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베이징에서 일어난 정체 불명의 시위와 인터넷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중국 민주화 요구 움직임에 대해 국내 언론들의 대대적인 보도가 있었다. 주요 일간지들의 관련 사설은 중동 지역의 민주화 훈풍이 중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또는 어떤 변화든 중국이 움직임을 취해야 한다는 주장들 일색이었다.
하지만, 정작 중국에서, 경제 수도 상하이에서, 그것도 민주화에 대한 열망의 불꽃을 피워내야 하는 상아탑 안에 있는 필자는 위의 소식들과 주장들이 그저 '한낱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느껴질 뿐이다. 이는 중국이 그들과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하물며 지역학적 관계까지 어디 하나 비슷한 구석이 없다는 것에 기인하다.
먼저 이집트나 리비아의 민주화 요구의 근본적 원인인 경제적 측면만 놓고 보자. 중국은 지난해까지 연평균 GDP 기준 10% 이상의 초고속 성장을 해왔다. 지난 해에는 일본을 제치고 경제 규모 기준 명실상부한 G2가 됐다. 08년에는 정치 수도 베이징에서 올림픽을, 10년에는 경제 수도 상하이에서는 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중국 어디든 TV가 나오는 곳이라면 자국의 성장과 발전을 모를 수 없다.
물론, 급속한 경제 성장과 정부 주도 경제 개혁 정책의 부작용들이 사회 문제화 되었지만, 이는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우리나라가 그러했던 것보다 빈부격차와 사회 불안 요소들에 대한 '당근과 채찍'을 더 잘 운용하고 있기도 하다. 서부 대개발 계획은 대표적인 '당근'이며, 페이스북과 트위터로의 접근 차단은 대표적인 '채찍'인 것이다. 다시 말해, 중국이 -정확하게는 중국 공산당이- 떠안고 있는 문제들이 사회 불안 수준을 넘어 정치 구조 개혁의 열망으로 이어지기에는 중국 정부의 정책 운용이 나쁘지 않았고, 또 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앞서 언급했던 대학 분위기를 통해서도 증명된다. 텐안먼 사태의 시작점은 베이징 대학이었지만, 작년 베이징대학의 공청단(공산주의 청년단) 가입 경쟁률은 32:1을 넘었다고 알려진 바 있다. 중국 남방 최고 명문으로 불리는 푸단 대학의 경영, 경제학원 내 도서관과 강의실은 취업에 유리한 자격증 취득, 학점 관리 등에 자정이 넘어도 불 꺼질 틈이 없다. 먹고 살기 바쁜데 사회 구조, 정치 체제에 대한 고민은 뒤로 밀려날 수 밖에 없다.
중산층들의 정부 운영에 대한 높은 지지 성향도 필자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분명한 빈부 격차가 존재함에 있어, '부'의 숫자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 주도 경제 정책에 있어 중국 중산층과 상류층의 국정 운영 지지도가 긍정적이라는 연구 결과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데이터들이다. 상식적으로도 경제개혁 이후 상당한 부를 쌓아온 중국 중산층들이 중국 공산당에 대한 특별한 불만을 가질 이슈는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중국은 독재 국가가 아닌 사회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일당 정치 운영 체제 국가이다. 원자바오 총리는 돈 없고 힘 없는 서민들의 표상이며, 샨다그룹의 첸텐차오 회장은 가난한 중국 대학생들의 워너비다. 기회의 불평등은 어느 나라, 어떠한 정치 체제, 사회 구조 내에서도 존재한다. 그렇기에 공산주의에 대한 우리나라의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을 내려놓고 바라본다면 그림은 달라질 수 있다.
오히려, 중국 정부의 공격적이라고 까지 느껴지는 시위 억압 정책이나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검열 등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들을 고민해보고, 그로 인해 우리나라의 대 중국 활동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를 예상하는 것이 좀 더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
국내 주요 언론은 중동 지역에서 일어난 민주화 열풍에 중국에 모종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 전망한다. 그 '모종의 변화'가 우리의 민주주의적 희망이 밑바탕에 깔린 남의 나라의 희망인지, 빈부격차와 억압된 사회 구조 안에서 고통 받고 신음하는 중국 인민들을 위한 변화인지를 생각해보자. 그리고 그 변화를 걱정하고 우려하기에 앞서,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같은 문제들을 대입 시켜보면 어떠한 결론에 이르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