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첩잡아 영웅되고 헬기타고 휴가가자 )
철책에 투입되어 첫 야간근무를 나가자 얼마 지나지않아
대남방송이 들려오는데 환영사로 시작합니다.
" 국군 제7사단 8연대 장병 여러분 이곳까지 오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사단장 ㅇㅇㅇ, 연대장ㅇㅇㅇ, 대대장ㅇㅇㅇ ...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앞으로 잘 해보자는 내용으로 떠들어 댑니다. 인사성 바른 녀석들.
환영사고 뭐고 완전군장에 몇시간을 행군해서 산꼭대기
까지 올라오니 피곤하고 밤이되어 졸음도 오고, 첫날부터
졸음과의 씨름이 시작됩니다.
졸다가 휘청거리며 넘어질뻔 하기를 여러번, 나중엔 요령이 생겨, 선 채로 어느정도 가수면 정도는 가능하게 됩니다.
어떤 병사는 안자는척 하려고 몸을 좌우로 가볍게 흔들면서 자는(거의 숙면), 신기에 가까운 능력을 발휘 하기도 합니다.
너무 졸릴때는 교대로 잠깐씩 앉아서 눈을 붙이기도 하는데, 이럴때 가위에 눌리는 경험을 가끔 합니다.
GOP 근무자 에게는 혜택도 있는데, 하루에 100원 씩
생명수당이 나오는것 이고 ( 모으면 거의 한달치 월급),
또 하나는 간첩 잡으면 헬기타고 휴가가고 ( 잘하면 거의 1년정도 ) 거액의 포상금도 나오는 엄청난 혜택이죠.
군생활 한방에 쫘~악 풀려 버리는....
우리가 맡은 섹터는 북한124군 부대 침투예상코스 라고 해서, 운이 따라 준다면 하나 잡을 수 도 있겠다는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기대가 커서 였을까 어떤날은 내가 연대깃발을 높이들고
고향동네 큰 대로를 환영인파 속에 행진하는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이 무슨 좋은 조짐인가 싶어 한 동안은 ANPVS 야간투시경 으로 철책안쪽을 열심히 관찰 하며, 간첩이 오려면
이왕이면 내 앞으로 오기를 바라기도 했습니다.
근무투입 군장검사시 늘 외치는 구호가
" 간첩잡아 영웅되고 헬기타고 휴가가자! " 였습니다.
( 길고 길었던 밤)
봄에는 화공작전 이라는 것을 하는데, 비무장지대 안에
불을 질러 수풀과 나무를 태워 버립니다.
적이 침투하는 것을 발견하기 위해서 시야를 확보 하는 것입니다.
남과 북이 거의 동시에 실시 하는데, 불길에 지뢰 터지는 소리가 남측보다 북측에서 몇배 더 많이 납니다.
북측은 남측을 방어하는 목적 외에 북측 인원 탈북 방지
목적으로 전기 철조망과 함께 엄청난 지뢰를 매설해 놓은것을 익히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요.
밤이되면 대도시 야경을 멀리서 바라 보는것처럼 아름답기도 합니다.
어디서도 보기 어려운 구경거리 입니다.
어떤날 비무장지대 안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집니다.
오래 지난일 이지만 구체적으로 밝히기 조심스러운 부분인데, 결과적으로 북측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합니다.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뭔가 저쪽에서 조치가 있을텐데
하는 생각으로 긴장속에 투입된 야간근무.
아니나 다를까 들려오는 대남방송, 앙칼진 목소리로
" 백배의 보복을 하겠다 " 는 경고 방송이 들려옵니다.
바로 이어 우리 군단에서도 천배로 대응 하라는 지시가 내려 옵니다.
이 정도면 분명 뭔가 터질게 분명한 일촉즉발의 상황.
실탄박스 잔뜩 쌓아두고 대치가 이어지는데, 이제 여기서
인생 끝나는건가, 금방 뭐라도 날아 올 듯 한데 어디 피할곳도 없고....
철책초소는 후퇴 할 곳이 없습니다.
현 위치에서 무조건 방어만 해야하고 예비진지고 뭐고
물러날 곳이 없습니다.
남이 샐 때 까지 다행히 아무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고
긴밤이 너무나 길고 길었던 밤이 지나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