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충성(護國忠誠) 해병대」 2004년 새해를 맞아 제26대 해병대사령관 김인식(金仁植·해사26기) 중장을 신년 초대석에 모신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는 지난해 지난 4월 22일 취임했다. 기자는 지난해 12월 이제 막 겨울의 초입이던 오후 사령부 접견실에서 마주 대하는 그의 모습에서 문득 취임하던 당시에 보도되었던 본지(03년 05월호)의 프로필이 떠올랐다. <신임 해병대 사령관 프로필> 『 해병대·합참·연합사 등에서 전투부대 지휘관 및 인사·기획·작전분야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다방면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명확한 지휘지침을 주고 책임은 지휘관이 진다’는 분명한 지휘철학과 소신을 갖고 있어 부하들로부터 선이 굵은 지휘관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한 번 일을 시작하면 결실을 보는 강인한 추진력을 갖고 있는 데다 호탕하고 조직 장악력 또한 뛰어나다. 미 지휘참모대학 유학과 연합사 근무로 영어에 능통하여 한·미 해병대간 각종 회의 및 행사를 진행할 수 있다. 만능 스포츠맨으로 지·덕·체를 겸비한 동시에 부대원들의 화합과 단결을 중시하며 친화력을 바탕으로 상하 동료간 신망이 두텁다. 부인 강연심 씨와의 사이에 2녀가 있다. 한미연합사 기획참모부 기획장교 해병대 흑룡부대장 해병대 청룡부대장 합참 전투준비태세 검열실장...』아마도 이 같은 프로필은 그가 기자와 가진 인터뷰 대담(對談)의 이해를 도울 것이다.
해병대 미래 무기체계는 투자효과 제고
기자 : 새해를 맞는 해병대의 발전계획은 무엇입니까?
사령관 : 먼저, 미래의 작전환경에 부합되는 해병대 전력을 건설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무기체계를 재검토할 것입니다. 여기에는 화력, 기동, 화생방 방어, 항공전력, 상륙전력 등이 주요 검토 대상이며 성능 개량 또는 교체, 신규사업 등으로 구분하여 적은 예산으로도 최대한의 투자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효율성을 제고할 것입니다. 또한 정보화, 과학화 된 해병대 건설의 기반이 되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전술 C4I체계 구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상륙작전 워게임 모델 구축 및 정보화, 과학화 된 교육훈련 장비를 확보해 나갈 것입니다. 합리적인 인사운영으로 미래 환경에 부합되는 인력운영체계를 구축하고 우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모병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풍토를 확고하게 정착시켜 나가겠습니다. 완벽한 군수지원을 위해서는 편제장비 보강사업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며, 근무여건의 향상을 위해 부대시설을 보강하고 개선해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교육단의 현대화 사업도 계속 추진할 것입니다. 미래 지향적인 해병대 발전을 위해 연초에 ‘제2회 덕산회의’를 개최하여 대령급 이상 전 장교의 건설적인 의견들을 적극 수렴하여 해병대 전 장병의 결집된 의지로, 무리 없는 개혁을 통해 발전을 모색해 나갈 것입니다.
김인식 사령관은 지난해 4월 취임한 이래 약 8개월이 지나는 동안 조용한 가운데 내실 있는 개혁을 추진하여 내·외적으로 ‘합리적인 사령관’이라는 존경과 평가를 받았다. 그가 이 같은 평가를 받기까지 그 동안 생활을 통해 수양이나 학습을 즐겨한 분야를 기자가 물었을 때, 사령관은 공조직으로서의 핵심사항이 바로 합리성 등이라고 강조하고 개인을 포함한 모든 하부조직은 선배들이 이룩한 전통이나 그 바탕 위에서 역사를 이루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도시절부터 다독(多讀)을 좋아해 여러 장르의 서적을 탐독하였으나 특히 전사 등 역사 분야 그리고 회고록 등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기자 : 제26대 사령관으로서 지휘방침을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령관 : 이라크전 종전 이후 이라크 내의 다국적군과 참전국의 민간인에 대한 테러는 물론, 러시아, 터키, 일본,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테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또한 한반도의 안보정세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제 2차 6자회담을 앞둔 상황이지만, 북한의 벼랑 끝 전술로 인한 위기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본인은 이러한 전환기적 안보환경과 미래의 잠재적 위협에 대처 할 수 있는 강한 해병대 건설을 위해 「호국충성 해병대」라는 지휘목표 아래, 「전투준비태세 완비」,「실전적인 교육훈련」,「공지기동 전력건설」,「효율적인 부대관리」의 4가지 지휘방침으로 해병대를 이끌어 나가고자 합니다.
