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암산[大巖山] 591m 경남 합천
산줄기 : 진양미타대암단맥
들머리 : 초계면 원당리 대암산관광농원
위 치 경남 합천군 대양면/초계면/율곡면
높 이 591m
# 참고 산행기[사네드레]
합천 대암산(591m)
대암산은 합천군 대양면, 초계면, 율곡면의 경계에 위치한 해발 591m의 산이다. 백두대간의 남덕유산이 동남쪽으로 곁가지 산줄기를 뻗어 내린다. 진양기맥으로 불리는 이 산줄기는 금원산, 기백산, 황매산 등 서부경남의 명산들을 일으키며 달려나가 합천호를 출발한 황강가에 대암산과 무월봉(622m), 태백산(570m) 등으로 뻗어나간다.
대암산과 태백산은 너무나 낯익은 이름이다. 천제단이 자리하는 그 유명한 태백시의 태백산(1567m)과, 용늪으로 유명한 인제군의 대암산(1304m)이 그것이다. 국립지리원의 지도를 보던 필자는 합천군에도 이름이 한자까지 같은 산이 있다는 사실에 흥미를 금할 수 없었다. 더욱 대암산 옆에는 신라와 백제의 치열한 전투로 유명했던 대야성산(271m)까지 자리하고 있지 않은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두 차레에 걸쳐 합천군 대양면을 찾아 나섰다. 또한 백암리 태백산 자락에 있는 보물 제381호 백암리 석등과 유형문화재 제42호인 대동사지석조여래좌상을 만나보았다. 얼굴 부분이 심하게 마모된 불상과 푸른 이끼가 덕지덕지 돋아난 석등, 허리가 굽은 호호백발의 거목은 아득한 세월을 거슬러 말 그대로 전설 바로 그것이었다.
계절의 여왕 5월은 석가탄신일의 달이기도 하다. 이름이 알려진 유명한 산이나 사찰도 좋겠지만 시간이 허락한다면 심산궁곡에 자리한 알려지지 않은 지방의 산과 소중한 문화재를 어렵사리 찾아가 정담을 나눈다면 더없이 보람된 삶이 되지 않을까. 태백산~대암산의 들머리는 대양면 오산리 버스정류장이다.
최근 깨끗이 단장한 포장도로를 따라 북녘 마을길로 들면 봄바람에 나부끼는 보리밭의 초록빛 파도가 산꾼들의 가슴을 절로 설레게 한다. 멀리 마을 뒤로 태백산과 대암산을 잇는 산줄기는 따뜻한 봄볕에 눈부시고 재작년에 찾았을 땐 공사가 한창이던 도로는 이미 말끔히 포장되어 오산저수지를 지나 초계면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오산마을 경로당 앞에는 네 아름 반의 거대한 느티목이 마을의 오랜 역사를 알려준다. 볼수록 경외감이 느껴지는 고목을 여러 바퀴 돌며 사진에 담고 마을 뒤편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따른다. 소나무가 울창한 산길에 물오른 향긋한 솔향기가 도회지에서 찌든 심신을 말끔히 헹궈준다.
태백산과 천황산으로 이어지는 큰고개 능선에 올라서면 그 고운 구슬봉이꽃이 무더기로 피어난다. 여기저기 무리를 이룬 붓꽃도 선녀인양 제각각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고 있으니 산을 오르면서 야생화를 살피는 일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산행초기에는 나무와 꽃에 문외한이요 청맹과니에 불과했던 필자는 그동안 공부를 거듭한 결과 꽃과 나무, 버섯, 새소리 등에도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게 되었고 '아는 만큼 느낀다'는 옛말의 뜻을 어슴푸레 깨치게 되었다.
북서쪽 숲속을 지나 30분만에 태백산 정상에 닿는다. 정상석이나 팻말이 전혀 없다. 그러나 산꾼들이 거의 찾지 않은 정수리는 자연의 순수함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북동쪽으로 초계면과 적중면의 너른 들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저곳에서 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허리를 펴고 고개를 들면 까마득하게 보이던 높은 산이어서 태백산이라 이름 하였으리라.
다시 산길을 이어 무월봉을 향한다. 연초록 새잎이 뾰족뾰족 돋아나는 봄의 산길. 어찌보면 연초록 귀여운 새잎은 꽃보다 더 아름답다.
