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지리를 보다 - 메콩 강, 톤레사프 호수, 앙코르와트 첫사랑처럼 달곰쌉쌀한 인도차이나 (1) - 캄보디아
영원한 인간사랑 ・ 2024. 1. 2. 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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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지리를 보다
메콩 강, 톤레사프 호수, 앙코르와트
첫사랑처럼 달곰쌉쌀한 인도차이나 (1) - 캄보디아
1 메콩 강 – 인도차이나 반도를 관통하는 동남아시아 최대의 강. 베트남, 캄보디아 등 여섯 나라를 거쳐 남중국해로 흐른다.
2 톤레사프 호수 - 캄보디아 중앙에 위치한 호수. 드넓은 황토색 호수 위에 수상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3 앙코르와트(시엠레아프) - 캄보디아에 있는 동남아시아 최대의 앙코르 문화 유적.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건축물로 손꼽힌다.
인도차이나 반도는 아시아의 남동쪽에 위치한 반도이다.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타이, 미얀마 5개국이 인도차이나 반도에 있다. 이들 나라는 반도를 관통하는 메콩 강을 매개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인도차이나 반도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리적으로 인도와 중국 사이에 있다. 위치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인도 및 중국 문화권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
인도차이나 반도는 태평양과 인도양 사이에 놓여 있어 해양 교류의 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하지만 타이를 제외한 모든 나라가 서구 열강의 식민지가 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인도차이나는 일반적으로 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 3개국을 가리키는데, 이들 세 나라는 19세기 후반 이후 프랑스 식민지로 있다가 제2차 세계대전 후 독립하였다.
1920년대 말, 드넓은 황토색 메콩 강을 건너는 배 위에서 화교 재력가 청년의 눈길이 프랑스 소녀에게 가서 닿았다. 청년은 한 눈에 반했고 소녀는 남자의 재력에 끌렸다. 하지만 남자는 집안의 강요로 중국인 처녀와 결혼한다. 소녀는 프랑스로 돌아가는 배 위에 오르자 끝내 눈물을 터뜨린다. 함께 있을 때는 몰랐지만 눈에서 사라졌을 때 그게 사랑이란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제 노인이 된 소녀는 파리의 다락방에서 열여섯 소녀 시절의 첫사랑을 떠올리며 소설을 쓴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아픔이 녹아 있는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의 무대 메콩 강. 그곳에 가면 연인을 만날 수도 있겠지만 메콩 강의 아픔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우기에는 메콩 강이 범람하면서 하류에 퇴적물이 쌓여 비옥한 땅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해마다 홍수 피해를 입기도 한다.
동남아시아에는 두 계절이 있다
메콩 강이 범람하는 것은 인도차이나 반도에 비구름을 몰고 오는 열대 계절풍 때문이다. 바람 이름에 계절이란 말이 붙었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와는 달리 인도차이나 반도에는 대체로 두 계절이 반복하여 나타난다. 바로 동남아시아 기후의 두 얼굴인 건기와 우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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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건기를 맞이한 동남아시아의 농사꾼들이 펌프를 이용해 물을 끌어올리고 있다. <출처: (CC) Department of Foreign Affairs and Trade @ wikimedia commons> 2 우기에는 날씨가 맑다가도 순식간에 먹구름을 동반한 폭우가 1~2시간가량 집중적으로 내린다. <출처: (CC) Xufanc @ wikimedia commons> |
인도차이나 반도는 거의 전 지역이 열대 기후 혹은 아열대 기후에 속하고, 계절풍의 영향을 받아 건기와 우기의 차이가 뚜렷하다. 5~10월의 우기에 연강수량의 대부분이 집중되고 11~4월의 건기에는 비가 적게 내린다. 전반적으로 고온다습해 곳곳에 밀림이 형성되어 있다.
건기와 우기가 교대로 나타나는 것은 태양의 회귀 때문이다. 우기는 여름에 태양이 북회귀선(북위 23°27')에 위치할 때 형성된다. 태양이 가까이 다가와 고도(高度, 지평선을 기준으로 측정한 해의 높이를 각도로 나타낸 것)가 높아지면 대기가 데워져서 많은 비가 내리게 된다. 겨울에 태양이 남회귀선(남위 23°27')으로 이동하여 고도가 낮아지면 대기가 식으면서 건기가 나타난다.
긴 우기에는 생명의 근원인 비가 땅을 풍요롭게 만들고 땅의 소산물들이 수많은 사람을 먹여 살린다. 그래서 동남아시아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산다. 인구는 6억 명이 넘는데, 러시아를 제외한 유럽 인구와 맞먹는다.
캄보디아 프놈펜의 시민들이 신발을 벗고 빗길을 걷고 있다. <출처: (CC) Julie Rigsby @ wikimedia commons>
동남아시아는 인도차이나 반도와 말레이 반도, 그리고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 크고 작은 섬들을 포함한 지역을 말한다. 동쪽에는 남중국해, 서쪽에는 벵골 만이 있고 북쪽으로는 중국과 접하고 있다.
