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이유가 뭘까?
《애니캔》/은경 글/별숲
현정란
우연일까?
《애니캔》을 읽기 전 동물세포를 배양해 생산하는 고기 ‘배양육’이 식품으로 인정받아 시판되고 식당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 미국과 싱가포르에서 배양육 판매를 공식 승인했고, 이미 식당에서 판매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2010년부터 배양육 연구에 박차를 가했고, 허가를 추진 중이라고 한다. 이미 바다 자원인 해조류를 기반으로 한 배양육을 만들고 있다고 했고, 배양육 개발 회사가 2021년에는 한우 배양육 개발에 성공해서 시식회를 진행했다고 한다.
소, 돼지, 닭을 직접 도살하지 않고 배양육으로 섭취한다니… 방송을 들으며 깜짝 놀랐다. ‘내가 방송을 너무 안 들었구나.’, ‘세상 돌아가는 뉴스에 귀를 닫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앞서가는 연구에 소름 끼쳤다. 연구자들은 당연히 연구하여야 하는데 왜 몸에서 소름이 돋는 걸까?
‘이제는 무엇을 먹어야 하는 걸까?’
‘뭘? 어떻게 먹어야 하는 걸까?’
‘내가 먹는 것이 배양육이 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몸이 부르르 떨렸다.
방송을 들은 날 오후 《애니캔》을 읽으며 다시 한번 놀랐다. 책장을 덮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게 뭐지?”라는 생각과 함께 “작가는 무얼 말하려는 걸까?” 하는.
처음 책장을 펼쳐 읽으면서 ‘캔에서 나온 맞춤형 반려견에 관한 이야기.’구나. 작가의 구상이 기발하다고 생각하며 책장을 술술 넘겼다. ‘와, 재미있는데….’ 하며. 그런데 뒤로 갈수록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별이’라는 반려견을 다시 캔 속에 넣은 것이다. 반려견 ‘별이’를 구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할 때까지 다시 캔 속에 넣은 것이다. 이것 또한 인간들의 욕심이 아닐까? 물론 반려견 별이를 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아주 좋은 의도라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불쾌했다. 내가 너무 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별이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할 수도 있다.
인간들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이 책을 아이들에게 읽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나를 슬프게 만들었다. 이야기는 재미있는데… 이야기의 끝을 보면 읽히고 싶지 않았다. 인간들의 욕심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책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언젠가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백만장자가 병에 걸렸다. 현재는 치료제가 없어서 가망이 없다. 그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 잠을 자도록 급속 냉동상태에 들어가는 것이다. 치료제가 나오면 그때 해동시켜서 치료한다는. 그때도 인간들의 생명 연장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젠 어린이 동화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구나.’ 하는 생각 때문에 불편했을 수도 있다. 앞서가는 사회를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참 우울하다.
책장을 덮으며 든 생각은 ‘은경작가는 비건일까?’ 하는 것이다. 마무리 장에서 아이들은 고기를 못 먹겠다고 했다. 우리나라에 제일 많은 고기 식당을 보면서 한 말들이다. 그 아이들은 애니캔 속의 동물들을 봤기 때문에 고기를 못 먹겠다고 한 것이다. 그렇다면 배양육은 고기가 아닐까? 동물의 세포를 배양해서 만든 고긴데. 배양육이 널리 퍼져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게 되면 소, 돼지, 닭 같은 동물과 바다에서 사는 어류들은 자유롭게 살다가 죽을 때 돼서 죽게 될까? 죽은 동물들도 무덤을 만들어줘야 하나… 생각에 생각을 이어가자 끝이 없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생각은 이만 덮자.
아이들은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책장을 덮으며 “이제부터 고기 안 먹을래.”라고 말할까? 아니면 책은 책이고 현실은 현실이니까 고기 먹는 것과 상관없이 고기를 먹을까?
고기를 좋아하는 나는 불편했다. 고기든, 어류든 먹는 것은 다 좋아한다. 체력이 달릴 때마다 고기를 먹는다. 특히 돼지고기. 물론 들나물도 좋아한다. 식물학자들은 식물에도 생명이 있다고 하지 않나… 에이 모르겠다. 이것도 따지고 들면 굶어야 하니까.
나에게는 불편한 책인 것만은 분명하다.
(2024.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