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을 마다않고 간 이유가 있었다.
아산에서는 무려 4시간 반 정도를 달려가야만 오대산과 만날 수 있었다.
장마비에 산에 갇혀 며칠을 지내기도 했던 그 산,
그래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건전지 랜턴 들고 상원사까지 밤길 산행을 했던 곳....
물난리로 세상이 시끌시끌할 때 세상과 단절된 채 더딘 시간이 흘러가는 걸 지켜만보았던 산...
오대산에서 그리운 이들을 만나기로 했다.
다들 마음이 비슷했을까. 어떤 캠퍼는 가족 중에 누가 아프다고 조퇴를 하고,
어떤 캠퍼는 직원들 점심 먹으러 간 사이에 도망치듯 빠져나온 이들도 있다.
맞다, 말하자면 불성실한 월급쟁이, 오너들인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감내하고 감수하면서라도 만나고 싶고, 얘기하고 싶고, 밤이 새도록 수다를 떨고 싶은,
바로 그런 이들이 있는 것이다.
그 행복을 위해 불원천리를 냅다 뛰어온 사람들,
카페에서 이들을 만난 건 내 인생에서 행운이라는 생각까지 해본다.

가는 길 휴게소에서 하늘을 보니 노을이 지고 있다.
마음은 급하지만 워낙 먼 길... 시간이 지날수록 담이의 짜증이 도를 넘어서고 있지만 꾹 참는다.
시원한 계곡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그 잔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애써본다.

횡성에 들러 1등급 한우를 잔뜩 싸들고 온 한스 아우와 공주아비/왕자어미네가 먼저 도착해 있다.
이미 세팅을 마쳐놓은 상태라 살림살이도 내일 내놓기로 하고 돔 텐트 하나 덜렁 치니
오늘의 할 일은 다 한 셈이다. 아, 편하다....
이제 언제 먹어볼지 모르는 한우로 배채우는 일만 남았다.

이번 캠핑에서 나머지 사람들이 한없이 게을러지도록 만들어준 안다미로님 내외...
자리에 가많이 앉아있는 법이 없는 분이다.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덕분에 내내 앉아서 수다 떨고 먹고 마시고 할 수 있었다.
시즈닝만 7,80가지 갖고 계시다는데, 역시 바비큐는 부지런한 자의 요리인 모양이다.

아침에 일어나 이곳 저곳 산책을 해본다.
밤에 이곳을 지나다가 웬 무가 저렇게 자랐나 하고 밖을 쳐다봤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이게 다 호박밭이다.
외래종이라는 이 호박을 가까이 가서 보니 하나에 여러 개의 호박이 열려 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대부분 돔 텐트를 갖고 왔다.
나도 오랫만에 한 구석에 쳐박혀 있던 콜맨 텐트를 꺼내왔다.
간단해서 좋고, 시원해서 좋고...
나란한 텐트를 보고 있자니 몽벨 텐트의 곡선이 더 아름다워 보인다. 비싸서 그런가....? ^^

2박 3일 동안 칼에 베고, 울어대고, 싸우고, 그러면서 똘똘 뭉쳐 같이 논 아이들.
중학생부터 5살까지의 서열이 매겨진 아이들에게 물놀이만큼은 실컷 하게 해주고 싶었다.
지난 주 너무 더위를 먹어서 그 생각이 더 간절했는지 모르겠다.

하루에 한 번은 문안인사를 드려야 한다.
누구한테? 안지기한테.... 나는 아직도 한스가 공처가인지 애처가인지 모른다. ^^

씨호크 400이 이번 캠핑에서는 아주 효자 노릇을 해주었다.
사실 너무 커서 주체 못하고 있던 건데, 아이들이 많으니 또 이것만한 게 없었다.
참 아이들 알 수 없는 게 보트에 바람 한 번 넣어보겠다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줄을 서 있다. 짜슥들....

자, 계곡으로 출발!
이후 계곡을 독식한 아이들의 웃음소리,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아직도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안전을 위해 끈을 매달았는데 끌어주다보니 조금 짧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뭐 그런 걸 탓할까. 둥둥 떠다니는 것만으로도 마냥 즐거울 뿐이다.

오대산 계곡물이 생각보다 많이 차다.
절로 비명이 나올 정도로 맑고 찬 물속에 있으면 금방 먹은 낮술이 확 깬다.
그래도 아이들은 한번 가면 기본이 두세 시간이다.
덜덜 떨고 나올 아이들을 위해 미리 모닥불을 피워놓았더니 생쥐꼴을 한 아이들이 절로 그곳에 모여든다.

요리를 전수받고 있는 부부.
"요만큼만 넣으면 돼요?"
"아, 됐어요. 그, 만, 큼...."
다음에 만나면 왕자어미가 저 요리를 해줄라나.....?

이런 걸 혼신을 다하는 수다라고 해야 하나.
손짓, 발짓, 현란한 표정을 모두 동원하는 그녀의 수다는 오늘도 캠핑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준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하루 종일, 이 아줌씨가 공격당할 줄이야....
한마디로 파리도 됐다가 개도 됐다가... 왕자어미 캠핑역사상 첫 굴욕의 캠핑으로 기억될 것이다...^^

웃음이 떠나지 않는 캠핑을 하다보면
몸안에 축적되어 있던 찌꺼기 같은 것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든다.
여기 모인 이 사람들은 1분이라도 웃음이 그치면 안될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여 있음이 분명하다.

근엄한 표정 뒤에 안지기를 압도하는 왕언니의 카리스마가 있음을 우리는 안다.
눈물도 많고, 웃음도 많고, 정도 많은 미즈빈 언니....
언제고 칼칼한 김치찌개를 맛볼 수 있었음 좋겠다.

