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찬 바람과 함께
찬비가 내리는 화요일
바람에 갈팡질팡하는 빗줄기가 베란다 창에
부딪혀 부서지고 또 비틀거리며 다가와 부딪혀
작고 좁은 물길을 낸다
종복씨는 눈에 띄는 미인이라기보다
저만치서 보는 첫인상이 화사한 인상을 준다
가까이서 보면 푸근하고 기품이 서린 인상이라
누구에게나 첫인상이 깊게 남을 외모를 지녔다
그녀를 만난 지 몇 년 되었는데
인상과 품성 대화의 주제 목소리 톤까지
외모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아닌 것 보다
더 많은 편이라 가끔 “ 넌 어쩜 생긴 것과
행동이 첨 만났을 때 느낌과 늘 같어야 하면
”내가 그래? 호호
“난 너 가 날 좋게 봐준 이후 늘 똑같이 대해줘서
그게 더 고마운데
종복씨 친정엄마는 경기도에 있는 실버타운 비슷한
비싼 요양원에 계시는데 월 400만 원의 경비를 낸다고 한다
종복씨 큰오빠가 워낙 부자라서 96세 노모를
그곳에 모시기로 하면서 아내와 가사 도우미 수고를
수월케 하려 했는데 어머니 역시 그곳이 워낙 편안하고
좋아 처음엔 ”야 나는 이곳서 살란다 고맙다 하시더라고
가끔 종복씨 내외가 다녀오곤 하는데 사진을 보니
많이 야위어 계셨다
처음엔 혼자만의 방과 넓은 정원 산책
놀이 강당에 여럿의 친구 만나기
일 대 일 다정한 보살핌에 좋아하시더니
이젠 그마저도 시들한지
식욕도 줄고 말도 없어지시고 몸은 야위어 간다고
종복씨 다녀오면 걱정이다
그렇다
90세 넘어가면 물질적으로 아무리 화려하게
모셔도 그 기쁨은 잠깐이고
본인은 곧 과거에 사로잡혀 망각 속을
헤매시니 환경 좋은 곳에 모셔드렸다고
안심하고 사는 자식 속마음이나 편할까,
종복씨 하는 말 중에
친정엄마 처녀 적 인물이 워낙이 좋아 삼 동에
소문이 나서 중신애비들 잦은 발길로 키우던 강아지
목이 다 쉬었다고 짖어 대느라
종복씨가 오 남매 중 넷째인데
초등교사 일 년 하던 중 중신으로 만난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여 시댁에 갔더니
시아버지가 우리 집에는 밖에 나가 일해서
월급 받아오는 며느리 필요 없으니 당장
교사 직업은 그만두라 해서 그 길로 교사 사표 내고
지금껏 가정에만 있었다고 했다
유전적으로 고운 외모를 타고 난 종복씨
남편 또한 괜찮은 사람이라 서로 아껴주고
보듬어 주며 원앙새처럼 해로하는 중이다
슬하에 딸 둘 있는데 결혼해서 서울에서
사는 딸 들
종복씨가 남편에게 아들 못 낳아 줘서 미안 하다고
말했더니 둘째 딸이 그러더라나
“엄마의 행복은 아들이 없어서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아들 있으면 신경 쓸 일이 많아 엄마들이 행복하지 못해요
하더라나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요는 팔자에 없는 걸
뭐하러 애쓰며 미안해 하는고
나는 세파에 휩쓸려 사느라 친구도 나같이 덤벙 덤벙
살아가는 왈가닥들이자 깊게 생각않고 막사는?
이들이 친구라는 이름으로 포진해 있었다
어쩐 일인지 억척같이 살던 그들이 지금은 다
육신이 아프지 않으면 마음이 아파서 골골댄다.
격정적으로 산 이들이 그 모든 것에서 물러나면
더 깊은 우울증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
그토록 세상을 이기려 했고 넘어서려 했던 그네들
억척 하나로 무서울 게 없던 그들이
작아지고 소심 병에 걸리고
배포가 코딱지만큼 졸아들어
별거 아닌 거에 삐치기나 하고
진짜 짜증 나게 늙어 간다
아프다고 징징대고 작은 것에
화부터 내니 나는 그들 곁에서 점점
뒤로 물러나는 중이다
그렇다고 나는?
내가 나를 못 보니 나도 누구에게
그렇게 보일 것이다
그러니 나도 점점 혼자 고립되어 갈 것이다
종복씨는 근래에 만난 유일한 햇살 같은
사람이다
충분한 사랑과 관심 부와 명예
다 누리고 곱게 늙어 가는 종복씨
그녀를 친구로는 황송하니
가난에 짓눌려 지낼 때 부잣집 높은 담장 너머로
보며 설레며 아파하던 화려한 정원의 옥잠화를
보는 심정이랄까
우정이란 수평적 관계여야 하는데
이 나이에 우정을 만들기는 시간이 없고
종복씨 같은 사람과의 관계는 더욱이나
그냥 함께 있을 때 좋고 귀한 감정이 드는 그런
사람으로만 기억할 뿐이다
참 이쁜 사람으로
감사합니다 만장봉님 봄이 오긴 옵니다 겨울 초입들면 저도 몰래 아 내년 봄까지 보게 될까 라는 소심한 걱정 한 해를 넘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하루가 소중한 거겠지요 답답한 집안에서 강제로 피어나는 꽃 말고 잡초 더미에서 야무지게 피는 제비꽃 보고 싶습니다 제비꽃은 봄의 선물이지요 환절기 꽃샘 바람에 건강 유의하세요~
참 곱소이다~~~~글속의 인물과 운선님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귀한 걸음하셨습니다 섭이님
고마우신 말씀까지 ㅎㅎ 자주 좀 닉 보여주세요 ~
운선님이 곱게 얘기를 늘어놓을 만한 사람이라면
분명 멋지분이겠죠...좋은 친구 두셨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비온뒤님도 멋진분이실 거같습니다 늘 삶의 방에서 뵙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