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민주주의의 시작은 미국입니다. 영국에 대항한 전적, 인권과 자연법을 주장한 건국의 아버지들의 성향 등이 맞물리며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처음의 미국은 현대의 시각으로 보면 민주주의 국가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달랐습니다. 삼권분립과 헌법 그리고 정교분리가 있었지만 일정 재산을 보유한 성인 백인 남성만이 투표권을 가졌고 노예제가 존재하는 등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고 그 중 가장 특이한 면은 '대통령' 이라는 직책에 대한 관점으로 지금이야 공화정 원수의 직함으로 취급되지만 당시로서는 '선거로 뽑는 왕'(선거군주제) 개념이었고 실제로도 당시까지 존속하던 신성로마제국은 이렇게 국가원수를 선출했으니(물론 말이 그렇고 이 당시는 실질적으로 합스부르크 가문이 세습했습니다.) 멀리 있는 개념도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이런 대통령을 투표할 권한도 선거권을 가진 이들에 의해 선출된 선거인단이라는 소수의 집단에 의해 이뤄졌으니 공화정의 원수보다는 선거로 뽑는 왕이라는 개념에 가까운 선출 시스템으로 볼 수 있습니다.(흥미롭게도 이후 한국의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때도 비슷하게 재현되어 이승만은 '전하'라는 말을 좋아했고 '~이옵니다' 식의 말투를 좋아했다고 합니다. 국민들의 대통령에 대한 인식도 초창기엔 우리가 뽑은 왕 정도였다고 하고요.)
물론 당시는 왕정이 대세였고(이 당시에 유럽에서 존속하는 공화정 국가는 이탈리아에만 주로 있었고 그나마도 유력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귀족정 국가였고 네덜란드는 공화정이긴 한데 여기도 결국 귀족정에 국가원수도 사실상 국부인 오라녜 공의 후손들-이후 네덜란드 왕국의 왕가가 되고 현재까지 존속중-이 대놓고 해먹어서 실질적으론 그냥 왕국입니다.) 그러다 보니 조지 워싱턴의 언사는 왕과 유사(예를 들어 자신을 '폐하' 라고 부르게 하고 자기 자신을 3인칭으로 언급하는 등...)하기도 했지만 적어도 조지 워싱턴은 종신집권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고 결국 딱 8년, 2번의 임기만 마치고 엄청난 인기 속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본인이 대통령이 되기 전이나 된 후에나 엄청난 인기를 누린 것을 감안하면 독재자나 왕이 되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었겠지만 워싱턴은 자기 할일은 다 했다며 떠났고 이후 후임들은 2선을 넘길 생각을 함부로 못하게 되고 프랭클린 루스벨트에 의해 4선, 12년간 역임한 대통령이 나왔지만 그가 죽은 후에 아얘 2선, 8년을 명문화하여 다시는 2선 이상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보기드문 사례로 세계 각국에서는 젊을적에는 자국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우다가 결국 성공하여 그 인기에 힘입어 국가원수가 되지만 권력에 집착하여 독재자로 타락하는 레퍼토리는 흔하게 발견됩니다. 당장에 한국도 이승만은 독립운동가임이 맞지만 그의 말로는 국민들에게 독재자로 찍혀 니가가라 하와이 당하는 것이었고 워싱턴과 비슷하게 남미의 워싱턴이라 할 수 있는 시몬 볼리바르는 워싱턴과는 달리 장기집권을 하려다 쫓겨났고 그가 통치하던 그란 콜롬비아는 공중분해됩니다.
결국 미국은 출발이 민주주의를 하기에 좋았으며 이후 7대 대통령인 잭슨때 재산에 따른 제한이 없어지고 남북전쟁 이후 인종에 따른 차별이 (명목상) 없어지고(실제로는 흑인민권운동이 일어난 후에야 없어짐) 1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성별에 따른 차별이 없어집니다.(여성에 대한 차별이 더 늦게 없어진 이유는 뿌리박힌 무장하여 국가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으로 이 때문에 반대로 1차대전으로 남자들이 전쟁에 간 사이 여자들이 남아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면서 여성도 국가를 위해 이바지할 수 있다는 의식이 퍼지자 차별이 없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흑인민권운동 이후에는 인종에 따른 차별까지 거의 없어져(현재에도 일부 주에서는 의도적으로 흑인들의 투표를 어렵게 하려는 꼼수를 부립니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가 완성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권력을 영구히 쥘 수 있음에도 스스로 놓은 워싱턴의 행적 때문에 워싱턴에 해당 행위에 대한 평가는 해당 국가의 체제에 따라 극과 극입니다. 민주정 국가에서는 워싱턴의 행동을 높이 평가하지만 독재정 국가에서는 무책임하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우며 폄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