낮술에 취한 여전사들이 드디어 입수했다.
저리도 좋을까....아이들 웃음소리를 압도하는 안지기들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다른 캠퍼, 행락객 없는 곳에 온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실감했다.
물론 이번 캠핑에서는 누군가의 제안으로 애어른 할 것 없이 한꺼번에 입수하는 이벤트도 있었다.

저 유유자적의 배영 자세를 보여주는 이는 누굴까?
자세로 보니 페퍼밀님도 예전에 한 수영한 것 같다....

이 분을 보면 다른 캠퍼들이 늘 일면식도 없는 제자들 걱정을 한다.
왜 그럴까? ^^

드디어 쏠트밀님의 저녁 메뉴가 완성되었다.
닭과 베트남쌀과 마늘과 무엇무엇이 들어간 이름도 모르는 이 요리가 저녁의 풍성함을 더해준다.

이번에 모인 캠퍼들은 모두 가족캠핑을 지향하는 이들이다.
그래서.... 이렇게 아이들끼리 재미있게 놀라고 따로 타프를 쳐주는 배려를 잊지 않는다.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어떤 이는 팩을 박고, 어떤 이는 의자를 마구마구 나른다.
이번 캠핑에서 가장 성공적인 아이템이었다... ㅎㅎ

답답해서 타프 아래에서 잠을 잤는데 새벽의 빗소리가 예사롭지 않더니,
이른 아침, 공주아비의 타프가 무너져 있다.
가운데 고인 물 때문에 도저히 혼자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공주아비, 왕자어미와 함께 조용히 수해복구를 하면서 문득 다른 캠핑장은 어떨까 궁금해진다.
여기저기 비가 많이 온다고 하던데 별 일이 없었음 좋겠다.

가운뎃자리에 침낭 덮고 자는 한댓잠이 좋았다.
빗소리에 설마 하고 랜턴을 들고 온 한스 때문에 나도 놀라고 그도 놀랐다.
"여기서 주무실 거면 말을 했어야죠? 깜짝 놀랐잖아."

3일째, 아이들의 물놀이는 끝이 없다.
장유유서를 캠퍼들이 잘 지켜줬다.
나이 순서대로 아이들 보트 끌어주기.... ^&^ (쏠트밀님 죄송합니다. 게을러서...)

겁 많은 윈드밀네 유림이....
거북이 구명조끼 같은 걸 걸치고서 마냥 즐겁다.

남 하는 거 안해보면 병이 나고야 마는 담이는
기어이 이걸 해보고나서야 병이 나았다.

막내 민성이는 아직 형아, 누나들 틈에서 놀기가 버겁다.
몇몇 순간을 제외하고는 늘 민성이의 같은 표정을 봤다.
민성아, 조금만 기다려라... 금방 같이 놀 수 있게 되니까....

물놀이 중간에 먹는 라면맛을 어른들도 안다.
너무도 맛나게 먹는 아이들을 보며 철수 전 우리들도 라면을 먹기로 결정....

밤 10시에 귀가길에 오르기로 했으니 아직 물놀이할 시간은 많다.
어디 한번 피곤에 지칠 때까지 놀아봐라.

일요일 오후,
바람도 적당하고, 언뜻언뜻 해도 떠서 걱정했던 장비들이 다 말라간다.

이제 슬슬 짐 정리 해놓고 느긋하게 있다가 출발하면 된다.
마음씨 좋은 주인아주머니를 만나서 한가롭고 시원한 여름 캠핑을 즐길 수 있었다.
아직 때묻지 않은 오대산 자락...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

라면까지 끓여먹고 이제 각자의 집으로 출발할 시간...
예정보다 빠른 밤 9시... 아쉬운 악수.... 이 아쉬움이 또 다시 이 사람들을 모이게 할 것이다.
그때까지 다들 안녕히....
이거이 후기를 잘 쓴거여 아니면 누구 배아프라고 한것이여... 너무나 즐겁고 재미난 캠핑이 눈에 훤합니다. 부럽삼~~~ 모두들 보고싶어요...
저는 사온 쇠고기 먹은 죄 밖에 없습니다... 저도 도박사님 보고 싶어요...ㅎㅎ
오대산에서 즐거운시간 보냈구만....모두 즐거움이 가득하니 좋고마~~~!
오새 무쟈게 바쁜 모양이드만... 담주 점심 한번 먹으러 갑니다...^^
부럽습니다.. 저는 캠랜 가족들과 언제 쯤이면 한 번 같이 캠핑을 해 볼 수 있을런지.. 워낙 낯을 가려서 참 힘듭니다..ㅎㅎ
죄송합니다.... 저는 좀 낯이 두꺼운 편이라서....^^
저 서늘한 계곡물덕에 아직 더운줄 모르고 지냅니다^^.......캠핑하다 가장 늦게 나온 시간이 여기가 처음입니다....여유도 좋고...하루해가 왜 그리 짧던지...오다가 졸려 혼났네^^
나두 지금까지 했던 모든 귀가길 중 가장 눈이 무거웠다는 거... 공기 좋다고 안 자는 거 앞으로 지양합시다...ㅎㅎ
글이 담이엄마님의 글인듯하네요^^ 행복하십시요,,,
저는 이런 글 쓰지 못할 거란 말씀이군요... ^^ 즐겁게 살겠습니다...^^
우왕 무지하게 부럽네요. 다음에 기회 있으면 덤으로 끼워주세요.......................
요새는 무슨 술이 익어가는지 모르겠군요.... 광덕산에는 날 좀 선선해지면 갈까 합니다... 가도 위쪽에 올라가있을 거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