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바이러스, 김명민에게 브라보
베토벤 바이러스가 초반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하고 여러가지 인물들의 이야기를 오케스트라로 한꺼번에 밀어넣으면서 눈에 띄게 깔끔해졌습니다. 초반의 들쑥날쑥한 편집이 불만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삐그덕 거리던 이야기가 모이면서 더 근사하게 느껴지는군요. 모 영화 대사처럼 It's little, and broken, but still good가 되고 있는 셈이죠.
인물들의 관계가 정리가 되면서 김명민의 연기도 윤곽이 잡힙니다. 일단 강마에를 생각해보죠. 대단히 신경질적이고 이기적이며 화려한 수사어구에는 독설이 담겼고 유머러스한듯하지만 대개 인격모독수준의 폭언을 구사합니다. 천재이면서 열등의식을 지녔고 참을 수 없는 가벼움과 천박함을 혐오합니다. 다른 사람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그러면서도 지켜보죠. 다루기가 어려운 캐릭터에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에서 독설과 비아냥으로 관객을 휘어잡은 잭 니콜슨정도는 해줘야하는 캐릭터죠.
여기에 연출자는 세심하고 부드럽게 강마에를 조종합니다. 캐릭터의 본능적인 경쟁의식을 슬그머니 휴머니즘과 교환하고 단원들에 대한 분노를 시장을 향한 강렬한 카리스마의 표출로 대체시키면서 성격 더러운 강마에는 치명적일정도로 매력적인 마에스트로가 되죠. 그래서 그를 놀려먹는 라이벌인 정명환이 오히려 더 못된 캐릭터같이 느껴집니다. 대사도 여간 잔망스러운게 아닙니다. 인간을 극한으로 모는 뾰족함끝에 살짝 부러진 칼날을 드밀면서 아, 얘가 원래는 좋은 인간이지 이런 착각이 마구 피어오르죠. 작가들이 강마에 대사쓰는라 꽤 고생일듯 싶군요. 긍정적인 의미입니다.
그리고 그걸 표현해내는 김명민은 정말이지 대단합니다. 그는 철저하게 이전의 캐릭터를 감추고 강마에를 만들고 있습니다. 불멸의 이순신, 불량가족, 하얀거탑. 어떤 것도 생각나지 않죠. 그냥 강마엡니다. 리드미컬하면서도 정확한 대사읽기와 과잉되지 않고 절제되면서도 디테일하게 묻어나오는 감정이 순간순간 시청자들의 가슴을 후려칩니다. 유머있는 대사도 기가 막히게 소화하죠. 이안에 똥있다란 대사가 이렇게 우아하면서도 웃기기가 쉬울까요?
(그에게 연기대상을!)
김명민은 드라마를 자기를 중심으로 공간을 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지아, 장근석같은 배우들이 김명민의 연기를 중점으로 빙빙 돌죠. 그렇다고 혼자 튀는 것도 아니어서 상대방의 연기호흡을 잘 받아쳐냅니다. 그래서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강마에와는 호흡이 잘 맞죠. 이지아와 장근석의 연기는 서로 조화가 안맞는데 그 둘이 강마에와 대화할때는 매우 자연스러워요. 이게 김명민의 힘입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함정에 빠질 위험은 존재합니다. 김명민을 제외한 다른 이들의 균형을 살리지 않으면 드라마의 무게중심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겁니다. 다음주만 봐도 또 다시 여러가지 인물들을 사건에 빠뜨려 놓고 동시에 터뜨리던데, 강마에가 중점에 놓이지 않는 드라마가 얼마나 좋은 하모니를 낼지가 연출의 다음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댓글 요즈음에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수목 드라마를 순전히 김영민이 연기하는 강마에 때문에 보고 있습니다...참 연기 잘하고 재미있습니다
심원장님, 저도 그 드라마에 빠져있습니다. 음악을 주제로 해서 관심이 갔었지요^^ 아름다운 가을 멋진 노래로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