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휴가 )
휴가.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이는 단어.
드디어 첫 휴가.
몇일전 부터 군화 물광내고 옷 다리고(동전 두개로 주름잡을 곳을 찝어서 쭉 밀면 대충 주름 비슷하게 잡힘) 들뜬 마음으로 준비 합니다.
D-day. 휴가자는 단독 군장에 중대본부 앞으로 집합 하라고 연락이 옵니다.
GOP 에서는 근무지를 떠나 어디든 ( 하다못해 밥타러 바로 옆 소초에 가더라도 )이동을 할 때는 반드시 철모쓰고, 탄띠차고, 소총들고 2인 이상이 함께 이동해야 합니다.
혹시 모를 적의 도발과 단독행동시 월북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목적이죠.
몇해전 제대자와 휴가자들이 모여서 비무장으로 철책에서 훼바쪽으로 이동하다, 침투해 있던 무장공비에게 피격되어 모두 사살된 일을 겪은 이후에 내려진 지침입니다.
휴가 신고를 마치고 드디어 출발. 남들은 휴가 출발하면 바로 부대 근처에서 대중교통 이용하여 쉽게 집으로 갈텐데, 우리는....
여름 더운 날씨에 단독군장으로 높은산 깊은골을 넘고 건너 몇 시간을 행군하여 가는데, 옷은 땀에 젖고 군화에는 흙먼지가 뽀얗고 훈련인지 휴가인지 헷갈릴 정도.
~말년에는 귀찮아서 휴가 (제대 직전에 보내주는 위로휴가 정도는) 반납하는 고참도 있었지요.
어차피 조금 있으면 아예 집으로 갈텐데 뭐하러 고생스럽게.... ~
일단 계곡물에 들어가 단체로 목욕하고 다시 출발.
행군 종착지는 지원중대.
총기, 실탄, 철모 보관 시키고 1박 후, 다음날 연대로
군용트럭을 타고 한참을 이동해서 휴가신고하고, 걸어서 꿈에 그리던 강원도의 라스베가스 라고 부르는 사방거리에 도착하면 이제부터 사회라는 곳이 펼쳐집니다.
사람 이라는것(?)도 구경하고, 눈에 확 들어오는 중국집 간판, 호프집 (술 안마시는관계로 별 흥미는 없음),
면회객 들을 위한 허름한 여관, 그리고 춘천가는 버스!!
일년 만에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하는데 차는 흔들리고 매연 냄새같은 차 실내공기를 맡게되니 속이 메스꺼워서,
가평에 내려 한참 바람을 쐬고 난 후에 겨우 서울로 들어 왔습니다.
역시 강원도 산골이 공기 하나는....
쏜 살같이 지나간 첫 휴가.
그리고 귀양가는 심정으로 자대복귀.
이제 들어가면 사람구경, 세상구경 한동안 못 할텐데
하는 생각에 무거운 발걸음으로 행군을 시작합니다.
누구나 첫 휴가 복귀가 가장 힘들었을것 같습니다.
특히, 세상과 단절된 GOP에서 근무해야하는 병사에게는...
그래도 삭막한 귀양지 같은 GOP에도 어떤 운 좋은 인간들 에게는 한가지 희소식(?)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 희소식? )
들려오는 소문에 ㅇㅇ소초 에서는 기가막힌 (그 소초인간들의 표현을 빌자면. 절대 저의 표현이 아님을 강조)구경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소초 앞으로 보이는 금성천( 비무장지대를 유일하게 남에서 북으로 흐르는 하천 ) 북측 하천에서 북한 여군들이 매일 나타나 목욕을 하면서 우리측을 향해 넘어오라고 요염하게 손짓을 한다고 합니다.
( 쟤네는 심리전을 과격하면서도 에로틱하게
하는 편 인 듯 합니다. )
물론 맨 눈으로는 보이지 않고 포대경으로 봐야 보이겠지만.
ㅇㅇ소초에 근무하는 인간들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복 도 많은 녀석들' 이라고 다들 부러워 하는 눈치 였습니다.
선망의 대상이된 ㅇㅇ소초에 심부름이나, 어떤 이유로 다녀와야 할 일이라도 생기면 아마 서로 가겠다고 난리가 날 분위기 였습니다.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는 인간들 하고는. 쯪쯪!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근무에만 집중하고 그쪽은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 ( never )
....
음... 뭐...그렇게 크게 관심을 갖지는...?
....
어쩌면 ...관심을 갖지 않았을 수 도....
....
아무튼 경계근무만 열심히 열심히 했던걸로.
"신 은 인간에게 망각이라는 선물을 주셨다".
첫댓글 기나긴 군생활의 일지를 낱낱이 읽어 보노라니~~가슴 한켠이 뭉클하네요.
님들이 계셔서 우리가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숙연해지고 감사함을 온몸으로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어요 항상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