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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보다 절이 더 유명한 대흥寺, 하루 종일 비만 내렸다.
(전남 해남군 삼산면 남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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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도 지났으니 겨울이라지만 가을이 떠나기 싫어 머뭇거리는 늦가을이다.
도시에서는 계절의 구분이 쉽지 않지만 사람들의 옷 모습이 조금 두꺼워졌다.
차를 타고 시골길을 달리다보면 농촌의 가을걷이가 이미 끝나버렸다.
들판을 가득 메웠던 황금 벼들이 자취를 감춰버리고 그 자리에는 하얀 비닐 포에
둘둘 감긴 사료용 볏단들이 마치 어릴 적 교실 안 검정칠판 밑에 널 부러져 있는
하얀 분필토막을 연상케 한다.
앞산 뒷산도 바쁘게 옷을 갈아입는다.
초록 잎은 단풍으로 변하더니 일부는 낙엽이 되어 땅으로 떨어져 주저 앉아있다.
늦가을 도시에
밤은 왠지 쓸쓸하고 외롭게 느껴진다.
가을밤의 서늘한 촉감
집을 나섰더니
얼굴이 붉은 농부처럼
불그레한 달이 울타리 너머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입을 다문 채 고개만 끄덕였다
주위의 명상에 잠긴 별들이
도시의
아이들처럼 창백한 얼굴로 박혀 있었다. (T. E. 흄의 詩 “가을”에서)
산행을 하려고 새벽에 집을 나서는데 엘리베이터 앞 경사진 시멘트바닥에 누군가
꿀을 쏟아 놓았는데 모르고 발을 딛는 순간 미 끄러 넘어지면서 스텐안전대에
머리를 부딪쳤다.
목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다.
집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오려 했지만 시간이 없어 빗물에 꿀 묻은 옷을
대충 정리하고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이런 날은
각별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머리에서 맴돈다.
한 낮 길거리를 걷다보면 가로수들이 노랗고 붉은 단풍으로 장식하고 있지만
바람에 아스팔트 길 위로 떨어진 낙엽들은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개구쟁이
아이들처럼 장난스러워 보인다.
미처 치우지 못한 낙엽들이 길거리에 수북이 쌓여있어 가을의 조락(凋落)을
느끼게도 하는데 왠지 서글픔이 느껴진다.
“떨어지는 낙엽은 가을바람을 원망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인생무상(人生無常)이랄까!
낙엽(落葉)은,
고등식물에서 잎이 떨어지는 현상으로 새 잎이 전개되는 시기에 일어나기 쉽다.
낙엽 시기가 되면 대부분 잎 속의 양분은 줄기 등으로 이동하여 엽록소가 분해,
소실된다.
잎자루나 잎 몸의 기부에 이층(離層)이라고 하는 특수한 세포층이 형성되어
이 부분에서 잎은 탈락한다.
낙엽은 낙엽수는 물론 상록수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어느 음반가게를 지나가는데 가수 차 중락의 노래,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이
애절하게
흘러나온다.
찬바람이 싸늘하게 얼굴을 스치면
따스하던 너의 두 뺨이 몹시도 그리 읍 구나
푸르던 잎 단풍으로 곱게, 곱게 물들어
그 잎 새에 사랑의 꿈,
고이 간직 하렸더니.
아-아-아-아 그 옛날이 너무도 그리워라
낙엽이 지면 꿈도 따라 가는 줄 왜 몰랐던가,
사랑하는 이 마음을 어찌하오, 어찌하오,
너와 나의 사랑의 꿈,
낙엽 따라
가버렸으니.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은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가 1962년에 발표했던 곡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곡으로서는 빼놓을 수 없는 레퍼토리가 되어 있었지만
당시 미국에서는 그다지 큰 인기를 얻지는 못하였었던 작품이란다.
국내에서 가수 차 중락이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이라는 번안 곡으로 부름에
따라 많은 인기를 얻으면서 세계적인 엘비스 프레슬리의 열기를 몰고 오기도
했었다.
