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217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 시 126; 사 61:1-4, 8-11; 살전 5:16-24; 요 1:6-8, 19-28
60여 년 전 20대 초반의 아버지는 목회자가 되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했다고 합니다. 대단한 열정을 포기하게 만든 한마디가 어이없습니다. “코가 낮기 때문에 사람들이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가 되지 않을 것 같지만, 정말 그 이유로 포기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낮은 코에 대한 콤플렉스가 아주 강했나 봅니다. 그러고 보면 저를 포함한 형도, 누나들도 코에 대한 콤플렉스가 강한 것도 유전인가 봅니다. 다른 사람들은 코보다는 다른 면을 주목하겠지만, 본인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무튼, 한켠에 젊은 시절의 꿈을 포기하지 못했던지, 콤플렉스를 극복했던지, 아버지 인생에서 그렇게 중요해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60 중반에 목사 안수를 받기는 했습니다. 아버지의 콤플렉스는 사실 코의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자신이 무엇인가 해야만 하고, 큰 성과를 이루어야만 한다는 무언의 강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성과를 이루어 내지 못하고, 큰 뜻을 펼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안이나, 부담을 코에다 핑계 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아버지를 비롯한 모든 사람은 언제나 있는 모습 그대로, 꾸밈없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복음서 본문에 세례 요한은 자신을 향해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라고 답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광야, 허허벌판에서 외치는 소리가 무엇을 말하겠습니까?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요한이 어떤 사람입니까? 예수는 그를 가리켜 “여자가 낳은 자 중에 가장 큰 자”라고 할 만큼 최고의 찬사를 보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도 바리새파, 율법학자, 레위 사람들의 눈에 요한은 보통인물이 아니었습니다. 당대 최고 지도자들의 눈에 비친 요한은 범상치 않습니다. 그래서 묻기를 혹, 그리스도인지, 혹 엘리야인지, 혹 예언자인지라고 합니다. 예수의 찬사와 지도자들의 이런 물음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분명 요한이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한은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말합니다. 그저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일 뿐입니다. 이 말은 무엇일까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든, 본인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정체성이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것일까요? 믿음일 것입니다. 하나님에 대한 확신일 것입니다. 자신은 그저 외치는 소리일 뿐이지만, 이루실 분은, 완성하실 분은 하나님이라는 분명한 믿음과 확신이 섰기 때문일 것입니다. 내가 무엇인가 해야 하고,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 행동, 오롯이 하나님께 맡기고, 오롯이 하나님과 하나 된 요한을 볼 수 있습니다.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습니다. 그저 외칠 뿐입니다. 그 순간이 되면, 여자가 낳은 자 중에 가장 큰 자가 되고, 그리스도나 엘리야나 예언자로 보입니다. 코가 낮든, 키가 작든, 몸이 불편하든, 가진게 없든, 배우지 못했든 모든 인간적인 흠은 사라집니다. 인간의 존엄성만 남을 뿐입니다.
한편, 요한이 이쯤 높임 받는다면, 은근히 자신을 치켜세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나는 물로 세례를 주지만, 내 뒤에 오시는 이는 성령으로 세례를 베풀고...나는 그의 신발 끈을 풀 자격도 없다” 라고 합니다. 도대체 뒤에 오시는 이가 어떤 분이시기에 절대 비교 불가라고 하는 것일까요? 여기서 우리는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가 신이라서가 아닙니다.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지배층의 언어로 무시될 행동 때문이기에 충격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상한 마음을 싸매어 주고, 포로에게 자유를 선포하고, 갇힌 사람에게 석방을 선언하고, 주의 은혜의 해와 우리 하나님의 보복의 날을 선언하고, 모든 슬퍼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게 하셨다” 요한이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낮추면서, 뒤에 오시는 이를 높이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억압과 폭력, 혐오와 차별에 대한 자유와 해방, 위로와 포용입니다. 고귀하고 존엄한 인간에 대한 연민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 무엇으로도 인간의 존엄성을 상쇄하는 것에 대한 강한 경고입니다. 그 어떤 법도, 전통도, 유전도, 집안이나, 학벌이나, 파벌이나, 그 어떤 이유로도 인간의 존엄성뿐입니다. 요한의 뒤에 오시는 이는 여기에 집중되었고, 그 일이 가장 훌륭한 일이며, 최고의 이유입니다. 그 일에 대해 감히 신발 끈을 풀 자격조차 없다고 할 만큼 위대한 일입니다. 우리가 그를 믿고 따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행동은 어떠해야 할까요?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다리고 기뻐하는 대림절, 같이 읽고, 깊이 침묵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상한 마음을 싸매어 주고, 포로에게 자유를 선포하고, 갇힌 사람에게 석방을 선언하고, 주의 은혜의 해와 우리 하나님의 보복의 날을 선언하고, 모든 슬퍼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게 하셨다”
시126
1 1)주께서 시온에서 잡혀간 포로를 시온으로 돌려보내실 때에, 우리는 꿈을 꾸는 사람들 같았다.
2 그 때에 우리의 입은 웃음으로 가득 찼고, 우리의 혀는 찬양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그 때에 다른 민족도 말하였다. "주께서 그들의 편이 되셔서 큰 일을 하셨다."
