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매뉴얼
기계를 잘 다루려면 기계 매뉴얼을 이해해야 하고
말을 잘 다루려면 조련술을 익혀야 한다.
사람을 잘 다루려면?
그건 用人術을 체득해야 한다고나 할까?
비온뒤 님이 ‘인간 매뉴얼’ 이야기를 했다.
사람을 기계로 간주하면 그건 용인술이 될 텐데
나는 그 글을 읽고
“삶이란 결국 인간관계인데, 그게 제일 어렵더라” 고 화답했다.
이와 달리 송지학 님은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어찌 해야 할지를 말하다가
덕德이란 한자를 풀어 설명했다.
한 사람이 열네 사람을 한 마음으로 묶는 게 덕이라 했는데
결국 용인술은 덕을 베풀면 되는 게 아닐까싶다.
그런데 그 덕이란 무얼까?
재주는 빨랫줄에 걸린 속옷과 같고
덕은 장롱 속에 넣어둔 속옷과 같다고 했다.(장자)
빨랫줄에 걸린 속옷은 산들바람만 불어도
창피한 줄도 모르고 나풀거리다가 때만 묻지만
장롱 속에 넣어둔 속옷은 추운사람에게 입혀줄 기회를 보며
가만히 기다린다는 것인데
이건 삼국지 조조의 용인술과는 영 딴판인 덕이다.
2천 년도가 시작되는 해에 나는 직장에서 나와
어느 문학단체에 들어 문학생활 하던 때였는데
덕수궁 돌담길의 2층 다락방에서
경상도 산골의 어느 문학소녀를 만났다.
귀향 후 몇 차례 편지가 오가다가 중단됐는데
뒤에 알고 보니 삭발하고 山門에 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러구러 십여 년이 흘렀는데
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환속하고
그때부터 나를 찾았던 모양이었다.
이게 무슨 인연이었던지...
내가 장롱 속에 넣어둔 속옷이었을까...?
상경하면 나와 무엇이든 해보리라던 그네.
벌써 십년이 흘러가고 있는데
인연은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그네가 사람을 부리는 용인술이 있는 걸까?
그네가 나를 다루는 인간 매뉴얼을 알고 있는 걸까?
나는 그 매뉴얼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앞으로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덕이란 사람을 선하게 만들고, 선한 일을 하게 한다니,
첫댓글 그 문학소녀가 출가하여 정진하다가 다시 환속하기까지의 10여 년,
그분께는 격변의 세월이었을 텐데
그 세월이 흐른 뒤 다시 석촌님을 찾으셨다는 것에서
석촌님께서 장롱 속에 곱게 보관된 깨끗한 속옷이심이 증명되네요. ^^
이젠 새 벗을 만들기보다 묵은 벗을 지켜야 할 때이니
제 장롱 속의, 잘 보관된 속옷 같이 찾고 싶고 만나고 싶은,
그런 격조했던 좋은 친구 몇 명에게 이 정월이 가기 전에 안부 전화라도 걸어야 하겠습니다.
인연이 꼭 이어지길 바랍니다.
찾으면 그 사연도 올려보시고요.
전생에 나라를 구한 공덕이라도쌓으신 것 같습니다.
젊은 처자가 선배님의 장농속 옷을 찾아오셨다니...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편히 쉬세요...
고맙습니다.
그네나 저나 갑남을녀인걸요 뭐.ㅎ
'덕이란 사람을 선하게 하고, 선한 일을 하게 한다.'
마지막 부분의 이 말씸에 공감 열 표!
그래서 덕불고 필유린이라 말하기도 하겠죠.
삭제된 댓글 입니다.
고맙습니다
앞으로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
그렇지요 우리가 아직 사람 속에 어우러져
있는 고로 앞으로의 낭패도 늘 고려하고 준비해야겠지요
낭패나 봉변 예기치 않게 닥쳐오는 불운이란
세상에 사는 동안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며
나이가 들었다 해서 아예 내 곁에서 떠난 것은 아니니
저도 조심합니다 살얼음 밣듯이 살아 내야 하는 인간관계
늘 염두에 두고 있지요
내가 삶의 달인 운선님 반만 따라가도 뭐.
이러면 뭐 없으려나요?
어질고 너그러운 덕성으로 삶을 살아오신 석촌님의 품성이 엿보이는 글이로군요. ^^~
아이구우~
용인술이란 단어가 좀 그렇습니다
마치 사람을 이용한다는 기분이 들어서리...
덕이란 글자도 말은 쉽지만
실행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는 느낌이구요
저는 용인술도 덕도 모자라는 사람이지요
그냥 남 사는대로 열심히 성실하게 살았고
덕은 쌓지 못했지만
거짓말 하지 않고, 남에게 폐끼치지 않으려고
아등바등하며 열심히 살았습니다
남을 이용해 먹지 않고,
덕까지는 아니더라도
사기치지 않고 거짓말하지 말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그런 사회를 꿈꿔 봅니다
거짓말쟁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용인술이란 말을 리더십으로 바꾸면 좀 부드러워지려나요?
여하튼 호감으로 다가오도록 하는게 요체일겁니다.
그런데 거짓말 사기, 세상이 참 혼탁해졌어요.
사람 사는 것이 어찌 보면 참 대단하고 어찌 보면 별 것도 아닌데 아귀다툼으로 세월을 보냅니다.
마늘을 많이 먹고 쑥 국을 많이 드신다고 모두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닌 듯하오니 좋은 재료를 가진 사람을 찾는 것이 빠를 듯합니다.
시간이 아깝거든요!
그렇기도 하겠지요.
인연은 따로 있는것 같데요.
그러니 너무 안달할 것도 없겠지요.
네 좋은 인연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