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o back 1982 )
1982년 초. 강원도 화천군 마현리에 주둔하던 부대를
떠나 야간 행군을 하여 비무장지대 GOP에 투입 됩니다.
전임 연대와 인수인계를 마치고 앞으로 1년 동안 근무
하게될 GOP 경계 임무가 시작됩니다.
7사단 지역은 전생에 죄를 7번 지으면 가게 된다는 '신이
버린 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거기에 더해서 중한 죄를 하나 더 지으면 간다는 8연대.
전 휴전선에서 가장 지형이 험하다고 합니다.
배우 원빈이 이곳 8연대 GOP에서 군복무 하다 무릅 관절 이상으로 조기 전역을 하기도 했고, 군견도 낙오 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 안 봤으니 모르지만 )
우리 소대는 둘로 나뉘어져서 2개 분대는 사단섹터 가장우측 북한강변에 배치되어 강건너에 있는 21사단과 붙어있고, 내가 속한 2개 분대는 그 옆 산능선 고지대에 배치되었습니다.
훗 날 알게 되었지만 21사단과 붙어 있게된 것은 큰 행운 이었습니다. 드물지만 오발사고나 크레모아 점검실수로 폭발하는등 안좋은 상황이 발생하면 무조건 21사단에서
발생한 일로 보고를 하고 책임을 모면 합니다.
21사단 에서도 당연히 우리를 이용하겠지만. 어떻게 보면 상부상조 하는 셈이죠.
우리 소초( gop경계근무 최소 단위부대)는 약18명이
같이 생활하게 되는데, 일반 막사가 아닌 시멘트로 만들어 흙을 덮은 벙커로 너무 협소하고 어두웠습니다.
침상은 2층으로 되어 있는데 1층은 앉으면 머리 위로
여유 공간이 있지만, 통나무로 만든 수직 사다리로 올라가야 하는 2층은 앉으면 고개를 똑바로 들 수 없는 높이로 잠만 잘 수 있는 공간 이었습니다.
각층은 6~7명이 겨우 잘 수 있을 정도의 너비 였습니다.
이상한 것은 2층 침상 한쪽 옆면에 사각형으로 뚫려있는 개방된 공간으로, 창문 인지, 환기구 인지, 아니면 유사시 탈출구인지 용도를 알 수 없는 사각형의 구멍인데
아무런 가림막, 방충망도 없어서 흙과 수풀이 보이는곳.
밖에서 뭐가 들어올지 모르는 2층은 졸병들의 지정석이 되어 버렸습니다.
고참들은 상대적으로 아늑하고 활동하기 편한 아래층에,
졸병들은 알아서 윗층으로.
GOP소초 침상에는 항상 매트리스와 모포가 깔려 있습니다.
근무 교대하고 철수하여 2층으로 자러 올라 갈때면 항상 모포를 들고 확인하고 눕게 됩니다.
뱀 이라도 들어 있을까봐.
벙커 바닥으로 뱀이 들어와 잡기도 합니다.
조심해야 하는게 고산지대에 사는 뱀은 거의 맹독사 입니다.
급수 시설이 없어서 200m 정도 내려간 계곡에 물이 조금 모여있는 곳에서 양동이와 철제 기름통 으로 물을 길어다 써야 했습니다.
화장실은 100m정도 거리 외진 곳 경사면이 시작되는 끄트머리에 덩그러니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