로큰롤이란 흑인(黑人)의 강렬한 리듬감을 지닌 파퓰러 음악인 R&B를 백인화
(白人化)한 것이다.
목요일 오전까지만 해도 46명의 예약회원들이 만 만석을 이루고 있었는데
“내일은 비가 온다.”는 기상예보 때문에 예약 팀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다.
가을날 떨어지는 것은 낙엽뿐이 아닌가보다.
밤새 비가 내렸고, 아침에도 내리는 비로 23명의 회원만 간신히 참여했다.
“방랑자”가 “마음 약한 사람들만 나왔네요.”라고 의미 있는 말을 내게 전한다.
약속을 했으면 가능한 지켜야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가 아닌가.
그래도 23명의 회원을 태운 산행버스는 남쪽 해남을 향해 빗속을 달리고 있다.
비를 머금고 있는 단풍은 또 다른 분위기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산 중턱이나 아래쪽에는 아직도 형형색색의 단풍이 자수(刺繡)를 놓으며 가을의
정취를 절정으로
몰아가고 있다.
단풍(丹楓)은
기후의 변화로 식물의 녹색 잎이 빨간색, 노란색, 갈색 등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단풍은 가을에 낙엽 직전에 일어나지만 초봄에 새로 싹트는 어린잎에서도
볼 수 있단다.
가을의 대표적인 단풍식물은 단풍나무속(屬)에 속하는 홍엽(紅葉)식물들이나
진달래科, 노박덩굴科, 옻나무科, 포도科 등에도 아름답게 단풍이 드는 것이 많다.
황엽(黃葉)으로는 가을의 은행나무가 대표적인데 느릅나무, 포플러, 고로쇠나무,
피나무,
버짐나무 등도 들 수 있다.
오전 10시 30분에 산행 1팀을 산행기점인 오소 재에 내려주었다.
오늘 산행코스는,
오소 재에서 출발 -오삼재 -노승 峰-두륜산(가련峰) -만일 재 -두륜峰 -진불庵
-표충사 -대흥사주차장으로 하산하는 코스였다.
하산시간을 오후 4시로 정했다.
날씨는 안 좋았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세차게 분다.
마지막까지 망설이던 “심청이”는 내가 1회용 우의(雨衣)를 빌려주니까 부랴부랴
산행버스에서
뛰어나간다.
두륜산(頭輪山)은
전남 해남군 삼산면 남쪽에 있는 높이 703m의 산으로 주봉은 두륜峰이다.
남서쪽의 대둔산(672m)과는 자매 봉을 이루는데 흔히 대둔산, 대흥산(大興山)
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는 산자락에 대한불교조계종 제22교구의 본사인 대흥사(일명: 대둔寺)가
있기 때문이다.
즉 대둔산은 주봉인 두륜峰을 중심으로 한 가련峰, 고계峰, 노승峰, 도솔봉,
연화峰 등
두륜산의 여덟 봉우리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소백산맥의 남단인 해남반도에 우뚝 솟아 있으며 동쪽은 급경사,
서쪽은 완경사를 이루고 있다.
정상에 서면 멀리 완도와 진도를 비롯하여 다도해의 작은 섬들이 바라다 보인다.
식생(植生)은 난대성 상록활엽수와 온대성 낙엽활엽수가 주종을 이루며
봄의 춘백(春柏), 여름의 녹음, 가을의 단풍, 겨울의 동백(冬柏)으로 유명하다.
특히 수백 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동백나무 숲과 붉게 타오르는 동백꽃으로 2㎞에
이르는 계곡이 장관(壯觀)을 이룬다.
또 가을이면 두륜峰과 가련峰 사이에 넓은 억새밭이 펼쳐진다.
1979년 12월 두륜산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산행 1팀을 내려 준 버스는 대흥사주차장으로 이동해 주차했다.
버스에서 내린 산행 2팀은 비 내리는 대흥사 경내와 주변을 관람하기로 했다.
비는 내리고 바람은 불어도 단체관광을 온 사람들이 많았다.
