인상적으로 남았던 말씀은,
선생님의 대학시절, 선생님의 선생님과의 시험 시간의 에피소드??^^;;
유신으로 독재를 강화하는 데 맞서 데모하는 일이 일상이었던 대학시절,
늘 울분에 찬 제자들을 댁에 맞아 챙겨주시던 은사님 이야기는 들었지만
공부 못한 미안함에 시험 자료??^^를 준비하신 선생님의 이야기는 처음...^^;;

“아... 선생님이 감독을 하러 강의실에 들어오셨고
시험지를 받아들고 조심스레 준비한 자료^^를 확인하는데...
뭔가 이상한 예감이 드는 순간 옆에서 기척이 느껴지더니
곁에 계셨을 선생님이 아무 말씀 없이 스~윽 지나가시는 거야.
자료고 뭐고... 한 자도 안 쓰고 그냥 백지를 내고 나왔지.
그래도 다행히... 선생님께서 F를 주시지는 않으셨더라고...^^;;”

내가 뭔가 잘못할 때, 그걸 바로 지적하지 않고 가만~~히
스스로 반성을 할 때까지 기다려주시는 인자하신 선생님,,
이젠 하얀 은발이 된 선생님의 대학 시절이 그려지기도 하고,
그처럼 따듯하게 제자들을 품어주셨을 선생님의 선생님^^이 그려지면서
소리 없이 사랑으로 전해지는 가르침과 깨달음에 대해 생각한 시간...^^
선생님과 학우님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순간에
내 눈길은 자꾸만 커다란 통창에 비치는 단풍나무를 향했던 건,
비에 말갛게 씻긴 붉은 단풍잎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햇살에 따라
순간순간 단풍나무 고운 잎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의 유혹 때문...^^;;
“단풍이라는 것도 사실은 나뭇잎들이 죽어가는 거잖아...”
시국이 시국이라 더 인간의 삶과 세상에 대한 말씀이 들어온 걸까,
나뭇잎이 단풍들며 아름다운 풍경을 남겨주고 생??^^을 마감하듯
사람들의 삶도 죽음도 그렇게 아름다우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씀...
적어도 이 가을엔...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만 할 일이 아니라,
우리도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숙제를 받아 돌아왔지만,
깊어가는 2016년의 가을, 선생님과 아노도스 회원님들과 함께
행복한 횡성과 평창에서의 추억과 배움으로 가득했던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