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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시승을 위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로 떠났다. 주인공은 폭스바겐 3세대 투아렉. 2010년 2세대 등장 이후 약 8년 만에 나온 풀 체인지 모델이다. 최신 MLB-에보 플랫폼을 밑바탕 삼아 레벨 3 준자율주행 시스템, 이노비전 콕핏 등 남다른 상품성을 뽐내며 돌아왔다.
그동안 ‘○○○ 시승행사, 외신 반응은?’ 이란 기사를 써왔지만, 직접 나가는 건 처음. 첫 출장의 설렘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잠도 잘 못 잤다. 전 세계에서 신형 투아렉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기회니까. 행여 풋내기처럼 보일까 뽀얗게 먼지 쌓인 영어 단어장도 챙겼다. 궁금한 거 다 물어보고 와야지. 한국 기자단은 16일 출발해 다음날 현장에 짐을 풀었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디젤 SUV입니다.” 프리젠테이션 첫날 폭스바겐은 투아렉을 이렇게 설명했다. 최초의 투아렉은 폭스바겐과 포르쉐, 아우디의 합작 프로젝트로 싹을 틔웠다. 목표는 ‘스포츠카의 핸들링을 지닌 오프로더’. 약 300여 명의 팀원은 리더 클라우스 게르하르트 볼페르트(Klaus-Gerhard Wolpert)의 지휘아래 ‘PL71’이라는 플랫폼을 빚어냈다.
이 뼈대를 3개 회사가 나눠 쓰며 각각 투아렉, 포르쉐 카이엔, 아우디 Q7을 속속들이 선보였다. 모두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Bratislava) 폭스바겐 공장에서 함께 태어났다. 개발비는 줄이되 각각의 기술적 장점을 모으기 위한 묘안이다. 결과는 성공적. 투아렉은 새로운 폭스바겐의 ‘맏형’ 역할을 톡톡히 했고, 카이엔은 부도위기의 포르쉐를 벌떡 일으켜 세웠다.
이들 PL71 형제들은 당대 프리미엄 SUV 시장을 이끌었다. 비록 뿌리는 같지만 겨눈 과녁은 조금씩 달랐다. 투아렉은 아프리카 부족에서 본 딴 이름처럼 강력한 험로실력을 뽐냈다. 에어 서스펜션을 통해 차체 높낮이를 주물렀고, 엔진은 벨트와 오일섬프를 개조해 도강능력을 키웠다. 투아렉 전용 4모션 시스템은 한쪽 바퀴에 100%의 동력을 몰아줄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오프로드만 쫓는 ‘반쪽 SUV’는 아니었다. 기름기 쫙 뺀 외모와 풍요로운 주행성능을 무기로 고급 SUV가 응당 갖춰야 할 기준점을 세웠다. 그럼에도 형제 사이에는 엄연한 ‘룰’이 있었다. 더 고급스러운 Q7 있으며, 더 빠른 카이엔이 자리했다. 게다가 최근엔 벤틀리 벤테이가와 람보르기니 우루스 등 새 식구도 생겼다. 뜨거운 관심은 ‘동생’들 몫이었다.
뒷바라지 하던 장남에서 우월한 ‘형님’으로
잘츠부르크 공항에서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시승에 나섰다. 덩치가 예상보다 훨씬 우람하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878×1,984×1,702㎜. 이전보다 77㎜ 길고 44㎜ 넓으며 7㎜ 더 낮다. 그럼에도 공차중량은 1,995㎏으로 날렵하다. 뼈대의 48%를 알루미늄으로 채우고 나머지는 고강도 스틸로 빚은 결과다.
표정도 근사하다. 담백함만 강조한 기존 모델과 퍽 다르다. 가령 거대한 그릴 끝마디에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를 펼쳤고, 램프 속 주간주행등과 그릴 라인을 하나로 이었다. 각 패널 간 단차는 강박에 가깝게 줄였다. 여기에 ‘반짝이’ 크롬 장식을 덧발라 고급스럽고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 결과 공기저항계수는 Cd 0.32로 기존보다 0.05 끌어내렸다.
