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에 갔다가 돌아오는 둑길에는
이준관
새떼들도 밟지 않은 저녁놀이 아름답구나.
사과 속에서, 여름의 촌락(村落)들은,
마지막 햇볕을 즐기며 천천히 익어간다.
연한 풀만 가려 뜯어먹던 암소는 새끼를 뱄을까.
암소가 울자
온 들녘이 다정다감한 어머니로 그득하다.
지붕 위에 초승달 뜨고,
오늘 저녁, 딸 없는 집에서는
저 초승달을 데려다가 딸로 삼아도 좋으리라.
게를 잡으러 갔던 아이들은
버얼겋게 발톱까지 게 새끼가 되어 돌아오고,
목책이 낮아,
목책 밖으로 자꾸 뛰쳐나가기만 하던 하늘은
조금씩, 조금씩 어두워져 돌아온다.
처녀들이 몰래 들어가 숨은 꽃봉오리는
오늘 저녁,
푸른 저녁 불빛들에게 시집가도 좋으리라.
[고두현의 아침 시편] 처녀들이 몰래 들어가 숨은 꽃봉오리, 2024. 08. 29
https://www.arte.co.kr/book/theme/5904?fbclid=IwY2xjawFDZtZleHRuA2FlbQIxMQABHXX7zFY6D1IxV9kjCyk_BqtosGnzSA3-GDCk6b2exbP9OK-xatMRMAKW5g_aem_-yx21jpJW9cAERlYWOXpnQ
처녀들이 몰래 들어가 숨은 꽃봉오리… [고두현의 아침 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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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쉽지 않지만, 그게 시 쓰는 자의 고통과 고독이기도 하지만, 이 시가 그 비의를 넌즈시 알려 주듯 "읍내에 갔다가 돌아오는 둑길"이라는 일상에서 시가 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라고 펼쳐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없던 풍경, 없던 세계를 창조하는 낯익은 사물들! 우리의 가슴팍을 붙잡고 흔들어대는 정서의 낯선 감각들!기어코 우리를 저 "둑길"에 끌어다 앉혀 놓고야 마는 시!이 고양된 생의 환희!
첫댓글 쉽지 않지만, 그게 시 쓰는 자의 고통과 고독이기도 하지만, 이 시가 그 비의를 넌즈시 알려 주듯
"읍내에 갔다가 돌아오는 둑길"이라는 일상에서 시가 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라고 펼쳐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없던 풍경, 없던 세계를 창조하는 낯익은 사물들!
우리의 가슴팍을 붙잡고 흔들어대는 정서의 낯선 감각들!
기어코 우리를 저 "둑길"에 끌어다 앉혀 놓고야 마는 시!
이 고양된 생의 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