3 주께서 우리 편이 되시어 큰 일을 하셨을 때에, 우리는 얼마나 기뻤던가!
4 주님, 2)네겝의 시내들에 다시 물이 흐르듯이 3)포로로 사로잡힌 우리가 다시 한 번 번영하게 해주십시오.
5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사람은 기쁨으로 거둔다.
6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사람은 정녕, 기쁨으로 단을 가지고 돌아온다.
사61:1-4, 8-11
1 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니, 주 하나님의 영이 나에게 임하셨다. 주께서 나를 보내셔서, 1)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상한 마음을 싸매어 주고, 포로에게 자유를 선포하고, 2)갇힌 사람에게 석방을 선언하고,
2 주의 은혜의 해와 우리 하나님의 보복의 날을 선언하고, 모든 슬퍼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게 하셨다.
3 시온에서 슬퍼하는 사람들에게 재 대신에 화관을 씌워 주시며, 슬픔 대신에 기쁨의 기름을 발라 주시며, 괴로운 마음 대신에 찬송이 마음에 가득 차게 하셨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그들을 가리켜, 공의의 나무, 주께서 스스로 영광을 나타내시려고 손수 심으신 나무라고 부른다.
4 그들은, 오래 전에 황폐해진 곳을 쌓으며, 오랫동안 무너져 있던 곳도 세울 것이다. 황폐한 성읍들을 새로 세우며, 대대로 무너진 채로 버려져 있던 곳을 다시 세울 것이다.
8 "나 주는 공평을 사랑하고, 불의와 약탈을 미워한다. 나는 그들의 수고를 성실히 보상하여 주고, 그들과 영원한 언약을 세우겠다.
9 그들의 자손이 열방에 알려지며, 그들의 자손이 만민 가운데 알려질 것이다. 그들을 보는 사람마다, 그들이 나 주의 복을 받은 자손임을 인정할 것이다."
10 신랑에게 제사장의 관을 씌우듯이, 신부를 패물로 단장시키듯이, 주께서 나에게 구원의 옷을 입혀 주시고, 의의 겉옷으로 둘러 주셨으니, 내가 주 안에서 크게 기뻐하며, 내 영혼이 하나님 안에서 즐거워할 것이다.
11 땅이 싹을 내며, 동산이 거기에 뿌려진 것을 움트게 하듯이, 주 하나님께서도 모든 나라 앞에서 공의와 찬송을 샘 솟듯이 솟아나게 하실 것이다.
살전5:16-24
16 항상 기뻐하십시오.
17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18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나님의 뜻입니다.
19 성령의 불을 끄지 마십시오.
20 예언을 멸시하지 마십시오.
21 모든 것을 분간하고, 좋은 것을 굳게 잡으십시오.
22 여러 가지 모양의 악을 멀리하십시오.
23 평화의 하나님께서 친히 여러분을 완전히 거룩하게 해주시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실 때에, 여러분의 영과 혼과 몸을 흠이 없고 2)완전하게 지켜 주시기를 빕니다.
24 여러분을 부르시는 분은 신실하시니, 이 일을 또한 이루실 것입니다.
요1:6-8, 19-28
6 하나님께서 보내신 사람이 있었다. 그 이름은 요한이었다.
7 그 사람은 빛을 증언하러 왔다. 그 증언으로 모든 사람을 믿게 하려는 것이었다.
8 그 사람 자신은 빛이 아니었다. 그는 그 빛을 증언하러 온 것뿐이다.
19 유대 사람들이 예루살렘에서 제사장들과 레위 지파 사람들을 요한에게 보내서 "당신은 누구요?" 하고 물어 보게 하였을 때에 요한의 증언은 이러하였다.
20 그는 거절하지 않고 고백하였다. "나는 3)그리스도가 아니오" 하고 고백하였다.
21 그들이 다시 요한에게 "그러면, 당신은 누구요? 엘리야요?" 하고 물으니, 그는 "아니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면 당신은 예언자요?" 하고 물으니, 요한은 "아니오" 하고 대답하였다.
22 또 그들이 말하였다. "그러면, 당신은 누구란 말이오? 우리를 보낸 사람들에게 대답할 말을 좀 해주시오. 당신은 스스로를 무엇이라고 생각하시오?"
23 요한이 대답하였다. "나는 예언자 이사야가 말한 대로, 4)'너희는 주의 길을 곧게 하여라' 하고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요."
24 그들은 바리새파 사람들이 보낸 사람들이었다.
25 그들이 또 요한에게 물었다. "당신이 3)그리스도도 아니고, 엘리야도 아니고, 예언자도 아니면, 어찌하여 5)세례를 주시오?"
26 요한이 대답하였다. "나는 물로 5)세례를 주오. 그런데 여러분 가운데, 여러분이 알지 못하는 이가 한 분 서 계시오.
27 그는 내 뒤에 오시는 분이지만, 나는 그의 신발 끈을 풀 만한 자격조차 없소."
28 이것은, 요한이 5)세례를 주던 요단 강 건너편, 베다니에서 일어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