“신형 투아렉은 가만히 있어도 속도감이 물씬해요. 보닛 길이를 늘리고 지붕은 날렵하게 다듬었거든요.” 이날 함께한 폭스바겐 익스테리어 디자인팀의 아날도 크루제이로 실바(Arnaldo Cruzeiro Silva)가 한 마디 거들었다. 네 발을 장식한 21인치 알로이 휠도 한 몫 톡톡히 한다. 정차 중엔 에어 서스펜션이 숨을 죽인 채 남다른 ‘자세’를 연출한다.
투아렉의 ‘얼짱각도’는 뒤쪽에서 45°로 바라볼 때. 반듯한 도어 주름에 시선이 쏠린다. 단순한 장식 같지만 알고 보면 숨이 턱 막힌다. 가령 4개 도어와 뒤쪽 패널은 알루미늄이다. 주유구는 플라스틱. 나머지는 스틸이다. 각기 다른 소재를 단차 없이 접어 연결시켰다. 이를 위해 프레스 공정을 7차례나 치렀다.
기존 투아렉은 네모반듯한 테일램프와 창문 등의 구성이 아쉬웠다. ‘감칠맛’이 없었다. 그러나 신형은 멋스럽다. 날렵한 램프 속엔 LED 턴 시그널 기능도 심었다. 엠블럼과 ‘TOUAREG’ 글자가 자리한 패널 사이는 반듯하게 접었다. ‘반짝이’ 크롬 라인과 듀얼 머플러도 군더더기 없이 맞물렸다. 하지만 지나친 ‘완벽주의’가 때로는 답답해 보인다.
이런 겉모습도 예고편에 불과하다. 운전석에 앉으면 ‘이노비전 콕핏(Innovision Cockpit)’이 시선을 압도한다. 무려 15인치다. 계기판도 12인치 모니터를 통째로 심었다. 몸 쪽으로 에워싼 느낌이 낯설면서도 싫지 않다. 각종 아날로그 버튼은 모조리 삼켰는데, 모니터 내에서 직관적으로 쓸 수 있어 불편하지 않다. 두툼한 기어레버 위에 손목을 올려놓으면 세상 편안하다.
대시보드와 도어트림엔 길쭉한 원목 또는 알루미늄을 붙였다. 그 아래에 얄따란 LED 엠비언트 라이트를 심었다. 손이 가는 모든 부위는 가죽으로 감쌌다. 게다가 투아렉 최초로 앞좌석에 마사지 기능을 넣었다. 등받이에만 8개의 공기주머니를 넣어 뭉친 근육을 풀어 준다. 또한, 버튼 하나로 허벅지와 옆구리 쿠션을 조절할 수 있어 자세 맞추기도 좋다.
뒷좌석은 앞뒤로 160㎜까지 움직일 수 있다. 등받이는 21°까지 세 단계에 걸쳐 눕는다. 독일척추건강협회(AGR)에서 공식 인증을 받아 장거리 여행도 걱정 ‘뚝’이다. 파노라마 선루프는 길이와 너비가 1,270×825㎜에 달한다. 개방감 넘치는 실내와 포근한 의자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4-존 독립제어 에어컨은 덤이다. 아, 트렁크 용량도 697에서 810L로 키웠다.
V6 3.0L 디젤 엔진이 메인
신형 투아렉의 심장엔 V6 3.0L 디젤 터보 엔진이 들어간다. 최고출력에 따라 231마력과 286마력 버전으로 나눈다. 유럽시장에는 340마력 뿜는 V6 3.0L 가솔린 엔진도 얹을 계획. 이후 벤틀리 벤테이가와 같은 V8 4.0L 디젤 터보를 더하며, 중국을 위한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PHEV) 버전도 투입한다. 시승차는 모두 V6 3.0L 디젤 286마력 버전이다.
