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세상을 꿈꾼자...신돈!!

[캔디]

더운 여름 시끄러운 세상을 뒤로 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다가 얼마전 TV에서 '공민왕과 신돈'에 관한 사극을 본 기억을 더듬어 그와 관련된 책을 읽게 되었다. 내용도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확인한 사실은 역사는 당장은 아니지만 진실을 말한다는 것이다. 짧게는 몇십년 길게는 몇백년이 걸리더라도 진실은 역사속에서 반드시 그 실체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러니 사기치면 안 된다.)

불과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신돈 하면 요승이고 고려라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데 하나의 원인을 제공한 반역자로서 더이상 언급할만한 가치도 없는 인물로 평가절하되었다. 그렇지만 근래 들어서 그에 대해서 다시금 재조명되고 그동안 한 쪽 눈을 감고 외면해버렸던 그의 업적(?)에 대해서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고 그 결과물인 논문과 책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신돈에 주목하는 이유는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사회 각 분야에서 행해지고 있는 개혁과 맞물려서 이뤄진 면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개혁주체들이 역사속에서 현세대가 취해올 수 있는 교훈을 찾다보니 고려말 어지러운 정세속에서 개혁군주로써의 공민왕에 주목하고 공민왕과 함께 개혁에 선봉에 섰던 신돈에게도 눈길이 미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신돈은 창녕있는 옥천사에서 종으로 일하는 어머니를 둔 천민으로 아주 보잘것 없는 신분이고 그의 아버지는 누군지 확실하지 않지만 중소지주로 그 지방에서는 주목받는 신분으로 추측된다. 고려말은 어미의 신분에 따라 자식의 신분이 결정되었기 때문에 신돈은 신분이 미천했다. 신돈은 일찍 중이 되었지만 당시 부패한 불교계에 환멸을 느껴 파계를 하고 원의 간섭기에 혼란스런 사회 체재속에서 부침의 세월을 온 몸으로 경험한다. 그의 이런 다양한 경험은 공민왕을 도와 썩어서 쓰러지기 일보직전인 고려라는 나라에 잠시나마 희망의 불꽃을 지필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조선을 건국한 초기 세력들에게 영향을 주어 조선이라는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면에서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신돈은 전민변정도감이라는 기관을 만들어 그동안 귀족들에게 빼앗겼던 토지를 그 주인들에게 돌려주고 가난에 찌들려 어쩔 수 없이 노비가 될 수밖에 없었던 양인들의 신분을 되돌려 주었다. 당연히 일반 백성들은 신돈을 성인이라고 부르며 좋아라했지만 그에 비해 귀족들은 달리 불만을 나타낼 수가 없었다. 신돈은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서 부원세력과 권문세족들을 과감하게 숙청을 했고 그들의 권력과 동시에 권력을 뒷받침하고 있던 사병조직까지 와해시켜 버렸다. 또한 대대적인 불교 개혁에도 손을 대었고 성균관을 새롭게 만들어 유학자들을 키웠다. 역설적이게도 이 유학자들이 신돈에게 칼을 겨누고 조선건국의 주체세력이 되었다. 등잔밑이 어두웠고 호랑이 새끼를 키운 꼴이였다.

이 외에도 지방에까지 중앙의 힘이 미칠 수 있도록 체재 정비를 공민왕에게 건의를 하기도 했고 혼신의 힘으로 고려말의 사회를 개혁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렇지만 고려의 운명은 신돈이라는 한 개인의 힘으로 바꾸기엔 역부족이었고 자신의 권력보다 신하의 권력이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공민왕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된다. 이로써 신돈의 개혁은 잠시동안 꺼져가는 고려에 작은 불씨를 던졌지만 그 불씨는 숨 죽이고 있다가 조선으로 이어진다. 

신돈은 분명히 과오를 저지르기도 했지만 그에 비해 그의 긍정적인 면은 아예 부정되어 버렸고 부정적인 면만이 크게 부각되었다. 역사적 기록이란 것이 승자들의 자기 기록이고 필연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변명해서 스스로 면죄부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그렇게 기록되어질 수밖에 없었겠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더이상 기록된 그대로를 믿고 기정사실화해서 제대로 평가를 하지 못하는 과오를 범하지 말아야 하고 기록된 행간의 의미를 되새겨 제대로 된 역사적 평가를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본다.

역사적 인물을 재평가 하면서 다시금 그의 시대와 그의 삶을 살펴보는 것은 배울점이 있든 없든, 그의 평가가 좋든 나쁘든 모든 것을 떠나서 참으로 흥미롭다. 현재의 삶을 살아가고 이 삶도 분명히 역사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 그러한 인물에 대해 동질감을 느끼게 만들기도 하지만 하나의 미천한 인물이 한 세대를 풍미하고 한 손에 세상을 쥐락펴락 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경이로울지경이다. 아무래도 역사속에 인물과 끊임없는 만남을 갈구하고 실천하는 책 읽기는 앞으로도 계속될거 같다.

* 공민왕과의 대화 (이기담, 고즈윈)

*신돈 미천하니 거리낄 것이 없네(김헌식,창해)

*신돈과 그의 시대(김창현, 푸른역사)

[카프카]

급격한 변화는 늘 기존세력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치게 되죠.^^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상훈]

글 잘읽었습니다..

[스힐더]

역사부분에서 더욱 이해가 깊어져가는 캔디님이 멋집니다. ㅋㅋ

[도 리]

티비 사극에 신돈에 관한 내용이 심심찮게 등장하더군요,,,,,,,,,정말 대단한 업적을 남긴 사람이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