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 이해의 정확하고도 현대적인 번역서
한국불교에서 『금강경』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한국불교의 사상과 수행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고, 그 영향력은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금강경』은 대승불교의 핵심 사상인 무아(無我)와 공(空)사상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경전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불교의 기본 가르침인 연기설 또한 잘 드러내고 있는 경전이기도 하다.
『금강경』은 육조 혜능 이후 선종(禪宗)의 소의경전이 되면서 선가에서 가장 중요한 경전으로 자리 잡게 되고, 선종을 표방하고 있는 한국의 주요종단에서도 소의경전의 지위를 누리게 된다.
당연히, 예로부터 『금강경』에 대한 주석서 및 해설서들이 쏟아져 나왔으며, 그중에 가장 뛰어난 해설서로 꼽히는 것이 『금강경오가해』이다.
『오가해』는 조선 초기에 함허 득통 스님이 당송(唐宋) 대 다섯 선사(육조 혜능, 부대사, 규봉 종밀, 야부 도천, 종경)의 금강경 해설을 엮고, 여기에 자신의 강설을 붙인 책이다.
즉 선사들의 해설은 한편으로 ‘말길이 끊기고 마음작용이 사라진 경지’의 표현이므로 난해하기도 한데, 함허 스님이 이를 좀 더 쉽게 해설해주면서 다시 자신의 견처를 덧붙이고 있는 것이다.
이 책 『금강경삼가해』의 저본은 1937년 한암 선사가 편찬한 책으로, 육조 혜능, 야부 도천, 예장 종경, 함허 득통의 해의가 실려 있는데, 이번에 이를 전재강 교수가 현대적인 우리말로 옮기고 친절하고 상세한 각주와 ‘요지’를 붙여 펴낸 것이다.
역주자인 전재강 교수는 “이미 『금강경』에 대한 수많은 번역서가 나와 있지만, 『금강경』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그 자체에 대한 번역이 다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즉 『금강경』이 말하고자 하는 근본 종지, 그리고 그 종지를 부처님과 수보리가 대화로 풀어나가면서 보여주는 문맥의 흐름, 그 문맥의 흐름이 도달하는 부처님 말씀의 낙처(落處)를 정확히 드러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하나의 경문에 여러 선사들의 전혀 다른 성격의 해설들이 번갈아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간혹 문맥을 잡기 어려운 점이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 장의 끝에 ‘요지’라는 항목을 두어 해당 장의 내용을 알기 쉽게 정리하고 핵심 뜻을 간략히 제시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전재강 역주, 고우 스님 감수 / 운주사 768쪽 / 값 3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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