최신 디젤차를 향해 누구나 하는 말이 있다. “눈 감으면 디젤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하다.” 투아렉은 한 술 더 뜬다. 실내뿐 아니라 실외에서 조차 디젤 특유의 소음‧진동을 알아채기 힘들다. 보닛을 열면 곳곳에 힌트가 보인다. 두툼한 방음재와 꼼꼼한 커버링이 ‘걸걸’거리는 소음을 모두 제압했다. 심지어 도어 고무몰딩도 차체 안쪽까지 3중으로 붙였다.
첫 번째 시승코스는 잘츠부르크 공항에서 쉐파우 암 윌든 카이저(Scheffau am wilden Kaiser)까지 약 108㎞. 고속도로와 아름다운 굽잇길이 펼쳐진 구간이다. ‘첫 인상 3초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처음 만나 3초 내에 사람의 인상이 결정된다는 말이다. 투아렉도 그렇다. 운전대를 쥐는 순간 느낌이 온다. 우월한 체격과 풍요로운 감각으로 도로를 장악한다.
심지어 타이어 비명마저 아득히 들린다. 압권은 내비게이션. 15인치 화면이 주는 시원함은 매력 그 자체다. 최신 구글 3D 맵을 얹었는데, 산등성이의 나무 하나하나까지 실사로 표현한다. 스티어링 휠 오른쪽의 ‘VIEW’ 버튼을 누르면 계기판에도 내비게이션을 띄운다. 앞 유리창에선 시원한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자기 몫을 다한다. 폭스바겐이 꿈꾸는 미래를 집약했다.
모니터가 많다고 쓰기 복잡한 건 아니다. 운전자 맞춤형 시스템 덕분이다. 가령 이노비전 콕핏의 메인 화면은 스마트폰처럼 원하는 대로 구성할 수 있다. 에어컨 조절과 열선‧통풍 기능 조작도 직관적이다. 덕분에 화면에 눈이 머무는 시간도 적다. 볼보와 테슬라, 르노삼성도 센터페시아에 대형 터치스크린을 얹지만 사용편의성 측면에선 폭스바겐 투아렉이 한 수 위다.
폭스바겐이 밝힌 투아렉의 0→시속 100㎞ 가속 성능은 6.1초. 7세대 골프 GTI보다 0.8초, GTI 퍼포먼스 팩보다도 0.1초 더 빠르다. 그런데 비슷한 성능의 스포츠카와 가속 느낌이 전혀 딴판이다. 속도계 눈금을 확인하지 않으면 느림보라고 오해하기 십상이다. 섬뜩한 정적 속에서 가속을 해치우기 때문이다. 모든 바깥 소음과 단절한 채 제 할 일을 다 한다.
‘헉’ 소리 나는 자율주행, 국내 적용은 미지수
구글 3D 맵을 통해 레벨 3 자율주행 기술도 구현했다. 자율주행의 기술수준은 L0~L4의 5단계로 나눈다. L0은 수동운전. L1은 단독기능 자동화, L2는 통합기능 자동화, L3은 조건부 자율주행이다. L4는 100% 자율주행이다. 지금 보편적으로 쓰고 있는 기술은 레벨 2. 투아렉은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른바 ‘로드워크 레인 어시스트(Roadwork Lane Assist)’다.
가령 시속 60㎞ 이하에서 가속과 제동, 조향을 시간제한 없이 차가 스스로 한다. 작동방법도 간단하다. 스티어링 휠 왼쪽에 자리한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된다. 차간거리에 따라 속도를 주무르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이나 차선 유지보조 장치(LKA) 등을 개별적으로 작동시킬 수도 있다. 이번 시승을 통해 자율주행 시대가 성큼 다가온 걸 알 수 있었다.
