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신문지가 만난 진짜 세상』은 정은미 작가가 세 번째 펴낸 어른과 함께 읽는 (동)시집이다. 한 편 한 편 오래 발효시켜 완성도를 높인 61편의 작품에는 좋은 시 한 편이 누군가의 삶에 작은 촛불 하나 얹어 놓는 일이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다. 작가는 직접 그림을 그려 책을 내는 꿈을 이루기 위해 SI그림책학교와 그림책상상 그림책학교를 다니면서 그림을 배웠고, 이번 (동)시집 『신문지가 만난 진짜 세상』에 직접 그림을 그림으로써 그 꿈을 이루었다.
목차
시인의 말 4
1부 안개비가 내리는 창문 너머
눈꺼풀 문 13
신문지가 만난 진짜 세상 15
보이지 않아도 16
안개비가 내리는 창문 너머 19
힘 조절 21
1학년 협동 수업 23
당당한 코골이 24
키 큰 소나무 27
한 나무에서 자랐는데 29
허풍선이 31
윤호 33
물고기가 되어 35
큰 나무 37
콩 한 쪽 나누려면 38
바나나 41
2부 진짜 마음은
진짜 마음은 45
보여 줄 거야 47
꽃도 49
꿈꾸는 이름들 51
회장이라면 53
어떻게 저렇게 55
생각에 속아 56
이름을 불러 줄래? 58
밥 먹을 때는 61
우리도 알아요 62
부채춤 64
말꼬리 66
동시 짓기 68
들켰다 70
오싹 73
3부 걱정이 불쑥
기도 77
별똥별 79
죽음이란 81
가지 못하게 83
찾는 별 84
아버지와 아들 86
시간 열차 89
걱정이 불쑥 90
날아갔다 93
작은 행복 95
똥 누는 것도 97
미세 먼지 99
할머니의 발음 101
눈1 102
눈2 103
눈3 104
4부 살아 있는 소리
핑계 108
나의 행복 지수 110
바쁜 아빠 113
떠도는 이름표 115
감을 따다 116
코큰소리 119
사육 곰 121
대화 123
잊혀진 꽃 124
살아 있는 소리 126
로봇이 그린 그림 127
아기의 눈물 129
국화차 131
민달팽이 132
고려인의 부탁 135
책 속으로
열면
많은 것이 보여.
닫으면
많은 생각과 만나지.
어떤 것은 봐야 하고
어떤 것은 보지 말아야 할까.
생각이 필요할 땐
나는
가만히 문을 닫고 기다리지.
--- 「눈꺼풀 문」
말, 말, 말만 가득한
신문이 말을 내려놓고
신문지가 되었다.
넘치는 김치통의 국물을 받아 주고
고구마, 감자 몸이 시들지 않게 싸 주고
깎아 낸 손발톱을 받아 주고
신발 속 고린내를 잡아 주고
깨지기 쉬운 것들을 보호하고
잠든 노숙자 얼굴을 덮어 주고
그리고
자신을 태워 누군가의 언 손을 녹여 주었다.
--- 「신문지가 만난 진짜 세상」
비가 내리고 있어
손을 내밀어야 느껴지는 안개비가.
건너편 아파트 건물들이
흐릿한 안개 속에서
덩치 큰 막대그래프로 변신해 있는 거야.
생각했지
수학시간에 배운 가로 값과 세로 값을.
높은 막대
중간 막대
낮은 막대
어떤 수치로 세워진 걸까?
각각의 값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생각해 보게 되네
안개비로 가려진
그 너머에 대해.
--- 「안개비가 내리는 창문 너머」
귤나무에서
딴 귤들
초록 귤은 이쪽
썩은 귤은 뒤쪽
상처 난 귤은 저쪽
큰 귤은 요쪽
빛깔 좋은 귤은 앞쪽
한 뿌리에서 나와
한 나무에서 자랐는데,
가는 길이
다르다.
--- 「한 나무에서 자랐는데」
단단한 검정콩,
물에 불려야 하지.
끓는 물에 삶아야 하지.
말랑말랑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
--- 「콩 한 쪽 나누려면」
출판사 리뷰
* ‘신문’은 세상일을 전하는데 참 시끄럽다.
좋은 일보다 전쟁, 마약, 살인, 성폭행,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 마치 부정적 사건 사고만 전하는 것이 신문의 역할인 것처럼 보인다. 작가는 물활론적인 사유를 통해 신문의 역할을 재조명하여 시로 빚어냈다. 신문지의 쓰임에 대한 진술이지만 그 속엔 숨겨 둔 세상의 따뜻함이 들어있다. 신문지가 만난 진짜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온갖 시끄러운 말들을 내려놓은 신문이 신문지가 되어 접히고 구겨지고 뭉치고 찢어지면서 말이 아닌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 작가는 동심을 통해 사유하게 한다.
‘안개’로 인해 막대그래프로 보여지는 아파트. 그래프가 보여주는 것은 무엇일까? ‘눈꺼풀 문’을 통해 우리가 봐야 하는 것과 보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눈에 보이는 ‘초승달’ 속엔 무엇이 감추어져 있는지, 단단한 ‘검정콩’ 하나를 나누려면 어떤 마음이 필요한 것인지, 생각에 생각을 더하게 한다.
* 작가는 동심과 유머로 아이들의 생활을 활기차게 표현하고 있다.
엄마를 잔소리쟁이, 마녀 등으로 표현하던 아이들이 막상 편지에는 ‘엄마, 많이많이 사랑해요’라고 쓴 아이들의 진짜 마음은 어떤 것일까? ‘회장’이라면 모범을 보여줘야 하는데 자꾸 왜 시키기만 하고 대장 노릇만 하느냐는 항의를 받기도 한다. 팔다리가 짧은 하마 별명을 가진 명희가 ‘어떻게 저렇게’ 빨리 달릴 수 있는지, 밥 먹을 때는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묻는 1학년 인호의 배꼽 빠지는 대답에서는 웃음이 빵, 터진다.
* 작가는 무거운 주제인 죽음도 진지하게 일깨워 주고 있다.
아빠의 죽음, 별똥별의 죽음을 통해 우리는 함께 위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며, 누구나 시간 열차를 타고 내려야 하는 존재로 삶엔 늘 죽음이 함께하고 있음을 진지하게 풀어냈다.
* 작가는 어린이라고 늘 가볍고 재미만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때론 가볍고 때론 재밌고 때론 그들의 유행을 따라가야 하지만, 때론 진지한 질문을 통해 생각의 깊이와 넓이를 넓혀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작가의 신념을 『신문지가 만난 진짜 세상』에 꾹꾹 담아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따라서 일상의 모든 것들이 우리 곁에서 어떻게 머물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어린이 눈높이에서 궁금해하는 것들을 질문하고 생각하고, 철학하는 힘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