능선에서 너럭바위를 만난다. 마치 통나무 의자처럼 생긴 하얀 바위가 쉬어가라고 말을 건다. 그대로 지나친다면 그는 멋 없는 산꾼이 된다. 바위 주위를 살피니 사람의 이름인 듯한 '최경(崔敬)' 이란 두 글자를 새겨놓았다. 다시 산길을 이어 이번 산행의 최고봉인 무월봉 헬기장 정수리에 올라선다. 이곳에서 굽어보는 동녘의 초계면과 적중면 일대에는 '부처님 손바닥 보듯' 하다.
바둑판같이 잘 정돈된 너른 들판에서 넉넉한 추수가 끝나고 꽹과리와 장구를 치며 덩실덩실 풍년 잔치 흥에 겨울 때면 서녘 하늘 보름달도 다라 춤을 추던 이 청산. 그래서 이름도 무월봉이리라.
다시 산길을 잇는다. 대암산을 향한 내림길에는 산불의 흔적이 남아있다. 마음을 아프게 한다. 불에 타버린 다 큰 소나무의 잿더미에서 인간을 향한 원망이 날아드는 것 같다. 화염에 싸여 타들어가는 나무들의 마지막 몸부림을 연상하니 모골이 송연해진다.
대암산과의 경계를 이룬 안부에 내려선다. 뜻밖에도 찻길이 올라오고 작은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다. 다시 능선에 올라서면 대암산의 정수리 자태가 눈에 들어온 마른 억새꽃이 봄바람에 서걱댄다. 정수리의 산세는 어쩌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답게 다가온다. 이윽고 대암산 정상. 어른 키 높이의 정상석과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동서남북 겹겹의 산병풍이 찬란한 봄 햇살에 눈이 부시고, 합천읍 시가지와 초계면과 적중면의 논과 밭, 북쪽 자락을 적시며 구불구불 달려가는 황강의 물결 등, 나무가 없는 대머리 산정은 폭넓은 시야를 선사한다. 산불초소 노인에게 대야성의 위치를 물어보았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아직도 대야성산 부근에서 산성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하였고, 어떤 이는 이곳 대암산을 대야성으로 착각한다고 한다.
이곳에서 일행들은 서남쪽 능선을 내려 대양면 시가지로 향한다. 그러나 별명이 '외로운 늑대'인 필자는 기어코 혼자 서북 능선을 이어 대야성산 정수리에 이르고야 만다. 잰걸음으로 아천마을 낚시터를 지나 내리고 보니 옷이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산행길잡이
오산마을-(1시간)-태백산-(35분)-무월봉-(35분)-대암산-(1시간20분)-대양면사무소
태백산-대암산 종주산행의 들머리는 60번 국도변에 자리한 대양면 오산리 버스정류장. 버스에서 내려 북쪽으로 올라가는 포장길을 따라가면 오산마을 경로당에 이른다(20분). 경로당 앞 느티나무를 지나 마을 뒤 지능선을 따라 태백산 정수리에 올라선다(1시간). 다시 서북쪽 능선을 이어가면 의자바위를 지나 산행의 최고봉인 무월봉 헬기장에 올라선다(35분). 다시 서북쪽 능선길을 이어가면 산불지대를 지나 포장도로가 올라오는 안부에 내려선다(15분). 이곳에서 다시 능선을 이어가면 산불감시초소가 자리한 대암산 정수리에 올라선다(20분). 하산은 남서쪽 능선을 내리면 보은사를 지나 대양면사무소에 도착한다(1시간20분). 4시간 정도 걸린다.
대야성산까지 이으려면 정서녘 능선을 이어 삼각점이 있는 242봉을 지나 북서녘 능선을 이어가면 솔숲 속에 무덤이 있는 대야성산 정수리에 이른다(1시간40분). 하산은 동쪽으로 조금 되돌아가서 정남녘 지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아촌마을 실내낚시터를 지나 35번 국도변에 닿는다(1시간). 대야성산을 이어 33번 국도변의 상희동까지는 6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교통
서울-합천=서울남부터미널(02-521-8550)에서 1일 5회 운행하는 고속버스로 합천에 내려 합천시외버스터미널(055-931-0142)에서 1일 5회(06:50~18:50) 운행하는 군내버스로 대양면 오산리에서 내린다. 날머리인 대양면에는 합천행 버스가 수시로 다닌다.
*잘 데와 먹을 데
들머리에는 식당이 없다. 날머리인 대양면에는 식당이 여럿 있으며, 숙박은 합천읍 시가지의 시설을 이용한다.
글쓴이:김은남 참고:월간<사람과산> 200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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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벗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