특히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기존에 알던 장비와 사뭇 다르다. 예컨대 구글 3D 맵이 현재 달리고 있는 도로의 제한속도를 인지해 속도를 조절한다. 따라서 시속 120㎞로 달리게끔 설정해도, 지금 달리고 있는 도로의 제한속도가 시속 90㎞라면 더 이상 가속하지 않는다. 또한, 코너 구간에선 미리 속도를 줄여 돌고 전방 교차로의 상황까지 감지해 사전에 대응한다.
하지만 국내에선 구글 3D 맵을 쓸 수 없다. 국가보안법(國家保安法) 때문이다. 구글이 찍은 위성사진에 주요 군사시설 등이 드러날 위험이 있다. 만약 국내 수입 모델이 흔한 매립형 내비게이션을 쓴다면 어떨까? 커다란 15인치 화면에서 익숙한 길안내 음성과 멜로디가 흘러나온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신형 투아렉의 핵심 장비인 만큼 해결책이 필요하다.
골프만큼 날렵한 운동성능
이어진 굽잇길. 미세먼지 하나 없는 오스트리아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단, 우리나라보다 도로 폭이 좁아 큰 덩치의 투아렉을 몰기에 다소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걱정할 필요 없었다. 제 아무리 신기술로 똘똘 뭉쳤다고 한 들 타고난 신체조건까지 극복할 거라고 생각 못 했다. 하지만 투아렉은 잘 달리기로 소문난 골프만큼 민첩하고 조종감각이 뚜렷했다.
액티브 올-휠 스티어링 덕분이다. 가령 시속 37㎞ 이하에선 뒷바퀴를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최대 5°까지 비튼다. 언더스티어를 줄임과 동시에 휠베이스가 줄어드는 효과를 얻는다. 반대로 시속 70㎞ 이상에선 뒷바퀴를 앞바퀴와 같은 방향으로 최대 5°까지 돌린다. 고속주행 안정감을 키우기 위한 묘안이다. Q7에도 같은 장비가 들어갔지만 투아렉 쪽이 한층 자연스러웠다.
참고로 신형 투아렉의 최소 회전반경은 11.19m. 형제 모델인 벤틀리 벤테이가보다 1.21m 더 작을 뿐 아니라 폭스바겐 7세대 골프와도 불과 0.29m 차이다. 덕분에 좁은 골목길이나 유턴 차로에서 손쉽게 다룰 수 있다. 그렇다고 스티어링의 감각이 자극적이진 않다. 운전자가 느끼기엔 분명 여유롭고 편안한데, 똑똑한 조수들이 알게 모르게 꼬부랑길을 헤쳐 나간다.
여기에 48V 전자식 안티 롤 바 ‘eAWS’가 지원 사격한다. 통상 안티 롤 바라고 부르는 스태빌라이저는 좌우 서스펜션을 잇는 막대다. 선회 시 바깥 타이어를 위로, 안쪽 타이어를 아래로 밀어 기울임 각도를 줄인다. 투아렉의 전자식 액티브 롤링 제어 기술은 앞뒤 차축에 전기 모터와 ECU를 심었다. 순간적인 전기신호로 차체 기울임을 엄격히 제압한다.
그래서 여느 SUV에선 느낄 수 없는 주행감각을 가졌다. 주행모드는 컴포트와 노멀, 스포츠, 에코, 인디비주얼 등 다섯 가지. 컴포트 모드에서 조차 기울임 없이 굽잇길을 짓누른다. 특히 네 발에 물린 4-코너 에어 서스펜션은 주행 상황에 따라 스스로 높낮이를 바꾼다. 가령 시속 120㎞ 이상에선 최대 25㎜까지 낮추고 험로에선 25㎜에서 최대 70㎜까지 높인다.
트렁크에 짐 실을 때도 요긴하다. 양손 가득 짐을 들고 트렁크 아래에 발차기 시늉을 하면 도어가 자동으로 열린다. 여기까지는 경쟁사 SUV도 갖고 있는 기능. 투아렉은 뒤쪽 서스펜션을 40㎜ 더 낮춘다. 덕분에 트렁크 입구가 내려가 키가 작은 운전자도 짐을 싣고 내리기 편리하다. 참고로 트렁크 용량은 볼보 XC90보다 89L, 메르세데스-벤츠 GLE보다 120L 더 크다.
