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어버이날을 맞아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유류분(遺留分) 제도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유교사상이 지배한 조선시대엔 장남이 모든 재산을 물려받는 장자상속이 당연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요.
하지만 실제로는 조선 중기까지 남녀, 서열과 관계없이 균분상속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제사는 형제자매가 돌아가면서 지냈고
제사를 모시는 아들이나 딸에게는 상속분의 20%를 가산해 재산을 물려줬다고 합니다.
장자상속이 굳어진 건 조선 후기의 일이었습니다.
물론 균분상속이든 장자상속이든 일종의 관습법으로 행해졌던 것입니다.
아들, 특히 장남에게 유산을 몰아주던 세태 속에서
1977년 민법에 ‘유류분(遺留分) 제도’가 도입됐습니다.
피상속인은 유언 또는 증여로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지만
상속권을 가진 가족들을 위해 일정액을 남겨둬야 하는 제도입니다.
“내 재산은 모두 장남에게 물려주겠다”는 유언을 남겼다고 해도
배우자와 다른 자녀도 유류분 내에서 비율대로 자기 몫의 유산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재산을 가족 공동 소유로 봐 자식들의 동의 없이는 아버지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었던 고대 게르만과
‘유언의 자유’를 제한한 로마공화정의 관습이 독일과 프랑스 민법에 반영됐고
다시 우리 민법에도 접목된 것입니다.
일부 자산가 집안의 일인 줄 알았던 유류분 소송이 지난해에만 2000건을 넘었다고 합니다.
요구액이 1000억원을 넘는 재벌가의 소송도 있지만
부모와 자식이, 형제자매가 서로 “내 몫을 달라”고 드잡이하는 보통 사람들의 법정 싸움도 그 못지않습니다.
상속 다툼을 하다 소송까지 가고 결국은 가족의 연을 끊고 산다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다.
갈등 완화를 위해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갈등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유류분 제도가 도입 47년 만에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헌법재판소가 핵가족화 등 사회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며 위헌과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지요.
형제자매에게 유류분을 부여하는 조항은 위헌으로 효력을 잃게 되었습니다.
학대 유기 등 ‘패륜 가족’에 대한 유류분 배제와 간병·부양·경제적 기여 등의 인정도 주문했습니다.
내년 말까지 법 개정이 필요한 일이지만, 제22대 국회가 이 일을 제대로 해낼지 지켜볼 일입니다.
‘불효자 양성법’이라는 오명을 썼던 유류분이 ‘불효자 심판법’이 될 수 있을까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