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생 곰 )
어느 봄날 원두막처럼 생긴 2층 초소에서 주간근무를
서는데, 바로 앞 2~3백 쯤 산기슭에서 시커먼 물체가 하나 눈에 띕니다.
순간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데 놀래서 보다는 드디어 군대생활 풀리는구나 하는 생각에, 일단 소초에 상황보고하고 옆 초소에 상황 전파하고 소총과 M60 으로 사격 준비 하면서, 놓칠세라 뚫어져라 추적합니다.
보이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다 드디어 눈에 잘 띄는 곳으로 나온 물체.
엥? 이게뭐야!
꿈은 사라지고....
침투 간첩이 아닌 흑갈색 커다란 곰 한마리가 산 능선쪽을 향해 기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이런데 곰도 있나?
덕분에 야생에서 곰 한번 봤습니다.
화천 백암산, 해산 일대에는 야생 호랑이가 서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거론되곤 하죠.
아직 생존증거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그때쯤 전후해서 설악산에서 곰이 발견되어 매스컴에 기사가 나기도 했지요.
지금처럼 반달곰을 방사해 놓기 전이라 야생에서 곰 발견 하기가 쉽지 않았을 때죠.
또 한번 야생 희귀동물을 본적이 있는데 중학교 1 학년
봄소풍 때, 산골짜기 모 심어놓은 논둑길을 걸으며 작은돌 몇개 주어 툭툭 논으로 던지는데 바로 옆에서 하얀백사 한 마리가 떨어지는 돌에 놀랐는지 논 한가운데로
도망갑니다.
흰색이면서 투명하고 약간 오렌지 색갈이 부분적으로 있는듯 한 모습이었는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천운이 있어야 볼 수 있다는 ( 물론 속설 이겠지만 ) 황백사 라고
백사 중 에서도 희귀종으로, 그당시 그레이 하운드 고속버스 한대값 한다는 귀한 몸값 이었습니다 .
지금 눈에 띄었으면 바로 쫒아가서....
( 철책을 넘어서 )
GOP 경계근무 는 참 단조롭습니다.
근무, 철수, 식사, 취침의 무한반복 입니다.
교육, 훈련도 없다보니 신체 활동이 거의 없는 편 입니다.
가끔은 좁은 평지에서 선을 그어놓고 족구로 신체단련?
을 하는데, 한번은 잘못찬 공이 철책을 넘어 비무장지대
안쪽으로 떨어진 일이 있었습니다.
내리막으로 굴러 사계청소가 끝난 약 50m 지점 수풀에
걸려 있었습니다.
누군가 넘어가서 공을 주워 오던가 공을 포기해야 하는데, 철책에 오르는 순간 월북자 또는 월북 기도자가 될 수 있는 무모한 행동을 할 사람은 없겠죠.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는데 왕고참 시선이 나를 향하며
" 갔다와 " 합니다.
이어지는 위로의 한마디 " 주간초소에 연락해 놓을께 괞찮아 ".
어쩔 수 없이 철책을 오르는데 철조망에 찔려도 아픔을
느낄새도 없이 빨리 이 상황을 끝내고 싶어서 서둘러 올라보니, 평소 밑에서 보아오던 철책 높이가 아닙니다.
생각보다 꽤 높았고, 나는 사방에서 바라보는 표적이 되어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대대 OP 에 발각되면 최하 영창인데, 북측 GP 에서 나를 보고 있을까? 우리측 초소에서도 우발적 상황에 ( 월북 )
대비해서 나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을텐데, 소총뿐 아니라 기관총 까지.
별의별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가운데 어찌 저찌 철책을 넘어 공이 있는 곳으로 갑니다.
혹시 지뢰라도 밟을까봐 살금 살금 까치발로 다가 가는데, 공이 멈춰선 곳이 얼마전 화공작전때 지뢰 한발이 폭발한 근처라 다른 지뢰가 또 있지 않을까 바짝 긴장하며
접근해서 공을 주웠는데,
아니. 내가 공 하나에 목숨까지 걸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참 어이가 없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