여름에는 인도양으로부터 습하고 더운 남서 계절풍이 불어온다. 이 바람이 산지를 타고 올라가 많은 양의 비를 뿌린다. 일반적으로 동남아시아의 적도 부근은 강수량이 많다. 적도선 바로 아래 지역은 연 강수량이 4,000mm 이상이고, 기타 지역은 2,000mm가 넘는다.
메콩, 기회의 강인가 분쟁의 강인가
티베트 고원에서 시작해 미얀마, 타이,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등 6개국을 지나가는 메콩 강.
강은 세상을 연결하기도 하지만 세상을 나누기도 한다. 중국의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한 메콩 강은 미얀마와 라오스의 경계선 위를 지나가고, 이어서 타이와 라오스의 경계를 이루며 흘러간다.
‘라오스의 나이아가라’라 불리는 콘파펭 폭포. <출처: (CC) Hiroo Yamagata @ wikimedia commons>
라오스와 캄보디아의 국경에 이르러서는 강물이 셀 수 없이 갈라져 휘돌아치다 일제히 내리 꽂힌다. 이곳이 바로 세계 최대의 계단식 폭포인 콘파펭 폭포(Khon Phapheng Falls)이다.
라오스의 어부가 바위 위에서 가느다란 줄에 의존한 채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급류를 향해 부채를 펴듯 그물을 던진다. 이런 장엄한 장면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메콩 강은 위태해 보이는 어부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사정없이 용솟음치다 이내 제풀에 지쳐 기나긴 여정을 잠시나마 내려놓는다.
콘파펭에서 라오스와 작별한 메콩 강은 캄보디아 평원과 벗하며 흐르다 프놈펜에 이르러 톤레사프 강과 합류한다. 그러다가 프놈펜 남쪽에서 두 갈래로 갈라진다. 동쪽으로는 주류인 메콩 강이 흘러가고, 서쪽으로는 지류인 바삭 강이 흘러간다. 4개의 강이 K자 모양을 하고 있어 이 지역은 ‘4개의 팔’이라고 불린다.
베트남으로 흘러든 메콩 강은 남중국해로 들어가기 전에 9개의 강으로 갈라지는데, 베트남에서는 이를 ‘구룡강’이라고도 부른다. 바로 이곳이 메콩 델타(삼각주) 지역이다. 삼각주에는 넓고 기름진 평야가 형성되어 벼농사가 행해진다. 메콩 강 하류의 강폭은 무려 2km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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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남아시아의 곡창 지대를 이루고 있는 메콩 삼각주. 2 나룻배를 타고 메콩 삼각주 지역의 밀림을 항해하는 모습. <출처: (CC) Teijo Hakala @ wikimedia commons> |
메콩 강은 중국, 미얀마, 타이,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등 6개국을 흐르는 길이 4,020km에 달하는 강이다. 매년 홍수 때마다 메콩 강 지류를 통해 운반된 비옥한 토양과 열대 계절풍 기후 덕분에 메콩 삼각주에서는 쌀 삼모작을 한다. 또한 메콩 강 유역은 수력 자원과 석탄, 석유, 가스, 목재 등 천연자원의 보고여서 ‘기회의 땅’이라고도 불린다. 어획량도 풍부해 베트남의 단백질 공급 창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델타 주변에 형성된 열대 우림 지역은 관광객들을 깊은 밀림의 세계로 초대한다. 우거진 밀림의 좁은 수로를 쪽배를 타고 앞으로 앞으로 헤쳐 나가면 밀림은 들어오라고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그런 아름답고 신비한 밀림과 강물이 인간의 손에 의해 훼손되고 있다.
최근 메콩 강 개발을 둘러싸고 국가 간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있다. 특히 메콩 강 상류에 위치한 중국이 여러 댐을 건설하여 외교적 마찰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유엔환경계획(UNEP)은 “중국이 댐을 건설하여 메콩 강의 흐름이 바뀌고 수질이 악화되고 있으며 생물의 다양성이 파괴되고 있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메콩 강 중상류 지역인 라오스에서도 댐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 상류의 댐 건설로 영양분을 지닌 토양이 하류로 내려오지 못해 메콩 강 주변의 토양이 척박해지고 있다. 또 밀물 때 강으로 올라왔던 바닷물이 썰물 때 내려가지 못해 강 주변은 소금기 가득한 땅으로 변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벼농사를 짓지 못하게 된 지역 주민에게 바다새우 양식을 권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타이 4개국은 메콩강위원회(MRC)를 구성해 메콩 강 하류의 수자원 개발을 조정하고 있다. 주변 국가들의 에너지 수요와 강의 보전에 대한 상호 이해관계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이다. 앞으로 어떻게 개발하느냐에 따라 메콩 강 유역은 ‘분쟁의 불씨’가 될 수도 있고, ‘풍요의 땅’이 될 수도 있다.
캄보디아의 거대한 물주머니, 톤레사프 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