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전략’ 실종
오늘날 중동은 지난 수십년전과 마찬가지로 광범위한 지역 전쟁을 눈앞에 둔 상태다. 이처럼 긴장된 현실에는 구구한 설명이 따르지만 그 모든 것 위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세력이 바로 이란이다. 이란은 워싱턴과 중동 지역의 우방국을 상대로 공격적인 정책을 추구함으로써 잃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새롭고 위험한 현실을 초래한 최대 요인은 일관성을 잃고 무너진 미국의 대이란 정책이다.
실패로 끝난 워싱턴의 접근방식을 살펴보라, 2018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협약을 탈퇴한 이후 워싱턴은 테헤란을 상대로 ‘최대한의 압박’ 정책을 구사했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 370건이었던 이란 제재 건수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1,500건 이상으로 늘어났고, 이란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제재를 받는 나라로 자리매김했다. 핵 협약의 다른 당사국인 유럽 국가들과 러시아 및 중국의 반대에 아랑곳 없이 미국은 2차 제재를 단행함으로써 이들과 테헤란 사이의 교역 중 상당 부분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약간의 손질을 거친 트럼프의 압박 정책을 거의 대부분 그대로 유지했다.
그렇다면 트럼프와 바이든이 추진한 최대 압박 정책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핵 협약의 제약에서 벗어난 이란은 자체적으로 핵 개발 프로그램을 크게 진전시켰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현재 이란은 핵 협약이 허용한 것보다 30배나 많은 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다. 핵 협약은 무기급 농축우라늄(WGU) 생산에 필요한 시간인 ‘브레이크아웃 타임’을 1년으로 정했다. 지난달 앤소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테헤란이 WGU 수용량 한도에 도달하기까지 단 1~2주만을 남겨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란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가자의 하마스,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와 시리아의 민병대 등 중동권의 다양한 하위국가 단체들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해외의 압력에 대응해왔다. 이같은 ‘저항의 축’은 이스라엘을 가장 길고 위험한 전쟁으로 몰아넣었고, 이곳의 해역을 운항하는 선박의 70%가 홍해 밖으로 항로를 전환했으며, 이라크와 시리아를 이란의 믿음직한 종속국으로 만들었다. 어떤 측면에서 보건, 워싱턴의 대이란 정책은 완전한 실패였다.
최대 압박 정책이 통하지 않은 이유가 무얼까? 브랜다이스 대학의 연구원인 하디 카할자데는 신중한 연구를 통해 중요한 결론에 도달했다: “제재확대는 이란 중산층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왔다. 그들은 새로운 외교 협상을 지지하는 개혁주의 정치인들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이란의 강경파들은 미국이 2015년 핵 협약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것은 처음부터 협상 자체를 속임수로 단정한 그들의 판단이 옳았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유럽을 비롯한 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이란에서 철수하기 시작하자 강경파들은 중국 투자자들에게 문을 열어주고, 그들에게 충성하는 국내 기업들을 활용해 공백을 채웠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최근 대통령에 선출된 개혁주이자 마수드 페제쉬키안도 실권을 쥐고 있는 종교 및 군사 기관에 굴복해야 했다.
워싱턴은 거의 10년 동안 이란을 향해 끊임없는 반대와 압박을 가했으나 그것은 미국이 취한 태도일 뿐 전략이 아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강력한 제재와 함께 이란이 스스로 핵 프로그램 개발을 제한할 경우 출구를 터주는 접근법을 시도했다. 이란의 가장 강력한 위협을 억제함으로써 오바마는 이웃 국가들에 대한 테헤란의 공격적인 태도를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희망했다. 국제사회의 전문가들은 이란이 대체로 핵 협정을 준수했다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테헤란은 (협정의 일부는 아니지만) 중동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활동을 중단하지 않았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기회가 주어졌다면 이란과의 핵 협상이 과연 광범위한 긴장 완화로 연결될 수 있었을까? 집권 2년 사이에 트럼프가 미국의 정책을 완전히 뒤집었기 때문에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후임 행정부가 진로를 바꿀 수도 있었지만 공화당의 극렬한 반발을 우려한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자의 정책을 거의 그대로 수용했다. 문제는 현재의 접근법이 전략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터프’한 모습을 보여주어 미국인들의 비위를 맞추는데 일차적인 토대를 둔 태도다. 끊임없는 반대로 무언가 얻어낼 수 있고, 아마도 정권 붕괴 자체를 가져올지 모른다는 모호한 생각에 불과하다.
나는 이란 정권과 그것이 상징하는 모든 것을 혐오한다. 나는 혹독한 대가를 무릅쓰고 거리로 뛰어나와 이란 정권에 반대하는 용감한 남성과 여성 시위자들을 존경한다. 나는 이란 정권의 반미 역사와 DNA를 알면서도 내부로부터 나라를 온건하게 개혁하기 위해 노력해온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언제가 이 위대한 나라가 중동 지역과 세계에서 자신의 정당한 위치를 되찾길 희망한다.
그러나 희망은 전략이 아니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슬람 공화국이 존재한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대이란 정책을 설계하고 이란을 억제하기 위한 위협과 처벌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와 함께 긴장 완화를 유도할 인센티브도 제공해야 한다. 사실 이런 전략만으로는 테헤란과의 협력은 고사하고 양국 관계의 해빙조차 기대하기 힘들지 모른다. 그러나 불안정한 이 지역을 피튀기는 긴 전쟁으로 몰아넣을 숱한 마찰은 확실하게 줄일 수 있다.
예일대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파리드 자카리아 박사는
국제정치외교 전문가로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CNN의 정치외교분석 진행자다.
국제정세와 외교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석가이자 석학으로 불린다.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 CNN ‘GPS’ 호스트 >
미주 한국일보
2024년8월21일(수)字
2024年8月21日(水)
캐나다 몬트리올 累家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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