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규호 작사/작곡)은 1971년 병마(病魔)와 싸우다
세상을 등진 「배 호」의 마지막 곡입니다.
공교롭게도 「배 호」의 본격적인 가수 활동은 병마(病魔)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1966년 2월, 신장염(腎臟炎)을 앓기 시작하면서
음색(音色)이 탁성(濁聲)으로 변해 '바이브레이션' 조차 제대로
구사하기가 어려웠지만, 가수로서 그는 되레 적극적이었습니다.
「배 호」를 한 순간 인기 가수(歌手)의 반열(班列)에 올려놓은
"돌아가는 삼각지" 역시 노래에 ‘쉼표’ 몇 개를 자의적으로 넣겠다는
조건 하에 취입 했음에도 병마(病魔)의 고통(苦痛)이 고스란히 담긴
숨 가쁜 톤이 그러하듯 「배 호」 는 투병(鬪病)과 호전(好轉) 상황에
따라 때로는 끊어질 듯 탄식(嘆息)에 가깝게, 때로는 비교적 건강한
음색으로 여러 가지 창법을 구사하며, 당시 아세아 - 신세기 - 지구
등 메이저 음반사 전속 가수를 거치면서 5년 간 무려 260여 곡을
취입 했습니다.
“이를테면 「배 호」 는 ‘달러 박스’로 각 방송사의 인기 가수상을
휩쓸며 전성기 때는 "돈 다발을 베개 삼아 잔 적도 있다’는 일화가
회자될 만큼 인기에 비례해 수입이 좋았지만, 약값으로 인해 그는
늘 쉴 틈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한 회사의 전속 가수로 있으면서도
다른 레코드 사를 통해 ‘도둑 취입’을 하기까지 했으니 까요.”
작곡가 김인배씨의 회고 입니다...
그렇듯 「배 호」 는 한 때 연예인 납세 실적 3위에 올랐을 정도 였지만,
병원비, 그리고 가족을 위한 생계비를 감당하기 위한 무리한 공연과
취입으로 다시 병세가 악화되는 악순환을 반복 하며 생의 마지막
시간을 빠르게 소진(消盡)해 갔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악단을 이끌며 혁신적인 활동을 계속했고 점차 몸을
가누기가 힘들어지자 '승용차'를 구입해 ‘멋쟁이의 대명사’인 마이카
족의 대열에도 합류합니다. 그러나 점점 몸은 부어올라 옷과 신발을
매번 새로 바꾸어야만 했습니다.
이 무렵부터 식사 때마다 꼭 소화제를 복용했고, 말 수도 점차 줄어
갔으나, 입버릇처럼 "쓰러져도 무대에서 쓰러지겠다"는 말 만은 늘
입에 달고 다녔다 합니다. ‘행방 불명 설’과 ‘사망 설’이 항간에
수시로 나돌았지만, 그때 마다 그는 보란 듯이 나타났습니다.
때로 휠체어에 앉은 채 레코드 판으로 노래를 대신해 무대에 올랐고,
심지어 사회자의 등에 업혀 노래하기도 했습니다.
무대에서 객혈(喀血)까지 하며 중도 퇴장하기도 했습니다. 관중들의
박수 소리와 환호만이 삶을 지탱해주는 유일한 힘 이었던 「배 호」 는
결국 1971년 11월, 세상을 떠났습니다.
당시 「배 호」 에게는 약혼녀가 있었으나 죽기 며칠 전 억지로 '안녕'
하며 이별했다고 전해집니다.
<인천 아이러브색소폰클럽 대표 윤양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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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지 않아요 울지도 않아요
당신이 먼저 가버린 뒤 나 혼자 외로워지면
그 때 빗속에 젖어 서글픈 가로등 밑을
돌아서며 남몰래 흐느껴 울 안녕
후회하지 말아요 울지도 말아요
세월이 흘러 가버린 뒤 못 잊어 생각이 나면
그 때 빗속에 젖어 서글픈 가로등 밑을
찾아와서 다시 또 흐느껴 울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