주차장에는 대여섯 대의 관광버스가 주차하고 있었으며 떠나고 들어오는 버스도
있었다.
오늘 비만 오지 않았다면 최상의 단풍을 구경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두륜산케이블카는
오늘 비바람이 불어 운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흥사(大興寺)는 546년 신라 진흥왕이 어머니 소지부인(昭只夫人)을 위하여
아도(阿道)화상으로 하여금 창건하게 했다는 고찰(古刹)이다.
임진왜란과 6·25전쟁의 참화를 피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또한 한국의 다성(茶聖)으로 추앙받는 초의(草衣)선사 장 의순(張意恂)이 40년
동안 수도 생활을 했던 일지 암(一枝庵)이 있다.
이 때문에 이 일대는 예로부터 한국 고유의 차와 다도(茶道)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유자
산지로도 유명하다.
국가문화재로는
대흥사 북미륵암 마애여래좌상(보물: 제48호),
대흥사 북미륵암 삼층석탑(보물: 제301호),
대흥사 응진전전삼층석탑(보물: 제320호) 와
두륜산
왕벚나무자생지(천연기념물: 제173호)가 있다.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비 때문에 주차장에서 가까운 식당으로 들어갔다.
“노형”, “바우”, 여성회원 둘이가 미리 자리를 잡고 있었다.
도시락을 모두 준비했기 때문에 파전과 녹두전, 막걸리를 시켜놓고 각자 가져온
점심을 먹었다.
식당주인 얘기로는 연 2주차 비 때문에 장사를 망 쳤다고 푸념을 한다.
이 좋은
단풍철에 그것도 한 몫인데 비 때문에 사람이 없다.
여름에 비를 맞으며 산행할 때는 상쾌한 기분이 들지만 늦가을 비 맞는 산행은
기온이 차가워서 감기에 걸리기 쉽고 건강을 해치기 일쑤다.
산행1팀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비바람이 몰아치며 살얼음 같은 빗물이 얼굴을 마구 때려 아팠다고 한다.
세찬바람에 몸이 날릴 것 같아 나무줄기를 부등 켜 안기도 했단다.
정상바위에서는 세찬비바람에 겁을 먹기도 했다는 회원도 있었다.
그리고 작은
두륜峰을 들리지 못하고 그냥 내려오기도 했단다.
대흥寺경내도, 주변사찰도 비 때문에 한적하다.
어릴 때 수학여행으로 오기도 했었지만 젊은 날에는 드라이브코스로 들리기도
했던 곳이고,
산악회에서도 두어 번 다녀간 산이며, 절이다.
구름다리, 백운대, 금강굴 여의주峰 등 명승지를 지나던 생각이 난다.
해탈門을 지나면 대웅보전과 천불전, 표충사가 있고 산봉우리와 능선을 쳐다보면
부처님 얼굴, 부처님 가슴, 부처님 발처럼 길게 누어 보이던 산이 비구름에 갇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매주 주말과 상시로 운영하는 나를 위한 희망여행인 대흥사 템플스테이,
대흥사는 새싹이 움튼다는 두륜산을 디디고, 다시 희망을 품자는 템플스테이는
“대둔의 하늘바라보기”, “오감체험”, “일지암, 두륜산 트레킹” 등 프로그램으로
꿈과 희망을 놓치지 않고 살아갈 것을 결심하며 새로운 시작을 선언하는 당당한
나를 만나보는 템플스테이인데 비 때문에 조용하다.
오늘은 비
때문에 모든 걸 망쳤다.
바람에 떨어진 낙엽들은 빗물을 먹은 채 초라하게 길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구르몽의 詩 “낙엽”이 문뜩 생각난다.
시몬, 나뭇잎 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 갈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가까이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2015년 11월 13일)
첫댓글 ▶자격증자료제공 N 비밀2015.11.14 17:24 답글 | 차단 | 삭제 | 신고 다음 불 로그:
팡팡님 매번 좋은 포스팅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