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부채질을 하며 에어컨 밑으로 향하던 무더운 계절이 엊그제처럼 느껴지는데 어느새 장롱에 고이 잠들어 있던 코드를 꺼내 입어야 할 때다.
해마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이맘때가 돠면 자연스레 바빠지는, 그리고 바빠져야 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소방관들이다.
작년 한 해 전국에서 발생한 화재는 4만3천여 건이다.
이 중 경울에 발생한 화재는 1만2천885건으로 전체의 30%다.
또한 전체 화재 중 주거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는 1만1천541건으로 전체의 26.5%를 차지하고 있고, 전체 화재로 인한 사망자 306명의 63%인 193명이 주거시설화재에서 사망한 안타까운 통계가 있다.
다른 계절에 비해 특히나 겨울철은 매서운 날씨로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기 때문에 화재예방 의식을 다잡고 있기가 어려울 수 있다.
겨울철 주택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가 필수적인데,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설치율은 경북 21.06%로 전국 29.53%에 비해 조금 낮은 실정이다.
우리 경주소방서에서는 매년 기초생활수급자나 독거노인 가구 등 재난에 취약한 계층에 인한 주택용 소방시설을 무상으로 보급 설치하고 있다.
또한 명절 전 귀성객 이동거점장소나 전통시장 등 다중밀집장소에서도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홍보 켐페인을 수시로 전개하고 있으며, 대형전광판과 버스정보시스템(BIS), 시외버스터미널 내 전광판에도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홍보영상 송출로 화재예방을 위해 모든 가정에 주택용 소방시설이 설치될 수 있도록 만전을기하고 있다.
또한 경주소방서는 촌각을 다투는 화재 등 각종 재난현장에서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인명·재난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도 경주하고 있다.
위험한 재난 현장이 소방관에 의해 환전히 통제되길 바라는 요구조자와 신고자의 다급한 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난현장 골든타임 확보는 우리 소방의 노력만으로는 열매를 맺을 수 없다.
도로 위에서 사이렌을 울리며 달리는 긴급차량을 발견했을 때 안전하고 정확하게 길을 터주는 것이야말로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다.
소방의 존재 목적은 국민의 안전이다.
우리 소방은 이제 화제를 넘어 구조, 구급뿐 아니라 각종 생활안전 분야 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지만, 필자는 '재난 대응'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재난 예방'이라 생각한다.
'재난 예방'은 소방관뿐만 아니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중요성을 깨닫고 우리 집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하기, 소방차 길터주기 등 작은 행동부터 실천한다면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차도살인과 적폐수사
'오자병법' 으로 유명한 오기(吳起)가 초나라 재상으로 있을 때였다.
오기는 초나라 도(悼)왕을 도와 정치를 쇄신, 후진국이었던 초나라를 알약 강대국 반열에 올려 놓았다.
오기를 총애하던 도왕이 급사하자 오기의 개력정치에 불만을 품었던 귀족들이 오기를 제거하기로 했다.
귀족들이 보낸 병상들의 기습으로 살아날 길이 없다고 생각한 오기는 생명이 경각에 달린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자기를 죽인 무리에게 원수를 갚는 책략을 생각해 냈다.
병사들이 활을 쏘면서 자기 앞으로 몰려 오자 도왕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곳으로 뛰어가서 침대 위의 시신을 덮석 껴안았다.
병사들이 오기르 향해 쏜 화살이 오기의 등을 뚫고 도왕의 시체에 꽂혓다.
오기가 도왕의 시신을 껴안고 죽은 데는 두 가지 계략이 숨어 있었다.
하나는 당시 황의 시신에 상처를 입힌 자는 수하를 막론하고 참형에 처하게 돼 있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기왕에 죽을 바에댜 순사(殉死)로 보이게 해서 왕에 대한 충성심을 과시, 왕을 쏜 무리의 반역죄를 더 무겁게 하기 위한 심산이었다.
도와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숙왕은 선왕의 시체에 화살을 난사한 무리와 그들을 사주한 귀족들의 일족을 모두 참형에 처하고 오기의 넋을 기린는 대제를 올렸다.
오기는 자신이 죽더라도 숙왕의 칼을 빌려 자기의 원수를 갚게 한 '차도살인(借刀殺人)'의 계략을 썼던 것이다.
적이나 라이벌 방해자 등을 처치하는 일에 남의 칼을 빌려 제 3자로 하여금 처치하게 하는 계략이 '차도살인계'다.
'차도살인'의 사례는 역사에서 숱하게 나타난다.
삼국지에서 왕윤이 폭정을 일삼던 동탁을 여포의 창날을 빌려 제거한 것도 '차도살인' 이었다.
사회주의 경제 실패로 궁지에 몰린 마오쩌둥이 국방장관 린바오와 4인방을 부추겨 학생들을 홍위병으로 둔갑시킨 후 류샤오치 등 반대파들을 제거한 것은 '차도살인'의 대표적 사례다.
정권의 충견으로 비판받아 온 검찰의 칼을 앞세운 적폐청산 칼바람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복수전으로 비쳐 지고 있어 '오기의 차도살인' 을 연상시킨다.