카라반 견인, 초보자도 할 수 있어
숙소에 도착한 뒤 인근에 있는 트레일러 견인 체험장으로 이동했다. 꽁무니에 소형 카라반을 이은 투아렉이 자리했다. 후진으로 곳곳에 설치한 파일런을 요리조리 피해가야 하는 코스였다. 간단해보이지만 생각보다 대단히 어렵다. 예컨대 후진 시 카라반의 이동방향은 스티어링 휠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투아렉에겐 비장의 무기가 하나 있다.
바로 트레일러 어시스트(Trailer Assist)다. 이 장치만 있으면 스티어링 휠 조작을 차가 알아서 해준다. 운전석 왼쪽에 자리한 사이드미러 조정 스위치를 통해 가고 싶은 방향만 간단하게 조작한다. 계기판과 이노비전 콕핏에서 카라반의 이동 방향과 각도까지 계산해 띄워 ‘누워서 떡 먹기’다. 게다가 견인능력은 3.5t(톤)에 달해 어지간한 대형 트레일러도 끄떡없다.
기어레버 뒤쪽엔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AWD)을 주무르는 4모션 액티브 컨트롤이 자리했다. 스노우(Snow, 눈길)와 오프로드 오토(Offroad Auto), 샌드(Sand, 모랫길), 그래블(Gravel, 자갈길), 오프로드 엑스퍼트(Offroad Expert, 험로전용) 등 5개 모드 가운데 고를 수 있다. 노면 상황에 따라 엔진의 힘을 앞 차축으로 최대 70%, 뒤 차축으로 최대 80%까지 나눈다.
압권은 오프로트 엑스퍼트 모드. 투아렉 고유의 DNA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에어 서스펜션을 70㎜ 높여 험로주행 성능을 극대화한다. 가령 진입각도는 25°에서 31°까지 키우고 탈출각도는 18.5°에서 25°로 높인다. 또한 한쪽으로 35°까지 기울어도 넘어지지 않는다. 만약 한쪽 바퀴가 공중에 떠도 나머지 바퀴로 장애물을 집어삼킨다. 깊이 570㎜의 물길도 문제없다.
폭스바겐 투아렉. 그동안 담백한 매력과 탄탄한 기본기를 중심으로 당대 프리미엄 SUV의 기준점을 세어왔다. 그런데 3세대 투아렉은 조금 다르다. 투아렉 본연의 장기를 유지하되, 이노비전 콕핏과 레벨 3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진화했다. 이제는 기준이 아닌 가장 우월한 정점으로 우뚝 올라섰다. 하지만 그룹 차원에서 볼 때 이번 투아렉의 포지셔닝에 물음표가 생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아우디 Q7. 안팎 디자인은 물론 전자장비, 소재까지 투아렉이 한 수 위인 까닭이다. 이전 세대에는 투아렉이 먼저 등장하고 그 다음 카이엔과 Q7 등 형제들이 순서대로 나왔다. 그러나 이번엔 투아렉이 마지막 타자다. 소소한 문제들을 모두 보완하고 나온 느낌이다. 그래서 얼굴에 붙은 4개의 링을 제외하면 Q7을 선택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기아자동차 K9이 좋은 예다. 소비자를 설득시키는 건 다른 문제다. 모든 면에서 경쟁 SUV보다 뛰어날지언정, 소비자가 ‘VW’ 배지 붙은 럭셔리 카에 많은 돈을 지불할지 의문이다. 그러나 신형 투아렉은 단순히 많이 팔아야하는 고급 SUV가 아닌, 브랜드 전체를 이끄는 핵심 모델이다. 세상 멋진 SUV, 이번 투아렉을 수식하는 가장 멋진 문장이 아닐까.
<제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