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4일(화요일) 사순절 36일차 - 그저 한 마디 말씀
말씀제목
- 그저 한 마디 말씀
말씀본문 - 마태복음 8장 8절
“백부장이 대답하였다. “주님, 나는 주님을 내 집으로 모셔들일 만한 자격이 없습니다. 그저 한 마디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내 종이 나을 것입니다.”(새번역)
“백부장이 대답하여 이르되 주여 내 집에 들어오심을 나는 감당하지 못하겠사오니 다만 말씀으로만 하옵소서 그러면 내 하인이 낫겠사옵나이다”(개역개정)
말씀묵상
로마 군인 100명을 이끄는 로마 장교 백부장이 중풍으로 고통당하고 있는 자기 집 종을 고쳐달라며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내가 가서 고쳐 주마”라고 흔쾌히 승낙하셨습니다. 그런데 사실 여기 등장하는 세 사람, 예수님과 백부장, 그리고 백부장의 종은 당시 사회통념으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런 조합이 생겨날 수가 없는 모습이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백부장의 입장에서 보면 로마의 통치를 받고 있는 피식민지의 백성일 뿐입니다. 또한 예수님의 입장에서 백부장은 유대인으로서 상종해서는 안되는 이방인입니다. 더욱이 이스라엘 나라를 강제로 점령, 통치하고 있는 원수의 앞잡이인 것입니다. 또 백부장과 종(노예)은, 명령과 복종 외 다른 방식으로는 전혀 교류와 소통이 일어날 수 없는, 주인과 언제나 교체 가능한 소모품의 관계였던 것이지요.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철학자는 “노예는 재산이자, 생명이 있는 도구에 불과했다.”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어제 살펴보신 대로, 이러한 엄격한 신분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백부장은 자기 종이 병이 걸린 것을, 그가 몹시 괴로워하는 것을 보며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누가복음 7장 2절을 보면, 백부장이 이 종을 ‘소중한 종’이라고 말합니다. 종이 병에 걸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신경 쓰지도 않던 당시의 관습과 달리, 이 백부장은 자기 종이 병에 걸려 고통 가운데 있는 것을 가슴아파했고, 이 일을 위해서 기꺼이 신분과 체면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 도움을 구하기 위해 나아왔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 백부장의 마음을 아셨습니다. 그리고 그의 요청에 기꺼이 그의 집으로 가서 종을 치유해 주겠노라고 답을 주셨던 것이지요.
백부장은 집으로 가서 고쳐주시겠다는 예수님의 말씀에 “주님, 나는 주님을 내 집으로 모셔 들일 만한 자격이 없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내외하고 꺼리는 태도가 아닙니다. 유대인 예수님에 대한 백부장의 사려깊은 배려였습니다. 이방인과 절대로 상종해서는 안되는 당시의 엄한 율법 때문에, 오늘 예수님께서 그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이방인 백부장의 집에 들어가시면, 그것을 이유로 유대인들은 예수님을 더욱 단단히 공박할 것이기 때문이지요. 쓸데없는 소모를 겪지 않으시도록 백부장은 예수님께 자기 집에 오시는 것을 막아섰던 것입니다.
그래요. 진정한 믿음은 무례하게라도 나의 유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믿음은 타인의 유익, 타인에 대한 배려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지요. 예수님께서 또 한 번 백부장의 믿음에 놀라실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이 놀라운 믿음은 종에 대한 마음, 예수님에 대한 마음으로 멈추지 않습니다. 하나 더 오늘 예수님을 춤추시게 할 만한 믿음이 백부장에게서 보였던 것입니다.
백부장이 말합니다. “그저 한 마디 말씀만 해주십시오. 그러면 내 종이 나을 것입니다.”(10절) 잠시 어안이 벙벙하셨을 것 같습니다. 깜짝 놀라신 예수님이 이내 그의 믿음에 탄복하여 말씀하시지요? 내 이만한 믿음을 본 적이 없다고 말입니다. 그리곤 말씀하십니다.
“가거라, 네 믿음대로 될 것이다!”(13절)
백부장은 신앙의 본질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바로 “말씀-로고스”입니다. 그래요. 모든 회복과 치료의 근본은, 말씀을 듣는 것입니다.
“그저 한 마디 말씀만 해주십시오.”
예수님의 말씀 한 마디로 그를 마비되게 했던 중풍병이 나았습니다. 예수님-백부장-종, 그 시대 도저히 통할 수 없고 연결될 수 없는 막히고 마비되어 있던 관계가 풀려졌습니다. 오직 말씀만이 신분, 지역, 계급, 감정을 넘어섭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 한 마디를 듣고 계십니까? 아직도 우리의 관계가 마비되어 있는 것은, 백부장의 종에 대한 마음도, 예수님에 대한 마음도, 말씀에 대한 믿음도 없기 때문 아닐까요? 단 한 마디만 들으면 됩니다. 다시 한번 예수님께서 놀라실 수 있는 믿음, 우리의 것이 되길 소원합니다.
찬송
205장 주 예수 크신 사랑
기도
사랑의 하나님, 믿음이 긍휼히 여기는 마음, 타인의 입장과 유익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나타남을 배웠습니다. 또한 믿음의 능력과 힘은, 말씀에서 나온다는 것을 잊지 말게 하시고, 단 한 마디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우리가 되게 하옵소서. 온통 내 생각, 내 감정, 내 판단, 내 이익 때문에 절반이 마비되어 버린, 중풍병 걸린 우리의 모든 관계들도 낫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