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예수님.
오랜만에 성지순례를 하기위해 아침 일찍부터 아내 크레센시아와 함께 부지런을 떨어야 했다.
목적지까지 거리도 멀었고, 성지까지 갈려면 걷는 시간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성지 중 가장 방문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있기도 해서, 이왕이면 예수님의 수난과 고통을 묵상하는 시간이 될 것 같아 사순시기를 택해서 갈려고 했었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아 늦춰진 순례길이다.
성지는 경남 울주군에 위치한 죽림굴.
이곳 성지는 기해박해 때 관아의 손길을 피해 안전한 곳을 찾던 신자들이 모여 움막을 짓고 숯을 구워 생계를 유지했던 곳으로 전해지며, 최양업 신부님께서 3개월동안 은신하며 신자들을 돌보았던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성지를 가기 위해서는 산에 오르기 전 입구에 마련된 사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왕복 약 7Km를 걸어서 가야한다.
입구에 도착하니 죽림굴 성지에 대한 안내 입간판이 세워져 있고, 주차를 한 다음 10시쯤 성지를 향해 출발했다.
성지를 가는 도로는 콘크리트 포장으로 되어 있고, 중간 중간 비포장으로 된 도로인데, 오르막이 제법 되는 길이 무척이나 힘겹게 느껴지는 도로이다.
산을 오르는데 자매님 두 분이 따라 올라오며 미사가 11시에 있는데 빨리 가야한다면서 우리를 앞질러 빠르게 올라가신다.
미사가 있을 줄 모르고 간 것이었는데, 미사가 있다니 반가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지만 오버 페이스를 한 탓인지 내딛는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워낙 저질(?) 체력이라 그런지 산을 오르는동안 세번이나 포기할 뻔 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오르시면서 세 번이나 넘어지셨던 고통을 묵상하면서 "이것도 못 오르면 안 되지" 라는 생각으로 몇 번을 쉬다가다를 반복하면서 다시금 용기를 내어 오르기를 수 차례.
내가 힘들어서 투덜대면 아내 크레센시아는 이 정도 가지고 힘들어 한다고 핀잔을 주곤 한다.
나 보다 체력이 좋은걸보면 흐믓하다가도, 부실 체력인 나 자신이 한심스럽기도 한 꼴이다.
오르는 중간에 지치기도 하고, 미사시간도 이미 놓치고, 시간도 점심시간이 다가오기도 하여 준비해온 김밥과 약간의 과일로 체력을 보충하고 다시금 산을 올라간다.
(참고로 출발지와 성지인 죽림굴에는 식당이나 편의점이 없어 간단하게라도 음식을 준비해 가야 합니다.)
겨우겨우(?) 목적지에 도착하니 12시를 막 넘기고 있었고, 벌써 미사가 끝난 상태라 10여명 정도가 막 하산하려 하고 있었다. 거의 두 시간이 걸려 도착한 것이다.
우리는 성지까지 이어진 계단을 올라 최양업 신부님과 순교 조상들의 시복시성을 위해 기도하며, 선조들의 신앙을 본 받아야겠다는 마음도 간직하는 시간이었다.
미사 집전을 하신 신부님은 부산교구 김영곤 시몬 신부님인데, 지금은 은퇴하신 원로사제로써 죽림굴 성지를 최초 발견하셨다고 하시더군요.
미사는 3,4,5,6,9,10,11월에만 있고,
매주 금요일 11시에 미사를 집전하신다고 하시면서 돌아가면 순례할 교우님들에게 알려달라고 하셨습니다.
죽림굴 성지를 방문 하실 분은 위 미사 일정을 참고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첫댓글 몇번 갈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엄두가나지 않아 시작을 못해본 성지네요
이렇게 자세한 안내를 해주시니.
저질체력인 저도 다시 도전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힘들었지만 뜻 깊고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
영남 알프스랑 가깝다니 조만간에 가봐야겠습니다,미사시간 알려줘서 감사합니다
저는 가보진 않았지만, 영남 알프스 간월산 억새평원도 함께 가실려면 죽림굴 성지에서 1.6Km 더 가시면 되나 봅니다.
억새풀도 함께 즐기시려면 가을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울 본당 주임신부님이셨던 임정진 미카엘 신부님과 동창 신부님이라고 하셔서 더 반가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