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기부한다는 건
기부한다는 건
우리네의 오랜 전통이다.
이웃집에 누가 죽었다 하면
삼베 몇 자라도 끊어 가지고 갔다.
상복을 그걸로 만들라는 거였다.
잔치가 있으면?
계란 한 줄, 또는 호박 몇 개 들고 갔다.
그게 기부였고 자발적인 아름다운 관습이었다.
이걸 서양사람들이 흉내 내어
도네이션(Donation) 이란 말을 만들어 냈다.
즉 "돈 내시오" 란 말이다.
교회에 나가도 돈 내시오, 정치인들 행사에도 돈 내시오...
이 말이 변주되면서
"더 내시오(Dunation)" 란 말이 파생되고
아예 10분의 1을 내라는 규정 아닌 규정도 생겼는데
아예 전재산 털어서 다 내라는
"다 내시오(Danation)" 란 말도 나왔다.
그럼 무얼 먹고사나?
천당에 가기만 하면 된단 말인가?
죽는 사람도 점점 늘어나면 천당도 모자랄 텐데
아직 만당은 만들어 놓았다는 말은 못 들어봤다.
그래도 헐벗고 못 먹는 사람들이 있다면
헌 옷가지라도, 라면값이라도 보태줘야 하지 않을까?
춥고 떨리는 이들이여, 점심거리 없는 이들이여
석촌호 시계탑 아래로 오시라.
내일 정월 대보름 12시 정각이다.
어떤 회원이 삼영화학의 이정환 회장님 미담을 올렸다.
1조 7천억 원을 기부하고, 지난해 백세로 일생을 마쳤다는데
나는 대단하신 분이란 댓글을 달았다.
그분이 3천억 원을 기부했을 때 도하 신문에 커다란 뉴스로 나왔었다.
그분 회사의 세무관리를 나의 친구가 하고 있었기에
당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아쉬운 건
자녀들과 불화가 있었다고 했다.
불화가 있어서 거금을 기부했는지
거금을 기부하니 자녀들이 불평했는지
그건 묻지도 않았고 알바도 아니었지만
그 큰돈이 이동할 때 소리가 왜 없으랴...
나는 당시 중견기업의 총수와 가까이 지냈는데
자주 건강을 염려하고, 자식들에 대한 서운함을 이야기하고
인생이 덧없음을 토로하곤 했다.
그러다가 전재산을 사회에 기부한다면서
그 일을 내게 맡겼다.
이런 뜻을 그 아들에게 알리고 의견을 물었더니
"아버님의 뜻대로 하는 거지요." 하더라.
얼마간의 뜸을 들인 다음에 다시 의견을 물었더니
"전재산을 다 기부하면 제 형제들이 서운하게 생각하겠지요."
하는 거였다.
그럼 그렇지..
그래서 또 뜸을 들이고 있는데 회장께서 재촉하는지라
기부 및 장학사업을 하는 유언장을 만들어 가지고 있었는데
"오늘 저녁에 난석형이 참여한 가운데 유언장을 공개할 테니 모두 모여라."
그런데 갑자기 혈액순환계에 문제가 생겨
서울대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혈관조영촬영을 하는 중에 혈장 하나가 튀어 뇌혈관에 붙었다.
결국 응급실에서 한 달여 견디다가 운명했는데
아들이 내게 그러는 거였다.
"형님, 그 유언장 좀 보여주세요.
"그건 효력이 없는 거야, 그냥 지나가요."
"아니지요, 저희도 아버님 뜻을 알아야 할 것 아닙니까?"
결국 보여줄 수밖에 없었는데
뒷이야기를 들어보니 유야무야였던 거다.
내 장모님은 생전에 전재산을 둘로 나누어
반을 카이스트에 기부하셨다.
그래서 그를 기리는 동상이 카이스트 현관 안에 세워졌다.
문제는 내 아내가 맡긴 나의 돈까지 다 쓸어 기부했던 거다.
그것 참!!
돌아가신 뒤에 처남이 유언장을 공개했는데
나머지 반의 재산은 재단법인을 설립해서 처남이 관리하라는 거였다.
어느 날 처남이 우리 집에 찾아왔다.
처제도 오라 해서 삼 남매가 회의를 하는데
처남이 선언하길
"유언장을 없는 것으로 할 테니 재산처분권은 나에게 맡기라"는 거였다.
그러면서 내 처인 누나와 미국에 있는 처제에겐 아파트 한 채씩 준다는 거였다.
내 처와 처제가 내 눈치를 보기에
"그러면 위법이에요, 알아서들 해요." 그랬다.
화가 난 처남은 내 집에서 뛰쳐나갔고
십년이 지나도록 삼 남매는 냉전 중인데
재단법인은 잘 운영되는지
장모님은 하늘에서 평안하신지 모르겠다.
돌고 도는 돈이여!
재주 부리더라도 사람을 돌게 하지는 말라.
첫댓글 돈돈돈, 그게 항상 문제지요.
돈 때문에 살고 돈 때문에 죽고.
돈으로 훌륭한 인간이 되기도 하고
돈 때문에 인간 자체가 무너져 버리기도 하고.
어쨌든 진리 하나는 돈은 돌고 돈다는 것입니다.
진리 하나가 또 있지요.
돈은 눈이 없어서 스스로 방향을 찾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러니 먼저 거머쥐는 사람이 임자죠.
도네이션 ~ 돈내시오~ 더내시오 ㅎ
재미진 발상 입니다
일본 속담도 있더군요
お金は天下の回りもの(오까네와덴까노마와리모노)
돈은 세상을 돌고 돈다.
부자들이 들으면 좀 억울하려나요?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그렇군요.
한자만 봐도 짐작은 하겠네요.
金 天下 回
처가댁 장모님이 상당한 재산가 였군요
장모님의 유언장 대로 재단법인 관리는 처남이 하되
설립 추진은 석촌님이 하였군요
원칙과 법대로 잘 하셨습니다
재단 설립 추진은 유언장에 있는 유언집행자가 하게되어있지요.
유언장엔 처남이 집행인으로 되어있고요.
돈이 사람을 들었다 놨다 참 묘한 물건이지요
사람 마음이 젤 다루기 힘들다고 한 옛 성인들 말씀이
옳아요 사람이 최고다 인격이 최고다 인품 어쩌고 해도
돈이 뭔지 금방 사람 마음을 거칠게도 유하게도 바꿔 버리니까요
전 지금 돈이 조금밖에 없어서 슬퍼져요
아무에게도 돈을 기부한 적이? 연말에 구세군 바구니에게 조금
ㅠㅠ그것 밖에는
구세군바구니에 조금?
그게 불가에서 말하는 難陀의
貧者一燈 이겠지요.
콩 한쪽도 나눠먹는다?
화목하게 지낸다?
이건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깁니다.
물론 저의 설익은 말이지요.
그런데 잔뜩 움켜쥐고 살다가도
죽음 앞에서는 하늘과 화해하려 합니다.
이글에 나오는 회장도 그랬는데
돈모은다고 이웃들과 싸우는게 일상이었다고 하데요.
그래서 회개하는 뜻으로 기부를 내비쳤는데
미수에 그치고 말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