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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9회)
* 철이 :
오늘 교양수업은 교수가 무슨 말 하는지 하나도 들리지 않습니다.
앞에 앉은 그녀에 대한 두근거림이 너무도 큽니다.
그녀가 오늘 약손한 장소에 모습을 나타낼까요?
수업을 끝마치고 화장실 거울앞에서 옷맵시를 보고 머리도 빗었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커피숍으로 들어섰습니다.
30분정도 일찍 들어왔습니다.
커피를 한잔 시켰습니다.
그녀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3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서빙보는 아가씨의 눈치가 보여 콜라를 한잔 더 시키고
또 한시간을 커피숍에서 보냈습니다.
결국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밖으로 나왔습니다.
시린 달빛이 내 심장을 관통해 나갔습니다.
내 마음은 지금 공허합니다.
하하, 웃음이 나오는 군요...
* 민이 :
교양수업 그가 내 뒤에 앉았습니다.
왠지 안절부절 못하며 나의 눈길을 피했습니다.
그는 알까요?
이 강의실에서 나에게 관심을 가지는 학생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사람이 오늘 나와 만나자는 제의를 했다는 것을 그는 알까요?
그의 모습이 애처롭게 맑아 보입니다.
교양수업을 끝내고 동아리방에서 편지의 답장을 썼습니다.
마음을 다치게 하는 것은 원치않지만 난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편지는 이제 그만 보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편지를 받으면 기분은 좋았습니다.
안녕히...
우표를 붙이고 편지함에 우체통에 넣었습니다.
편지보낸 사람은 항상 손수 갖다 놓았지만 전 그럴 자신이 없군요.
편지보낸 사람이 날 기다리며 커피숍에서 쓸쓸히 시간을 허비했겠군요.
미안합니다.
* 철이 :
다시한번 편지를 보내볼까요?
하지만 편지함에서 발견한 그녀의 편지내용이 그럴 내 마음을 여지없이 꺽어 놓는군요.
훗, 편지를 받아보며 기분이 좋았다는군요.
그것이 나를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 말인지 그녀는 알까요?
편지는 기분좋게 하지만 나는 그게 아니라는 말이니까요.
어쩔까요?
당분간은 그녀를 마주치는 것도 두렵습니다.
곧 기말고사가 다가올겁니다.
* 민이 :
편지보낸 사람한테 내가 너무 했나요?
아무리 자기가 좋아서 편지보냈지만은 그래도 정성이 담긴 글이었는데...
한번 만나줄걸 그랬습니다.
오늘 교양수업에 그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가 처음으로 결석을 한것 같습니다.
다음주가 시험이라는데...
* 철이 :
오늘 그녀를 보았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그녀를 지나쳐 갔습니다.
내 발자국에 찬바람이 일고 있습니다.
가을은 내게 많은 설레임을 불러다놓고 서럽고 아쉽게 끝이 날려나 봅니다.
다음주가 시험인데...
시험이 끝나면 그녀의 기억은 저물어 갈겁니다.
* 민이:
오늘 그를 보았습니다.
나는 밝은 미소를 지어주었지만 그는 나의 그모습을 외면하는군요.
왜 그는 저렇게 고개를 숙이며 힘없이 걷고 있을까요?
찬바람이 불고 있지만은 자기 때문에 내 마음은 아직 가을이란걸 그는 알까요?
이 마음이 지쳐 낙엽이 다 떨어져도 나는 그 때문에 춥지 않을거 같습니다.
시험이 끝나면 다시 도서관에서 여름방학때처럼 나란히 앉기를 기원합니다.
* 철이 :
시험기간입니다.
도서관 자리를 잡아놓고 커피를 뽑아 밖으로 나왔습니다.
차가운 아침공기속에 입김과 함께 담배연기 날려보았습니다.
그녀가 이제 도서관을 나오는 군요.
따뜻한 외투를 걸치고 따뜻한 미소를 품으며
그녀는 나를 스쳐 도서관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녀가 지나친 자리에 나의 차가운 마음이 남았습니다.
도서관에 빈자리가 이제 없을텐데...
* 민이 :
아직 이른 아침이지만 도서관 자리가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시험기간입니다.
일찍 나왔나 봅니다.
그는 차가운공기속에 그의 존재를 알리듯 담배연기를 입김처럼 뿜었습니다.
그의 앞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그를 느끼기가 너무나 애처롭습니다.
그의 마음은 따뜻하겠지요?
그를 이렇게 모르는 사람처럼 그냥 스쳐갈려니 마음이 차가운 아침공기처럼 무겁습니다.
도서관에는 빈자리가 없습니다.
* 철이 :
오늘 교양시험을 끝으로 시험도 끝이나고 학교생활도 당분간 접어야 겠지요.
교양시험 강의실에서 그녀가 내 근처에 앉았습니다.
나의 마음을 담아 보낸 편지는 아쉬운 결과를 주었지만
그 아쉬움을 준 그녀의 모습은 그래도 아름답습니다.
마지막아자 처음으로 이 교양수업이 출석을 부릅니다.
그녀가 내가 편지보낸놈이란걸 알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뭐 쪽팔릴 것 없습니다.
조금있으면 학교와는 끝이니까요.
내이름을 부를때 큰소리로 답했습니다.
내 위치를 알리 듯 말입니다.
그녀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오랫동안 쳐다보았습니다.
그래요, 내가 편지를 보냈습니다.
하하, 그때 만남을 원한 장소에서 네시간동안 당신을 기다린 놈이 접니다.
답지를 아주 빠른 속도로 적고 백지 낸 학생들 빼고는
아마 내가 제일 처음 시험장을 나온거 같습니다.
그녀가 답지를 적다가 내 모습을 또 쳐다보았습니다.
시험이 끝났습니다.
교학과에 입영통지서를 보여주고 휴학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내가 제대를 하고 복학을 하면 그녀는 4학년이겠군요.
그때 혹시 또 볼수도 있겠군요.
그럼 그때까지 안녕히....
그동안 그녀 때문에 난 조그만 행복을 꿈꿀수 있었습니다.
* 민이 :
오늘 교양시험이 내 신입생 생활의 마지막 시험입니다.
그가 저기 뒤에 앉았군요.
시험 잘 봐요.
기말고사라 수강생 파악차 처음으로 마지막 출석부를 부릅니다.
전자과 출석을 부르는데 그의 이름이 없습니다.
수강신청이 잘 못됐을까요?
"전산과 신계철"
그 이름이 불러 졌을 때 그가 크게 대답을 했습니다.
그 이름은 나한테 편지보냈던 사람의 이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름은 그의 이름이었습니다.
그럼 그의 연습장에서 보았던 이름은 누구의 이름입니까?
한동안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습니다.
어색하게 나를 보며 웃는군요.
그가 편지보냈단 사실이 무척이나 고마웠습니다.
그가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난 그가 어렵게 보냈던 편지의 내용을 거절했습니다.
이거 난처하군요.
편지보낸 사람이 그인줄 알았다면 난 분명 그 커피숍을 나갔을 터이고
그토록 바라던 그와의 인연을 맺을수도 있었을텐데요.
오늘 그에게 다시 편지를 써야겠습니다.
그가 답지를 제출하고 나갔습니다.
어쩌면 이번 겨울은 사연이 생길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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