기자 : 미래 한국 해병대의 청사진으로 생각되는 공지기동 해병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사령관 : 과거 한국전과 월남전에서 얻은 해병대의 명성만으로는 미래 전장에서의 승리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즉 미래 환경에 대비하여 변하지 않는 조직은 경쟁력이 없습니다. 공지기동 해병대는 영토방어를 위한 전략기동부대 및 전략도서 방어부대, 해상의 신속기동부대 등 다목적 신속대응군으로 운용될 수 있는 기동성과 전투 효율성을 극대화한 부대 형태입니다. 해병대는 생존차원에서 미래 해병대에 대한 발전방안을 추진하여 장차 국가안보의 핵심부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에는 「미래 해병대 건설 발전방안」으로 해병대의 역할과 운용개념을 정립하였고, 금년에는 이를 수행하기 위한 부대구조, 전력건설, 교리 발전 연구와 병과체계 그리고 정원구조 개선 등을 추진할 것입니다. 중장기 무기체계 소요제기 및 전력투자사업 추진은 미래 안보 환경을 고려하여 심층 검토하고 있습니다. 향후 지금까지 연구하면서 검토된 사항들을 정책회의 의결과 덕산회의를 통해 추가로 토의를 하면서 의견수렴을 할 것입니다. 그 후에는 이 내용을 기획문서화 하여 상부에 보고하고 소요제기 및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킬 수 있는 활동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해병대 창설 55주년, 개혁 주체를 '자신(自身)'으로 자각
김 사령관은 인터뷰 중간 중간 마다 선배 해병들이 이룩한 훌륭한 역사와 전통을 아주 자랑스럽게 열거했다. 그는 “우리들이 현재 위치에서 배전의 노력을 다하고 열정(passion)을 다하는 일이야말로 선배들의 뜻”이라고 강조하고 이러한 맥락에서 앞으로 후배들도 영원한 해병으로서 그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사령관은 해병대 선·후배들 사이에 ‘만능 스포츠맨’이라는 별칭으로 통한다. 그 만큼 자기 관리에 철저하고 생활 자체를 통해 과(過)함이 없는 부족함을 즐긴다. 특별한 운동 비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조금은 평범한 답변을 했다. 매일 1시간 동안은 꼭 운동을 하는데 여건에 따라 테니스를 하고 날씨가 궂으면 야산을 등산하는 것이 고작이라는 그의 비법 소개는 정말 의외였다. 더구나 부사관들 등과 어울려 자주 족구(足球)를 즐긴다는 그의 대답에 이르면 ‘어떻게 사령관께서…’라는 당혹한 마음 마저 든다. 그 만큼 그는 여러 면에서 매너리즘(mannerism)을 탈피한 파격적(破格的)인 사령관이다.
기자 : 본지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말씀을 전해 주십시오.
사령관 : 갑신년 새해를 맞아 월간 <국방119> 독자 여러분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 드립니다. 국방119도 벌써 창간 6주년을 맞을 정도로 성장하였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해병대를 사랑하는 만큼 국방119도 아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해병대가 발전할 수 있도록 예비역 전우 여러분께서 변함없는 사랑과 관심을 보내 주시기를 당부 드리며, 우리 해병대는 국민의 군대로서 역할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대범한 군인'
그는 해군사관학교 생도시절의 생도훈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 <생도훈> 귀관은 포연탄우 생사 간에 부하를 지휘할 수 있는가?
생도 1학년 때 그의 좌우명은 인내, 2학년 때는 도전, 3학년 때는 겸손 특히 생도1차대대 대대장이었던 4학년생도 시절에는 대범(大凡)이었다. 특히 대범을 신조로 하였던 이 시절 그의 노력이 지금 ‘평범(平凡) 속의 비범(非凡)’을 이루는 해병대 개혁의 뿌리로서 또 철학으로 작용하는 것처럼 기자에게는 느껴진다.
기자 : 사령관의 해병대 생활 회고 및 가족관계는 어떠하십니까?
사령관 : 가족은 아내(강연심 여사)와 두 딸(수풀·노을)이 있습니다. 잦은 이사(35번)와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항상 정성스러운 내조로 오늘이 있게 해 준 아내에게 고맙고, 두 딸은 연대 대학원과 이화여대에 다니고 있는데 바르고 밝게 자라준 딸들이 정말 기특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사령관이 되기까지 지난 31년간의 군 생활을 회고해 볼 때 힘들고 어려웠던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처음 군문에 발을 디딘 사관학교 시절부터 ‘대범한 군인’으로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한 목숨 바치고자 했던 목표와 의지에 충실할 수 있어 보람되고 자랑스러운 기간이었습니다. 사령관의 막중한 책임을 완수하는 날까지 해병대의 발전을 위해 신명을 바침은 물론 국가안보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얼마나 많은 이사를 하였길래…' 라는 기자의 질문에 김 사령관은 논스톱으로 35번이라고 말했다. 우리 집사람은 "이사(移徙) 사장"이라는 그의 촌평과 함께 31년간 겪은 해병대 생활의 어려웠던 한 단면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기자는 여기서 질문을 접었다. 평범 속에서 비범을 찾고 또 거기서 대범으로 이어가는 제26대 해병대사령관 김인식 중장. 그의 재임기간 중 더 많은 발전과 영광이 있기를 바라면서「덕산대」표지석을 지날 무렵, 초겨울의 해가 저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