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이백일흔여덟 번째
지프라기
어제 뉴스에서 ‘사랑이’ 이야기가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전요셉 목사가 부산에서 서울까지 740㎞를 걸어 딸의 치료를 위해 모금 활동을 벌인 이야기입니다. 그의 딸 사랑이는 유전 질환 일종인 ‘듀센 근이영양증(DMD)’을 앓고 있답니다. 이 병은 유전자 이상으로 팔이나 다리·몸통 등 근육이 퇴행하는 희소 유전 질환이라고 합니다. 근육이 생성되지 않아 10대에 걷지 못하고, 20대에 호흡기를 쓰기 시작해 30대 초에 사망하는 병이랍니다. 미국에서 치료제가 개발됐는데 약값이 우리 돈으로 약 46억 원이어서 엄두가 나지 않지만, 아빠로서 딸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국토대장정과 모금 운동을 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두려웠던 내일이 희망찬 내일로 바뀌었다며 도움을 준 분들에게 연신 고맙다고 했습니다. 이 뉴스를 보며 ‘자식이 뭔지’ 그랬다가 정호승 시인의 <지프라기>가 떠올랐습니다. 세상에 하찮은 지푸라기가 우리에게 말을 건네옵니다. “지프라기라도 잡고 싶은 당신을 오직 기다릴 뿐이다.” 막다른 길목에서 애타게 무언가를 찾는 모습을 우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라고 말합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지푸라기가 우리에게 그럽니다.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길바닥에 주저앉아 우는 당신이 지프라기라도 잡고 다시 일어서길 기다릴 뿐이다.” 먼지 같은 존재이지만, 날 붙잡고 일어서세요, 그럽니다. 그러면 허물어진 당신의 집을 다시 짓는 단단한 흙벽돌이 되겠답니다. 평소 지푸라기처럼 보이던 사람들이 사랑이의 사연에 정성을 모아 기적을 일으켰습니다. 두려웠던 내일이 희망찬 내일로 바뀌게 한 겁니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의 아픔에 공감하는 일이라 했습니다. 사랑이를 향한 사람들의 사랑이 넘치는 뉴스가 계엄 운운하는 혼란스러운 오늘에 희망을 주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