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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8일, 남녀 수도회, 서울 정평위 추모미사 봉헌
9일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와 생존자, 유가족을 위로하는 부활 미사가 서울 광장 합동분향소 앞에서 봉헌됐다.
천주교 사회운동 단체(가톨릭평화공동체, 예수살이공동체,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 함께걷는예수의길(준))가 마련한 이 미사는 서울대교구 이기우 신부, 이승현 신부가 공동 집전했고, 신자와 수도자 50여 명, 신자 유가족이 함께했다.
이기우 신부는 마땅히 해야 할 부활 축하 인사를 선뜻 하기 어려운 자리라면서도, “유가족의 슬픔을 함께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 상황에서,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자 하는 이들이 유가족과 함께하는 예수 부활 대축일 인사는 뜻이 있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예수님의 죽음도 누명을 뒤집어쓴 억울한 죽음이었고, 더군다나 정치범에게 해당하는 십자가형으로 온몸이 발가벗긴 채 수치스럽게 공개 처형됐지만, 당시 이스라엘의 주류는 물론 대부분 백성도 예수님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예수님이 부활해 빈 무덤을 놓고도 제자들이 스승의 시신을 훔쳐 가고 부활했다며 속인다는 거짓 소문을 퍼트리기도 했습니다.”
4월 9일, 서울 광장 합동분향소 앞에서 부활 대축일 미사를 봉헌했다. ⓒ정현진 기자
이 신부는 이날 복음(요한 20,1-9)에서 등장하는 마리아 막달레나, 베드로, 그리고 복음을 기록한 요한의 각 역할에 “이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복음을 선포하는 사도(마리아 막달레나), 현장의 선교사들을 돕고 연대하는 사도직(요한), 현장 교회를 아우라는 교회의 권위(베드로)를 대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성경 본문을 통해 현장의 위기를 감지하는 복음 감각, 기밀하게 대응하는 사도적 카리스마, 이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제도 교회의 각 역량이 교회를 일치시키는 요소라면서, “현장을 지키는 사도직은 언제나 복음적 가치의 위기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복음 선포의 최일선이며, 그래서 약자들의 울부짖음을 대변한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빈 무덤의 위기 체험은 제도 교회의 책임과 권위를 통해서 기쁨과 희망의 체험으로 전환될 뿐 아니라 이 체험이 교회 전체로 보편화돼 공유될 수 있게 된다"며, 이날 합동분향소 앞에서 미사를 봉헌하며 위로와 추모에 참여하는 교회적 의미를 설명했다.
또 그는 “향후 진상 규명 등 남은 과제를 수습하기 위해서 현장 단체들의 도움과 연계가 절실하며, 지속적으로 약자들, 특히 참사 희생자 유족과 연대하기 위해서 신앙인들의 관심과 지지, 시민들의 응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 미사가 그 연결고리가 되길 기도한다. 현장의 복음 감각과 교회의 카리스마, 제도 교회의 긴장과 조화를 거쳐야 비로소 역사가 되고, 예수의 부활을 사회적으로 증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정 씨(참사 희생자 유연주 씨의 언니)는 이 사회가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상식적인 사회가 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이날 미사에는 유정 씨(사라, 희생자 유연주 씨(카타리나)의 언니)가 참석해 이야기를 전했다.
유정 씨는 부활 인사를 하면서도, 주님 부활 대축일의 기쁨보다는 평생 함께할 줄만 알았던 동생을 떠나보낸 슬픔이 여전히 더 크다며, “이번 사순 시기를 보내면서 우리 사회가 서로를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타인의 상처가 치유되기를 바라고 아픔에 공감하는 것이 인간이 가진 최소한의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아직 사랑의 진리를 다 보여 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회가 서로를 사랑하며,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상식적인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면서, “동생 유연주 카타리나를 비롯한 희생자들이 주님의 나라에서 이미 부활했을 것으로 믿으며, 고통 없는 곳에서 영원한 안식과 삶을 누리기를 기도한다. 그들 모두가 주님 안에서 영원히 우리와 함께 살아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4월 18일에도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미사를 봉헌한다. 이날 미사는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와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JPIC분과,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공동 주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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